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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이 예술12

[한문이 예술] 돌아오는 시간과 반복되는 공간 속에서 돌아오는 시간과 반복되는 공간 속에서 동은(문탁 네트워크) 1. 봄은 왜 다시 돌아올까?라는 당연한 질문 코 끝이 빨개질 정도로 추운 어느 날, 목련나무 가지 끝에 도톰하게 올라온 꽃눈을 보고 곧 봄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계절을 지날 때면 어떤 방식으로든 다음 계절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봄에는 습한 쥐똥나무 꽃내가, 여름에는 더위를 식히는 바람이, 가을에는 발에 채이는 낙엽이... 그리고 다시 땅에서 솟아나는 새싹으로 봄을 알아챈다. 바싹 마른 가지 끝의 꽃눈을 보고 감탄에 가까운 질문이 떠올랐다. ‘어떻게 겨울이 지나 봄이 올 수 있는 걸까?’ 그동안 겨울에는 날이 따뜻해지기를, 여름에는 시원해지기를 기다려보기만 했지, 이 당연한 사실에 대해 의문을 가질 일이 없었다. 이런 질문을 가지게 .. 2025. 7. 10.
[한문이 예술] 기온이 아닌 기운으로 바라보는 세상 기온이 아닌 기운으로 바라보는 세상 1. 날씨라는 변수 나는 비오는 날이 싫다. 건강상의 이유가 있지만 비오는 날 뿐만 아니라 흐린 날에도 하루종일 컨디션이 저조하다. 반대로 날이 좋을 땐 무엇을 하든 의욕이 넘친다. 하루의 시작 자체가 다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날씨에 따라 컨디션에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최근 기후위기로 시작된 변덕스런 기후가 난감하다. 특히 지난 여름 날씨는 굉장했다. 분명 해가 내리쬐었는데 고개만 돌리면 갑자기 하늘이 까매지고 땅을 뚫어버릴 기세로 비가 쏟아진다. 그럴 때면 하루가 다 어그러져버린 것만 같다. 그렇게 멍하니 내리는 비를 보고 있다보면 그러지 말라는 듯 갑자기 다시 햇볕이 쏟아진다. 덕분에 나도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 변덕스러운 날씨는 나에게 .. 2025. 5. 1.
[한문이 예술] 어쩌면 곤란한 한자들 어쩌면 곤란한 한자들  1.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말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문자는 우리의 생활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유행어로 사회를 분석하거나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세대를 구분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시기마다 많이 사용되거나 더이상 쓰이지 않는 말이 생기기도 한다. 이를테면 나는 80년대에 과외 금지로 비밀과외를 의미하던 ‘몰래바이트’, 못생긴 사람을 말하는 ‘옥떨메(옥상에 떨어진 메주)’같은 말을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모두 개인 휴대폰을 쓰게 되면서 ‘집전화’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이렇듯 한자도 긴 세월동안 만들어지고 사라진 것들이 있다.  한 가지 예시로 ‘옥’이 있다. 초기 중국의 문화 집결지인 화북지방은 넓은 평원이어서 귀금속이 아주 적었다고 한다. 그나마 보석에 가까.. 2024. 8. 8.
[한문이 예술] 한자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 한자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 “왜 이렇게 달라요?” 수업을 마무리 할 때마다 오늘 배운 한자를 써보는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 대부분 한자를 쓰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 네모난 칸 안에 몇 번 써보는 것 조차 어려워 하는데, 더구나 배운 한자랑 모양이 다르다고 투정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 수업에서는 갑골문으로 잔뜩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작 오늘날 사용하는 해서체는 수업에서 다룬 모습과 다르니 그럴만도 하다. 아이들이 느끼는 괴리감은 이 뿐만이 아닐 것이다. 수업에서 한자가 가지고 있는 고대 사유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아이들이 사용하고 만나게 될 한자는 오랜 시간 속에서 의미가 바뀌어온 오늘날의 그것일테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언어나 문자의 모양과 의미는 자연스럽게 변한다. 최근.. 2024.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