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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024

[만드는사람입니다] 마찰과 저항을 마주하기 마찰과 저항을 마주하기 목공을 시작한 이래로 ‘내가 목공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말 할 만 한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목공 도구를 다룰 줄 아는 능력일 것이다. 특정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물론 그것과 관련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 노하우를 익히는 것을 포함하겠지만, 요즘처럼 충분히 정보화된 세상에서 그런 정보는 접근이 매우 쉬워졌다. 이런 정보의 접근성은 때로 전문가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언젠가 클라이언트와 상담을 하던 도중 그가 느닷없이 가구의 구조와 수축 팽창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상담 전 이미 원목 가구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많은 것들을 찾아본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 못지않게 클라이언트가 알고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 내가 더 이상 이 관계에서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그의 우.. 2022. 1. 6.
[공생모색야생여행기] 여행의 끝, 가장 멀지만 가장 가까운 그곳 여행의 끝, 가장 멀지만 가장 가까운 그곳 가장의 근심 카프카는 「가장의 근심」이라는 작품에서 대단히 독특한 하이브리드 한 놈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과거가 없고 미래가 없는 이 녀석의 이름은 오드라데크인데요. 시작도 끝도 없는 존재 즉 영원히 사는 존재입니다. 녀석은 움직이는 모든 장소에서 불쾌하다는 취급을 받지요. 누구로부터? 바로 ‘가장’입니다. 아버지죠.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내려온 존재, 내 아들의 그리고 또 그 아들의 아버지가 될 가장은 오드라데크를 보며 소름끼치니까 어서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넌 이름이 뭐니?”라고 그에게 물을 것이다. “오드라테크”하고 그가 말한다. “넌 어디서 살지?” “정해지지 않은 집” 하고 말하면서 그는 웃을 것이다. 그러나 그 웃음은 폐를 가지고는 만.. 2021. 12. 27.
[공생모색야생여행기] 열대의 사회계약론 『슬픈 열대』, 29장 남자·여자·족장 열대의 사회계약론 잃어버린 세계 레비 스트로스에게 ‘남비콰라족’은 앞으로의 인류학 연구의 방향을 결정하게 해준 고마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과밀한 인구 때문에 제도적으로밖에는 관철될 수 없는 인간관계의 여러 형식을 거절하고 있었습니다. 식민화에 따른 수탈과 부족 간 경쟁 때문에 이미 쇠락의 길을 한참 내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열대의 가장 빈한한 무리들 중 하나로 보였습니다. 29장에서 레비 스트로스는 남비콰라족의 한 족장이 ‘아몬’이라고 불리는 천둥 폭풍에 끌려갔던 일을 설명합니다. 여기에서 보면 아몬에게 족장이 빼앗긴 것들을 알 수 있는데요. ‘목걸이, 팔찌, 귀고리, 그리고 허리띠’. 아이구 참, 이것이 족장이 가진 전부이니 다른 부족민들은 어떻겠.. 2021. 12. 6.
[만드는사람입니다] 얽거나 짜서 만드는 방법 얽거나 짜서 만드는 방법 “개인들을 이런저런 속성이 부착되는 고정불변의 실체로 보는 원자론적 인간관은 개인적 정체성들과 여러 능력들 그 자체가 여러 가지 점에서 사회적 과정들과 관계들의 산물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 ―아이리스 매리언 영, 『차이의 정치와 정의』 목공 반장님이 타카 핀을 갈아 끼우다가 집어던지면서 버럭 화를 냈다. “아니 이 형, 그렇게 성격대로 할 거면 여기 왜 왔어! 그럴 거면 직접 일 받아 해!” ‘이 형’이라는 분도 성격이 만만찮다. “어 알았다 그래!” 하고선 작업벨트를 풀어놓고 현장에서 ‘휙’하고 나가버린다. 당황한 내가 이 형을 따라 나가려는데 반장님이 나한테도 버럭 한다. “김 실장! 내버려 둬. 내가 혼자 끝내면 되니까 가는 사람 잡지 마!” 고래 싸움에 기가 눌린 새.. 2021.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