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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796

[아기가 왔다] 강아지풀 세 개 강아지풀 세 개 요즘 딸과 함께 산책을 나가면, 아빠는 강아지풀을 찾느라 여기저기 두리번 거린다. 딸이 집을 나서면서부터 강아지풀을 찾아달라고 몸짓, 손짓, 이상한 소리를 섞어가며 요구하기 때문이다. 얼른 찾아서 손에 쥐어줘야 좀 편하다. 그런데 문제는 어째서인지 아파트 단지 안에는 강아지풀이 없다. 그리하여 가로수가 있는 대로변으로 나가야 한다. (또 한번) 어째서인지 강아지풀은 대로변 가로수 아래에 많다. 강아지 풀을 발견해서 하나를 뽑아주면, 딸은 손가락 세 개를 편다. 세 개를 달라는 말이다. 얼마 전까진 두 개로 만족했는데, 어느 순간 '세 개'를 배우더니 그 다음부터는 기본이 세 개가 되었다. 두어 개 찾아서 뽑아주기도 힘든다. 네 개가 되면 어찌하나 싶다. 2019. 7. 19.
[소세키의질문들] 『우미인초』 현대문명의 사랑법 독립적인 여성이 설 곳은 어디인가? 『우미인초』 현대문명의 사랑법독립적인 여성이 설 곳은 어디인가? 1. 결혼할 남자를 선택할 자유가 있을까? 『우미인초』는 소세키가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아사히신문사의 전속작가가 되어 처음으로 신문에 연재한 소설이다. 대중매체에 선보이는 첫 소설인 만큼 보편적인 대중성을 실험하는 작품이었다. 우미인초는 항우의 애첩이었던 우희가 자결한 후 무덤 앞에 핀 양귀비꽃이다. 경국지색을 상징하는 지극히 아름답고 고혹적인 꽃이다. 이 소설에서 새빨간 양귀비꽃에 해당하는 매력적인 도도녀는 후지오다. 그녀는 화려한 미모와 영리한 머리를 자랑한다. 자존심은 하늘을 찌른다. 화술도 뛰어나다. 후지오는 병오년 생 말띠 여자로 그려졌다. 예로부터 말띠 여자는 날뛰는 말 같아서 남편을 이겨먹는 드센 여자의 상징이다. 한마디로 후지오.. 2019. 7. 17.
사악한 책, 모비딕 는 감이당 대중지성에서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학인들께서, 각자가 쓰고 싶은 고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코너입니다. 왜 그 고전에 끌렸는지, 그 고전을 사랑하게 되었는지가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짧지만 강렬하게 펼쳐집니다. 고전평론가가 되기 위한 첫발을 내딛는 이 여정에 여러분의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사악한 책, 모비딕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르는 이 기묘하고도 복잡한 사태에는 우주 전체가 어마어마한 규모의 장난이나 농담으로 여겨지는 야릇한 순간이 있다.허먼 멜빌, 『모비딕』, 작가정신, 291쪽 문득 우주 전체가 내게 장난을 치거나 농을 건네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내게는 이 글을 쓰는 지금이 그러하다. 어쩌다 을 만났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이 책을 만나기 전에 2년.. 2019. 7. 15.
[아기가 왔다] 만들기는 언제쯤? 만들기는 언제쯤? 요즘 우리 딸이 가장 즐겨... 한다기 보다는 할 때 가장 즐거워 하는 놀이는 아빠가 쌓아 놓은 컵을 발로 차며 부수는 놀이다. 아빠는 동심으로 돌아가, 컵 쌓기에 몰두를 하는데, 이렇게도 만들고, 저렇게도 만든다. 나는 컵을 쌓아 만드는 것 자체에 큰 즐거움을 느낀다. 어릴 때는 집에 있는 카세트 테이프를 이용해서 성도 만들고, 벽도 만들고 그랬다. 우리 딸은 언제쯤 부수는 것 말고 만드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을까. 그때가 되면 정말, 방 하나 가득 딸과 아빠가 만든 것들로 채우고 싶다...만, 기대하지 말아야겠지. 뭐 어쨌든, 아빠는 지금도 좋다. 와르륵 무너지는 컵들을 보며 꺄르륵 웃는 것으로도 충분히, 넘치도록 만족한다! 2019.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