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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카프카와 함께22

관찰이 아니라, 삶을! 관찰이 아니라, 삶을! 최후의 예술을 꿈꾸며 카프카는 자신의 삶을 ‘탄생을 앞둔 긴 망설임’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긴 망설임의 ‘끝’을 무엇이라고 보았을까요? 카프카의 건강은 1920년 무렵부터 점차로 나빠졌습니다. 그는 1924년 6월, 3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요, 마지막에는 후두에까지 번진 결핵 때문에 마시지도 말하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육신의 고통도 그의 글쓰기를 막을 수 없었어요. 사실, 카프카는 언제나 그랬습니다. 좋은 음식과 충분한 휴식보다는 불면의 밤이야말로 그의 양생법! 밤을 낮 삼아, 글쓰기의 고통을 양식 삼아 쓰고 또 썼던 카프카. 펠리체 바우어와의 이별을 결심하고 쓴 편지 한 자락을 보면, 그가 살아가는 이유는 오직 글쓰기.. 2018. 7. 19.
카프카 읽기 - 시간의 미로, '지금'의 폭발 시간의 미로, '지금'의 폭발 허무를 향해 쏘아올린 화살 고대 그리스인들은 서양의 전통적 시간표상을 규정했습니다. 그들은 시간을 점들이 무한히 이어진 양적인 연속체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원환(圓環)으로 표현했지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학』에서 시간을 ‘이전’과 ‘이후’에 따라 측정되는 운동 지수로 규정했습니다. 시간이 기하학적 점과 유사한 비연장적인 시점(지금)으로 나뉨으로써 연속성을 보장받는다고 본 것이지요. 여기에서 시점은 그 자체로 시간 연속성의 지표가 됩니다. 과거와 미래를 결합하는 동시에 분리시키는 순수한 경계로서 말이예요. 이후 서양에서는 그리스적 원환을 대신하여, 직선으로 구현된 기독교적 시간 이미지가 나타났습니다. 이제 시간은 창조로부터 종말로 향해가는 비가역적 연속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8. 7. 5.
카프카, 법의 힘 카프카, 법의 힘 카프카의 작품 세계를 단 한마디로 요약해본다면? ‘법 앞에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남긴 미완의 세 장편은 모두 한계의 문턱 앞에서 자기 운명을 시험하는 K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지요. 또한 그가 쓴 일기, 단편, 편지 등 많은 글이 철저하게 ‘할 수 있음과 없음’, ‘들어갈 수 있음과 없음’이라는 상황 자체를 화두로 삼고 있습니다. 주어진 삶, 허락된 생활에 대한 철저한 인식. 카프카는 아버지와 아들, 학교와 회사, 사무실과 침실, 낮과 밤, 먹음과 굶음, 심지어 생과 사처럼 당연해 보이는 모든 경계가 실은 다만 그렇게 보일뿐인 ‘법’이라며 의심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문학은 법의 한계를 문제삼는 일에 집중합니다. 카프카에게 법이란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요? 그는 왜 삶의 온갖 경.. 2018. 6. 21.
아버지,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 카프카의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아버지,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카프카의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당신의 겨울 왕국 “나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처럼 혹한의 세계에서 살고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는 에스키모인처럼 삶의 바탕도, 모피도, 또다른 생존 수단도 갖고 있지 않아요. 그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는 모두 벌거벗은 몸이죠. 오늘날 가장 따뜻하게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양의 탈을 쓴 늑대들뿐이에요. 그들은 아무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그들은 꼭 맞는 옷을 입고 있죠.”[구스타프 야누흐, 『카프카와의 대화』] 카프카는 프라하에서의 삶이 혹한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사막의 재칼들이 아랍인을 잡아 죽이겠다고 시뻘건 눈을 번뜩이며 돌아다니는 것처럼, 도시의 거리 곳곳에서는 체코 민족주의와 독일 민족주의, 시오니즘 각각이 순결한 땅을 갖겠다며 서로를 .. 2018.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