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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사기를 만나다4

[청년 사기를 만나다] 역사를 공부한다, 고로 살아간다 역사를 공부한다, 고로 살아간다 규창(고전비평공간 규문) 1.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에 관하여 교과서를 비롯해 정리된 역사에 익숙한 나에게 ‘역사를 쓴다’는 생각은 아주 낯설다. 그동안 내가 본 역사들은 친절했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고, 그것의 발단은 무엇이었고, 또 어떤 사건들의 연쇄 속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지 등등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읽는 게 지루할지언정 머리 아프지는 않다. 역사 공부는 끈질기게 정리된 것들을 꼼꼼하게 외우면 되는 일이었다. 아마 교과서 역사에 익숙한 대부분의 사람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역사란 ‘써야 할 것’이라기보다 ‘읽어야 할 것’이고, 읽어야 할 역사는 곧 암기해야 할 정보다. 신라는 당나라와 연합을 맺어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켰고, 이순신은 노량해전에서.. 2025. 7. 11.
[청년 사기를 만나다] 유협열전(游俠列傳) : ‘나’를 위한 자존적 투쟁 유협열전(游俠列傳) : ‘나’를 위한 자존적 투쟁 규창(고전비평공간 규문)1.불온한 이들을 기록하다 《사기(史記)》를 읽다 보면, 놀라운 영웅담을 만날 수 있다. 《논어(論語)》에서 제자들과 배움을 일상으로 삼았던 공자가 제자 자공을 사신으로 보내 전국을 좌우하는 낯선 모습을 볼 수도 있고[〈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 13년간 홀로 서쪽을 떠돌았던 장건[대원열전(大宛列傳)]의 소설 같은 모험담도 읽을 수 있다. 그런 반면, 이걸 공식 역사책에 기록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불온’한 이야기들도 있다. 특히 〈유협열전(游俠列傳)〉이 그렇다. 내가 생각하기에, 〈유협열전〉은 《사기》의 모든 기록 중에서 가장 불온한 이야기인 것 같다. 유협(游俠)에 대한 사마천의 기록은 그 자체로 당대 한나라의 폭력성을 고.. 2025. 6. 20.
[청년 사기를 만나다] 역사는 질문이다 역사는 질문이다 규창(고전비평공간 규문) 1. ‘열전(列傳)’, 미시적 욕망의 파노라마 여느 역사서가 그렇듯 사마천의 《사기(史記)》도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다룬다. 이 인간들의 이야기는 ‘본기(本紀)’, ‘세가(世家)’, ‘열전(列傳)’으로 분류된다. 제왕들의 이야기인 ‘본기’는 고대에서부터 사마천이 살았던 한(漢)나라 무제(武帝)에 이르기까지를 하나의 시간으로 연결했다. 제후들의 이야기인 ‘세가’는 ‘본기’가 포괄하지 못한 동시대를 공간적으로 확장했다. 독특한 것은 ‘열전’이다. 제왕이나 제후는 아니지만 그들만큼 중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할 수 있는데, 도대체 무엇을 왜 기록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열전’이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은 누구이며, .. 2025. 5. 16.
[청년 사기를 만나다] 역사, 천 개의 길을 품은 대지 역사, 천 개의 길을 품은 대지 규창(고전비평공간 규문)1. 순수한 것은 없다 나는 역사를 공부한다. 되도록이면 또래들과 역사를 함께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내 또래들에게 역사는 그렇게 인기 있는 분야가 아니다. 왜 그럴까? 사실 나 또한 ‘역사’에 시큰둥했다. 돌이켜 보면, 무조건 암기해야 된다,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고리타분하다 등등의 인식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유명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격언에 대해서도 유통기한이 지난 민족주의적 발언 정도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역사에 관심이 없다고 말할 때는 이미 어떤 ‘역사’가 전제돼 있다. 청년들이 ‘역사에 관심이 없다’고 할 때의 ‘역사’란 일반적으로 ‘한국의 역사’이고, ‘우리 민족의 역사’다. 학교에서 공부한 역사는 .. 2025.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