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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뉴욕 : 도시와 지성21

마음-지옥의 방랑자 (2) : 뉴욕과 에릭 호퍼 마음-지옥의 방랑자 (2) : 뉴욕과 에릭 호퍼 독(毒)의 평범함 힘든 세상이다. 적당히 잘나서는 주목받을 수 없고, 적당히 벌어서는 아이를 키울 수 없으며, 적당히 내 걸 포기해도 선해질 수가 없다. ‘적당히’라는 단어가 실종된 이런 이상한 환경에서는 비정상적인 인간이 정상이 된다. 독한 인간이다.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붙여 외부와 내부의 한계를 뛰어넘는 슈퍼맨.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몸의 정기신(精氣神)을 불살라 연료로 쓰는 열정맨. 요즘 같은 세상에 모범적인 일꾼이라고 하겠다. 요즘 지구촌에서 이렇지 않은 곳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헬뉴욕은 헬조선보다 몇 단계 더 앞서 간다고 할 수 있겠다. 이곳은 백수가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는 도시다. 만인은 노동시장에 던져진다. 특히나 이.. 2017. 7. 28.
마음-지옥의 방랑자 : 뉴욕과 에릭 호퍼 마음-지옥의 방랑자 : 뉴욕과 에릭 호퍼 뉴욕-방랑의 끝 새벽 두 시. 현재 뉴욕을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까지 딱 열두시간이 남기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사 년 전 멋모르고 뉴욕에 온 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처음이자 마지막 비행기다. 뉴욕의 마지막 밤에 글을 쓰면서 지나친 감상에 빠지지 않을까 겁이 난다. 훗날 이 글을 떠올리며 ‘이불킥’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불필요한 감상을 털어버린 후에도 하나의 사실만은 내 마음에 분명하게 남는다. 내가 뉴욕을 떠나는데 마침내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 평범한 사실 앞에서 나는 자축(自祝)을 아끼지 않으련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는 뉴욕에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고, 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뉴욕을 떠나기로 결심했는지는 나 자신 밖에는 알 수 없다. 남들의 눈에는.. 2017. 6. 30.
‘노바디’의 블루스 (2) : 뉴욕과 제임스 볼드윈 ‘노바디’의 블루스 (2) : 뉴욕과 제임스 볼드윈 또 다른 나라, 똑같은 전쟁 제임스 볼드윈의 『또 다른 나라』(Another Country)를 다 읽고 나서 들었던 첫 번째 생각. 이것은 나에게 말 그대로 ‘또 다른 나라’다. 이 소설은 1950년 대 뉴욕, 인종주의의 삼엄한 압박 속에서 흑백 남녀가 벌이는 사랑싸움과 사회와의 갈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읽는 내내 그 어떤 등장인물에게도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다. 오, 물론 나는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사람이다. 나도 마이너리티로 분류되는 황인종이니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볼드윈의 나라에서는 한국에서 20년을 살았고 같은 인종(대만인)과 쭉 연애한 내 노란 피부를 찾아볼 수 없다. 이래서 이방인이 불리한 것이다. 현지인처럼 서로가 .. 2017. 5. 29.
‘노바디’의 블루스 : 제임스 볼드윈과 뉴욕 ‘노바디’의 블루스 : 제임스 볼드윈과 뉴욕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 익숙한 문구는 원래 괴테에게 특허권이 있다. 민족국가(nation-state)끼리의 전면전이 시작되던 19세기 유럽에서 괴테는 다양성을 긍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남겼는데, 한 세기 후에 후발주자 민족국가로 등장한 대한민국이 이를 냉큼 카피한 것이다. 정말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렇다고 믿고 싶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괴테의 ‘세계적’이라는 단어를 ‘세계 상품’이라는 말로 오해하는 것 같지만……. 그런데 나는 오늘날 이 문구가 이상한 방식으로 실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지아장커의 영화 를 본 적 있는가? 시골에서 북경으로 상경한 젊은 두 남녀는 전 세계 유명 건축.. 2017.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