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나의 고전분투기36 성誠 - 진실 되고 망령됨이 없는 것 성誠 - 진실 되고 망령됨이 없는 것 1. 상(常)과 시(時)의 모순적 관계 『중용』의 주제는 단연 성(誠)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게 성(誠)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가장 어려운 개념 중의 하나였다. 글자의 뜻은 진실함, 성실함을 의미하기에 지금도 가치 있는 의미들이지만 어쩐지 통념적이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해서였다. 그런데 철학자 이진경의 김시종 시인에 대한 강의를 듣고 김시종의 시집을 읽으면서 그동안 끙끙거리던 성(誠)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진경이 “어긋남의 존재론”이라 명명한 김시종의 시(詩)들에서 그가 즐겨 쓰는 시어인 “산다(~生きる)”가 『중용』의 핵심 개념인 성(誠)에 겹쳐졌던 것이다. 이 글은 그 덕분에 쓰게 된 글이다. 성(誠)이라는 개념은 『중용』 16장, “은미한 것이 .. 2017. 1. 26. 치곡(致曲), 한 귀퉁이에 정성을 다한다 치곡(致曲), 한 귀퉁이에 정성을 다한다 조류독감(AI) 때문에 계란 파동이 났다. 한판에 3000원 남짓하던 계란이 1만원이 넘는다고 하지만, 생협의 계란가격은 그대로다. 그렇다고 지금 생협의 계란 가격이 시중보다 더 싼 건 아니다. 생협 계란은 원래 비쌌다.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생협에서 식재료를 공급받는다. 그 이유들에는 편리함과 식재료의 질도 포함되지만 땅을 지나치게 황폐화시키지 않는다는 것과 동물복지도 훨씬 믿을만하다는 약간의 위안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식재료의 가격등급이 환기시키는 식재료의 불평등의 문제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가령 똑같은 생협 유정란이어도 non-GMO 계란은 더 비싸고, 유정란은 시중에서 파는 계란보다 질은 좋지만 훨씬 비싸다. 나는 좋은 식재료를 포기하.. 2017. 1. 12. 공자의 정치학 ④ - 수 없는 실패의 길 공자의 정치학 ④ - 수 없는 실패의 길 지난 연재(바로가기)에서 나는 공자가 제시한 9경(九經)의 핵심을 “기쁘게 하라”라고 읽었는데 그것이 과도한 해석은 아닐까 조금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논어』 자로편에서 공자가 직접적으로 그렇게 이야기 하는 구절을 찾았다. 초나라 대부 섭공(葉公)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말한다. “근자열(近者說) 원자래(遠者來). 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하고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오게 하는 것입니다.” 멀리 있는 사람이 그 나라로 찾아오는 것은 좋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공자의 이 대답 역시 한마디로 하면 “기쁘게 하라”이다. 사실 기쁘게 해주는데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 최고의 정치 지도자가 이렇게만 해 준다면 정말 모든 것이 만사형통일 것이다. 과연 모두.. 2016. 12. 29. 공자의 정치학③ - “기쁘게 하라” 공자의 정치학③ - "기쁘게 하라" 공자는 정치에 대해 묻는 애공에게 치국지도(治國之道)의 9개 원칙과 효과,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구경(九經)과 그 효과를 살펴보자.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데는 아홉 가지 변치 않는 도리(九經)가 있습니다. 수신(修身), 존현(尊賢), 친친(親親), 경대신(敬大臣), 체군신(體群臣), 자서민(子庶民), 래백공(來百工), 유원인(柔遠人), 회제후(懷諸候)입니다. (凡爲天下國家 有九經曰 修身也 尊賢也 親親也 敬大臣也 體群臣也 子庶民也 來百工也 柔遠人也 懷諸候也)수신(修身)하면 도(道)가 바로 섭니다. 존현(尊賢)하면 의혹됨이 없습니다. 친친(親親)하면 일가친척이 원망하지 않습니다. 경대신(敬大臣)하면 나라 일에 혼란이 생기지 않습니다. 체군신(體群.. 2016. 12. 15.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