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약선생의 도서관40 뤼시앵 페브르, 『마르틴 루터 한 인간의 운명』- 자기 밖으로 나가기 뤼시앵 페브르, 『마르틴 루터 한 인간의 운명』자기 밖으로 나가기 내 고조할아버지 이야기다. 고조할아버지는 꽤 활동적이셨는지, 마을 다반사를 거의 도맡아 하셨다. 하지만 뭐든 많아지고 커지면 나쁜 일이 생기는 법. 몇 가지 일로 주변과 크게 다투게 되었다. 땅 문제가 꼬이면서 이웃친척들과 큰 사달이 나고 만 것이다. 그 사달이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급기야 할아버지는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그러나 급하게 도망쳐 나왔지만, 사실 그 즈음 갈 곳은 마땅치 않았다. 사방이 산과 바다로 막혀 있는 섬이라 섬 밖으로 나서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고, 더군다나 섬 공동체들의 네트워크는 매우 촘촘했기에 섬 안에서는 어디 도망가더라도 잡혀오기 십상이었다. 나오자마자 막다른 곳에 서 있는 셈이었다. 도무지.. 2017. 11. 14. 미셸 푸코, 『주체의 해석학』 단 한번도 되어 본 적 없는 자기가 되기 미셸 푸코, 『주체의 해석학』푸코와 마르크스 알튀세르가 1964년 『자본론을 읽자』에서 푸코에 대해 이렇게 경의를 표한다. “인식의 저서들을 독서하는 데 있어서 우리의 길잡이가 되었던 거장들, 즉 과거에는 가스통 바슐라르와 카바이에스이며 오늘날에는 조르주 캉길렘과 미셸 푸코인 그들” 알튀세르는 자기 제자였던 푸코의 책들을 ‘개척자적 작품’ 또는 ‘해방의 작품’이라고 극찬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알튀세르는 “그는 내게서 차용한 의미나 용어들이 그의 사상과 붓 아래에서 나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어떤 것으로 변형되었다”고 가벼운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사실 푸코는 평생 알튀세르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자제했다. 어쩌면 말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알튀세르는 푸코의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대단.. 2017. 10. 31. 퀑탱 메이야수, 『형이상학과 과학 밖 소설』- 과학 밖 세계, 과학 밖 서사 과학 밖 세계, 과학 밖 서사퀑탱 메이야수, 『형이상학과 과학 밖 소설』 우리는 흔히 ‘공상과학소설’이라고 부르는 장르를 잘 알고 있다. 그것은 공상적인 모험담에다 과학 지식을 버무려서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을 이른다. 우리는 보통 그것을 영어 약칭인 SF(Science Fiction)라고 부른다. 이제는 SF가 소설에만 한정되지 않고 여러 분야로 다양하게 퍼져 나가 있다. SF 소설, SF 영화, SF 드라마, 그리고 심지어 SF 연극도 있다. 게임의 영역은 그 자체가 SF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나도 SF 형식에 담긴 작품들에 푹 빠져서 그런 장르만 찾아보기도 했다. 예를 들면 『배틀스타 갤럭티카(Battlestar Galactica)』, 『센스 8(Sense 8)』 같은 드라마는 한동안 내 .. 2017. 10. 10. 탈레스 외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 소크라테스 이전, 그 오래된 현대 탈레스 외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소크라테스 이전, 그 오래된 현대 니체는 그리스인들이 철학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고 하면서, 그러다 보니 ‘철학자의 유형’을 창조했다고 극찬했다. 우리가 이미지로 떠올리는 철학자는 모조리 그리스인들이 창조했다는 말이다. 오로지 앎을 위해서만 삶을 영위하는 유일한 인간으로서 ‘철학자의 유형’. 제왕처럼 당당한 헤라클레이토스, 우울하게 신비로운 입법자적인 피타고라스....... 영화 포스터의 광고 문구처럼 니체가 묘사한 그리스 철학자들은 어쩐지 장르영화의 주연배우와도 같다. 그러나 이들의 글은 대부분 소실되었다. 니체도 이 부분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이 독창적인 철인들의 저작의 대부분을 우리들 손아귀에 쥐고 있지 못한 덕분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 2017. 8. 22. 이전 1 2 3 4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