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1199 [읽지못한소설읽기]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도 슈사쿠, 『바다와 독약』, 박유미 옮김, 창비, 2014. 지난번에 『침묵』(링크)을 읽고서, 엔도 슈사쿠의 소설을 한권 더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삶의 무근거성 아래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묻는 그의 문제의식이 좋았다.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모든 것이 결국엔 부패하기 마련이고, 부패하는 가운데서 이전과 다른 무언가가 생겨나는 것이라는 그의 답이었다. 요컨대 그것은 인간의 삶이 놓일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조건을 드러내 보여주는 일이다. 『바다와 독약』도 거의 비슷한 문제를 다룬다. 다만 여기에서는 좀 더 포커스가 좁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결국엔 모두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것, 바로 ‘죄’의 문제다. ‘죄’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사.. 2023. 10. 13. [기린의 걷다보면] 이 여름의 끝, 걷기의 단상들 이 여름의 끝, 걷기의 단상들 한 여름 걷기의 맛 8월 내내 둘레길을 걸을 엄두가 안 나는 무더위가 계속 되었다. 근데 올해 여름이 제일 시원할 수도 있다니 걱정이다. 그래도 누가 같이 걷자고 하면 마음이 달라졌다. 그래서 경기옛길 영남길 4코스도 걸었고, 서울 둘레길 1코스도 걸을 수 있었다. 이 코스들은 모두 산을 오르내리며 걷는 코스였다. 영남길 4코스는 용인 동백 호수 공원에서 석성산 정상을 통과하는 길이고, 서울 둘레길은 수락산 둘레를 걸었다. 그래서 한 여름이라도 숲 속을 통과하는 길이라 정수리로 내리꽂는 땡볕은 피할 수 있었다. 석성산 코스는 정임합목 하우스와 함께 걸었다. 471 미터 고지정도 되지만 동백동쪽 등산로는 산세가 가파르고 거대한 경사면의 암벽 길까지 타고 올라야 하는 코스였다... 2023. 10. 12.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라퓨타 : 사랑하는 사람만이 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날 수 있다 작은 비행기의 큰 꿈 미야자키의 탈것 사랑은 유명하다. 작품마다 독특한 탈것이 등장해서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그중 《라퓨타》를 고려해 비행기 종류만 몇 개 떠올려보자.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서는 일 년 내내 바람이 그치지 않는 덕분에 주민들 전부가 작은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데, 그 이름이 독일어로 갈매기라는 뜻인 ‘메베’이다. 메베는 이륙과 가속에는 소형 제트엔진이 필요하지만 일단 날기 시작하면 바람에만 의지하게 된다. 메베는 언제든지 날아오를 수 있도록 평소 바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풍향탑’에 주차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일인용인데 둘까지는 탈 수 있어서 나우시카는 페지테의 왕자 아스벨을 태웠었다. 이 작고 매끈한 선체는 나중에 《바람이 분다》의 도입부에 지로의 꿈.. 2023. 10. 10. [이여민의 진료실인문학] 두통, 자기 탐구의 기회 두통, 자기 탐구의 기회 여름휴가를 이용하여 7일 동안 명상센터 봉사를 다녀왔다. 수련생 70명의 식사 준비를 하는 부엌 봉사 팀에서 일했다. 부엌 팀 6명의 봉사자 중에서 키가 크고 다부진 체격을 가진 28살 청년이 밥과 죽을 담당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일을 끝내면 누구나 힘들어하는 설거지를 말없이 와서 도와주곤 해서 팀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말수가 없던 그가 5일째 아침에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유는 ‘특발성 국소 두통’의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청년은 두통이 심해서 1년 전 대학병원에서 종합검사를 했다고 한다. 뇌 CT도 이상이 없었고 정신과에서도 특별한 소견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는 원인도 모르는 심한 두통에 시달리며 고통을 받았고 진통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었.. 2023. 10. 6. 이전 1 ··· 33 34 35 36 37 38 39 ··· 30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