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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을 나눌레오9

[인류학을 나눌레오] 형식으로 하나 되는 우리 형식으로 하나 되는 우리  최수정(인문공간 세종)형식이 중요하대 나는 ‘형식’이라는 것을 싫어했다.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겉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게 있어 형식이란 어쩐지 빈약한 마음을 부풀리고 애써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해 쓰이는 화려한 포장지 같았다. 뿐만 아니라 살다 보면 지켜야 할 형식이 또 얼마나 많은지. 그것을 다 지키고 살다 보면 나의 일상이 온통 정체불명의 형식에 붙들려 있게 될 것만 같았다. 이런저런 형식에 신경 쓰는 것보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내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것도 이런 생각과 무관하지 않았다. 제도권의 형식을 벗어나 그때그때 마음이 이끄는 대로 공부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았다. 어디에.. 2024. 10. 4.
[인류학을 나눌레오] 선으로서의 배움 선으로서의 배움 진진(인문공간 세종) 두 명의 학생 우리 집에는 학생(學生)이 둘 있다. SKY이 인서울이니 좋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시험에서 고득점을 얻기 위해 공부하는 수험생과 인문공간세종에서 세미나를 하고 책을 읽고 숙제하고 답사를 가며 인류학을 공부하는 내가 그 주인공이다. 공부는 뭣보다 많이 아는 게 제일이기에 아이는 오늘도 책상에 머리를 파묻고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중요한 개념들을 열심히 외운다. 그날그날을 허투로 보내지 않으려고 촘촘히 시간 계획을 짜고 실행 여부에 따라 ○, ×, △를 체크하며 모든 일과를 공부에 집중하고자 애쓴다. 외식 한 번 하자 해도 시간이 아깝다, 책을 추천해줘도 그럴 바엔 문제집을 풀겠다며, 대학 합격 전까지는 공부에 필요한 것 외에.. 2024. 9. 6.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관람 후기] 생명에 대한 경의 생명에 대한 경의 덕후(인문공간 세종) 복날이 다가오니 마트에서 삼계탕용 닭을 할인 판매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복날이 있는 7월이면 1억 마리의 닭을 도축한다고 한다. 인구 5천만으로 단순 계산해도 한 달 동안 1인당 두 마리를 먹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털이 뽑히고 깨끗하게 손질된 채 판매되는 닭을 볼 뿐이고, 이 닭이 한때는 살아있는 생명이었음에 대해 대부분 무관심하다. 죽음에 이른 한 생명이라기보다는 음식의 재료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복날을 앞두고 무자비하게 도축될 닭들을 떠올리다가 생명에 대한 경의를 잃어버린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중인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의 유물 중에는 들소를 사냥하던 활과 가죽을 벗기는 도구가 있다. 활로 직접 들소를 사냥.. 2024. 9. 5.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관람 후기] 미타쿠예 오야신 미타쿠예 오야신 오월연두(인문공간 세종) 어떻게든 서로 연결되지 않는 것은 없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우주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아침에 우리는 무릎을 꿇고 만물을 지으신 이에게 ‘저를 용서하소서’하며 기도드린다. 풀줄기 하나 구부러뜨리기 전에  – 호청크(위네바고)족의 말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덴버박물관이 소장한 북미 인디언들의 공예와 회화를 포함한 150점의 물품을 의 이름으로 특별 전시하여 방문하게 되었다. 전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전시 중간중간에 쓰여있는 북미 인디언들의 기도문이었다. 누구는 이 기도문들을 읽으니 자신이 착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나 또한 그 글귀들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어떻게든 서로 연결되지 않은 것은 없다는 말이 나에게 울.. 2024.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