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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의 독국유학기] 미친 인간들의 안전한 파티 미친 인간들의 안전한 파티 나의 셰어하우스에는 풀타임 직장인이 두 명 있다. 그들은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다. 그들은 거의 홈 오피스를 해서 집에서 자주 보이지만 늘 지쳐있고, 하루만 사무실에 다녀오는 날에는 진을 다 빼고 온다. ‘일하기’는 중요하지만 앞으로 남은 모든 날을 이렇게 하루하루 진을 빼며 사는 것인가 가늠해 보기 시작하면 주 4일제 실현이 간절해진다. 이들이 일만큼 열심히 하는 것이 있다면 저녁에 부엌에 둘러앉아 담배를 물고 진토닉을 마시기 시작하다가, 주방에 있는 큰 스피커에 노래를 연결해 테크노 음악을 틀기 시작한 후 자정쯤 파티에 가거나, 지하실에 내려가 디제잉을 하며 파티를 벌이는 것이 있다. 매주 서너 병의 진을 사와 자신들이 다 마신 사실을 잊고 그 술들이 다 어디 갔냐고 .. 2025. 4. 30.
[메디씨나 지중해] 첫 번째 수술실 첫 번째 수술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나는 처음으로 수술실에 들어갔다. ‘외과학의 기본’이라는 수업의 실습 파트를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이론 수업은 진작 끝났지만, 한 번에 소수의 학생만 받을 수 있는 병원 사정 때문에 실습은 일 년 동안 천천히 진행되었다. 어쩌다보니 나는 모든 학생들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수술실에 들어간 사람이 되었다. 내가 배정받은 과목은 복벽(Abdominal wall)이었다. 주로 탈장이나 복막에 생긴 종양을 다룬다. 이왕이면 ‘간담췌’나 ‘위장’ 쪽을 보고 싶었지만, 몸 안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 있는 장기는 관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듣자 오히려 복벽 수술을 보는 게 더 잘 된 일이다 싶었다. 외래진료는 몇 번 참여해본 적이 있지만 수술실에 들어가려니 긴장도가 남달랐다.. 2023. 11. 27.
[복희씨가들려주는동의보감이야기] 정(精) 부족 인생의 고달픔이여~ 정(精) 부족 인생의 고달픔이여~ 정이란 무엇~~일까? 주는 걸까, 받는 걸까, 받을 땐 꿈속 같고 줄 때는 안타까워. 정을 쏟고 정에 울며 살아온 살아온~~~ ‘정(精)’에 대해 글을 쓰려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입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원래 혼자서 콧노래를 잘 흥얼거린다. 물론 조용필도 좋아한다.) 그러다가 문득 나야말로 정을 쏟고 정에 울며 살아온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노래에서 말하는 정은 초코파이 정(情)이고, 내가 말하는 정은 흔히 정액으로 알고 있는 이 ‘精’이다. 그런데 글자를 ‘精’으로 바꿔도 노랫말이 우리네 인생살이의 고달픔을 드러내는 데에 전혀 어색함이 없다. 신기할 정도로 딱 들어맞는다. 실제로 섹스에 탐닉해서 시도 때도 없이 정(정액)을 .. 2022. 11. 22.
[복희씨가들려주는동의보감이야기] “바보야, 문제는 리듬이었어!” “바보야, 문제는 리듬이었어!” 몸은 ‘오랫동안’을 싫어한다 양성의 도는 오랫동안 걷지도 말고, 오랫동안 서 있지도 말고, 오랫동안 앉아 있지도 말고, 오랫동안 누워 있지도 말고, 오랫동안 보지도 말고, 오랫동안 듣지도 말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수명을 단축시키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허준, 『동의보감』, 동의문헌연구실 옮김, 법인문화사, 2012, 215-216쪽) 이 글을 읽자마자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좀 일어나서 움직이세요. 그러다 진이 다 빠질 것 같아요.” 연구실 공부방에서 함께 지내던 학인에게 자주 했던 말이다. 그분은 한 번 책상 앞에 앉으면 보통 한두 시간은 앉아 있다. 처음에는 집중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왠지 저런 자세로 오래 있으면 안 될 것 .. 2022.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