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을 나눌레오12 [인류학을 나눌레오] 먹는다, 세상과의 연결 먹는다, 세상과의 연결 진진(인문공간 세종)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먹는다. 먹지 않고는 살아가기가 어렵다. 물을 마셔야 체내에 수분을 공급할 수 있고 음식을 먹어야 에너지를 주입할 수 있다. 이렇게 먹는 일은 내 생명을 유지하고 나를 살게 하기 위한 일이다. 나 또한 먹는 일을 내 입으로, 몸으로 무언가를 넣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먹는다는 행위를 이렇게 생각하며 먹거리를 고르고 음식을 먹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으로, 내 입맛에 맞는 것만을 골라 먹었다. 배가 불러 도저히 못 먹겠다 싶으면 음식을 남겼고, 내 몸에 좋은 것만 골라서 먹으려고 했다. 내 안에 들어와 불쾌하고 탈이 나느니, 버리는 게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였을까. 장바구니 한가득 먹을 것을 사 모으고, 쓰레기통.. 2025. 1. 3. [인류학을 나눌레오] 관찰, 가려진 연결 찾기 관찰, 가려진 연결 찾기 강평(인문공간 세종) 동물원 가는 길, 미술관에서 답사 아침이다. 마음이 바쁘다. 동물원은 어릴 때 소풍 이후 처음이다. 박물관은 그래도 몇 번 가봤다고 조금 익숙해진 편이다. 이번에는 동물이라는 낯선 대상이라, 후기로 뭘 쓸지 막막하다. 게다가 동물원 관람 전 미술관을 가게 되었다. 세미나 지기인 오선민 선생님께서 동물원 가는 길에 우연히 전시 안내문을 보시고 티켓을 사 오셨다. 동물원 볼 시간도 짧은데, 갑자기 미술관? 돌발 상황 발생이다. 그 순간 나에게 미술관은 동물원 가는 길을 막는 장애물이었다. 그런데 나는 동물원 가는 길에 어쩌다 들른 미술관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실용이라는 목적에 갇힌 나의 시선’을 보게 되었다. 미술관에서는 ‘연결’을 주제로 대안적 건축 5.. 2024. 12. 6. [인류학을 나눌레오] 인류학을 알릴레오 인류학을 알릴레오 이기헌(인문공간 세종) 집을 보면 살고 있는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된다. 올해 인문세는 집을 지었다. 온라인 집, 홈페이지에 우리의 색깔을 담기 위해 같이 고민하며 뚝딱뚝딱 만들어갔다. 마음과 다르게 계획대로 안 되고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겪어야 했지만 일단 입주할 정도로 만들고 나니 뿌듯했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인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는 정체성을 집에 담기 위해 부족의 상징인 범고래를 대문에 달고, 메뉴를 바꾸어 가며 실내 인테리어를 해나갔다.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어디를 가고,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 살림살이 배치하듯이 메뉴, 게시판, 아이콘 등 항목들을 자리 배치하느라 고심했다. 지난 여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가 인디언으.. 2024. 11. 1. [인류학을 나눌레오] 형식으로 하나 되는 우리 형식으로 하나 되는 우리 최수정(인문공간 세종)형식이 중요하대 나는 ‘형식’이라는 것을 싫어했다.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겉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게 있어 형식이란 어쩐지 빈약한 마음을 부풀리고 애써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해 쓰이는 화려한 포장지 같았다. 뿐만 아니라 살다 보면 지켜야 할 형식이 또 얼마나 많은지. 그것을 다 지키고 살다 보면 나의 일상이 온통 정체불명의 형식에 붙들려 있게 될 것만 같았다. 이런저런 형식에 신경 쓰는 것보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내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것도 이런 생각과 무관하지 않았다. 제도권의 형식을 벗어나 그때그때 마음이 이끄는 대로 공부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았다. 어디에.. 2024. 10. 4.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