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원한다면 조르바처럼
나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라는 인물이 궁금했었다. 그는 어떻게 이런 책을 써서 나에게 자유로움과 활기와 설렘을 주는 것일까? 일상에서 찌들고 무기력한 나는 『그리스인 조르바』만 읽으면 갑자기 즐거워지고 수다스러워지고 피곤해서 가물거리던 눈에 생기가 돈다. 특히나 그의 묘비명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를 만났을 때 어쩜 이렇게 당당하게 외칠 수 있을까? 정말 부럽다, 대단하다! 라는 감탄사와 함께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가족, 직장에 얽매여있는 삶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 부산을 떠나왔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달성하고 목표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집이든 직장에서든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나를 아프게 했다. 그런 삶을 공부로 변화하고 싶어서 떠나왔지만 오래 묵은 습관은 여기 감이당에 와서도 여전했다. 더 잘하려고 혼자 경쟁하고 공부에 대한 결과를 빨리 내어서 가족들과 학인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어느덧 초심은 사라졌다. 하루하루가 지치고 힘들고 어깨는 더 무거워지고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 찬 나날들이 되어갔다.
그나마 여행을 떠나면 인정받고 싶은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 같았다. 일단 나 자신이 경쟁 구도로 만들어 놓은 일상을 도망치듯 벗어나 전에 보지 못했던 풍경과 햇빛과 공기와 사람들을 만나면 자유로웠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낯선 풍경에서 내 얼굴빛은 생기가 돌고 표정이 밝아지고 가슴 벅찬 행복을 느꼈다. 그렇게 몇 번의 여행들은 일상에서 얻지 못했던 새로움과 큰 기쁨을 나에게 선사했다.
그런데, 카잔차키스를 만나고 그의 여행을 살펴보니 현재의 욕망을 외면하고 휴식을 취하듯 일상을 탈출하는 나와 무척 달랐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던 해부터 74세로 죽을 때까지 거의 50년 동안 여러곳을 여행했다. 삶 자체가 길 위의 삶이었다. 자신의 여행을 “순례”라고 부르며 “내 삶을 풍요롭게 해준 것은 여행과 꿈이다”라고 말했다. 길을 가면서 심연 깊숙한 곳에 묻혀있는 자신을 토해내며 끊임없이 질문하며 걸어가는 사람이었다.
그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그의 여행과 삶의 철학을 보여준다. 길 위에서 낯선 떠돌이 조르바를 만나서 동행하고 우정을 나누고 서로에 대해서 질문한다. 그리고 자유에 대해서, 인간에 대해서, 자연에 대해서, 신에 대해서, 전쟁과 죽음에 대해서 서로 묻고 대답하고 먹고, 마시고, 걸어간다. 그리고 “자유를 원하는 자만이 인간”이라고 말한다.
아! “자유”라는 단어가 그를 평생 질문하게 했다. 끊임없이 구도의 길로 가게 했었다. 그리고 평생을 찾아다녀도 만날 수 없었던 사람, 활기차고 유쾌하며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 조르바”를 만났다. 그리고 “조르바라는 학교”에 들어가서 진정한 알파벳을 배우고 몸과 영혼이 합체되는 것을 깨닫고 구원을 받았다.
나는 카잔차키스의 여행기에서 “자유”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자유로운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소망으로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려 한다. 나도 내안에서 일어나는 욕망을 피하지 않고 용기를 가지고 당당히 맞서보자. 지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지? 끈질기게 나에게 물어보자. 유쾌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조르바처럼 자유, 활기, 용기를 외치며 매일 만나는 길 위에서 즐겁고 유쾌하게 일상을 여행하는 여행자가 되어 보자! 끝.
글_한정미(감이당 토요 장자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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