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허, 이놈이!
'아기가 왔다'라고 써 놓고 보니 과연 우리 딸을 여전히 '아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든다. 아직 36개월도 안 되었으니 '아기'라면 아기지만, 덩치만 놓고 보자면 아직도 말을 잘 못하는 게 이상할 정도다.
우리 딸이야 원래 아빠가 하는 행동을 다 따라하는 편이었지만 두어달 전만 하더라도 신체능력의 한계(팔이 짧다든가, 점프를 못한다든가, 옆으로 걷기를 못한다든가 그런 것들)로 잘 따라하지 못하는 것들투성이였다. 뒷짐지고 걷기도 그랬다. 걸음을 막 배우던 때에는 양팔이 균형 잡는 데 동원되어서 못 따라하고, 잘 걷게 된 다음에는 걷는 법을 잊은 듯 뛰어다니느라 못 따라했다. 이제는 아빠가 뒷짐을 지고 걸으면 저도 따라 뒷짐을 진다. 건방지게.
그래서 아빠는 요즘 부쩍 조심하게 된다. 딸 앞에서는 의자를 밟고 올라 물건을 꺼내는 일도 삼간다. 내가 좀 심한가... 싶지만 그래도 그래야 안심이 된다. 며칠 전 딸이 큰 소리로 "야"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친구가 하는 대부분의 말이 '야'의 변형이기는 하지만, 혹시나 운전 중에 아빠가 하는 말을 따라하는 건가 싶어 말도 조심하게 된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아기가 상전이다. 앞에 서면 몸가짐, 마음가짐을 조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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