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드라망의 새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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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서 온 편지] 지구별 여행자들
지구별 여행자들 강가에나무(마산토박이)친구 어머니가 입학 선물로 주신 과일나라 로션을 꼼꼼히 바르고, 어디선가 물려받은 교복을 말끔히 다려입었다. 시간 절약을 위해 기찻길로 걸어가기로 했다. 양 선로를 잇는 오래된 침목에 구두가 닿을 때마다 귀에 거슬리지 않을 만큼의 또각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경쾌하게 들려왔다. 아버지가 구두약으로 닦아주신 덕분으로 새 구두의 둥근 앞코에 은은한 광이 났다. 그 모습이 흐뭇해 기찻길을 걷는 내내 시선은 온통 구두 앞코를 향해 있었다. 기찻길에서 내려와 고려시대 원나라 군사들이 팠다는 우물 몽고정을 뒤로 하고, 오르막길을 올라 학교로 왔다. 고등학교 입학식이 있던 날이다. 보통 인연은 아니었는지 나를 성당으로 인도해 준 뒷집 친구와 같은 학교에 입학해 한 반이 되었다. 그..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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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노래] 그러니까 우린 이제 못 헤어져 ― 요라텡고(Yo La Tengo)의 "Stockholm Syndrome"
그러니까 우린 이제 못 헤어져 ― 요라텡고(Yo La Tengo)의 "Stockholm Syndrome" 정군(『세미나 책』 저자) 예전 글들에서 몇차례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리스너로서 내 감수성의 본령은 무엇보다, ‘락’이다. 처음 음악을 듣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쭉 그랬다. 다 때려부술 듯 쿵쾅거리는 메탈부터, 쿵작거리는 리듬을 끝도 없이 쏟아내는 로큰롤까지, 나는 처음부터 그 음악이 좋았다. 그런데 정작… 요즘은 그런 음악을 실제로 거의 듣지 않는다. 가끔 운전할 때, 오아시스나 매드체스터 플레이리스트를 ‘그냥’ 트는 정도를 제외하곤 말이다. 요즘은 주로 클래식이나 재즈, 가사가 없는 전자음악, 씨티팝 기타 등등을 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락’은 ‘좋은 것’ 아니, ‘최고의 것’이라는 등식을..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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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문장] “해야 할 일 좋아하면 성공하고 해야 할 일 싫어하면 파멸한다”
“해야 할 일 좋아하면 성공하고 해야 할 일 싫어하면 파멸한다” “이 내용들을 보면서 두 번 놀랐다. 먼저 내용이 너무 평이해서 놀랐다. 첫번째 파멸의 문도 그랬지만, 위의 내용들 역시 특별한 구석이 전혀 없다. 그러니 이런 기본기가 무너지면 파멸의 문이 열린다는 건 실로 지당하다. 한데, 달리 말하면, 그것들이 그만큼 지키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게 두번째 놀라움이었다. 진실한 것, 늙은 부모를 부양하는 것, 술과 도박에 빠지지 않는 것, 인색하지 않은 것 등등.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황금을 쌓아 놓고 혼자 좋은 음식 먹는다’는 대목에선 웃음이 빵 터졌지만, 실제로 이런 유형의 인색한들은 우리 주변에도 많다. 거액의 자산을 가지고도 친지들한테 밥 한 끼 대접할 줄 모..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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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리뷰] 『숫따니빠따와 마음의 지도』, 들을 수 있는 몸이 될 때까지
『숫따니빠따와 마음의 지도』, 들을 수 있는 몸이 될 때까지 박장금(하심당)『숫따니빠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의 저자와 15년 넘게 함께 공부하며 그의 글과 말을 들어왔다. 지금은 그 곁을 떠나 독립한 지 3년째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 일은 내게 조금 특별하다. 오래전 읽었던 경전을 다시 읽는 일이면서, 오랫동안 스승으로 들었던 한 사람의 말을 이제는 한 권의 책을 쓴 저자의 목소리로 다시 듣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제야 들리는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며 유독 ‘길’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나이가 들면 고민이 줄어들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살아갈수록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를 알게 된다. 원하는 대로 통제하려 할수록 괴롭고, 이제 좀 알..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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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백 만들러 오세요! 실과 바늘 다 준비했습니다! 책만 들고 오셔요!_ 『숫따니빠따와 마음의 지도: 고미숙의 붓다 칼럼』 출간 기념 이벤트
그물백 만들러 오세요! 실과 바늘 다 준비했습니다! 책만 들고 오셔요!_ 『숫따니빠따와 마음의 지도: 고미숙의 붓다 칼럼』 출간 기념 이벤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고미숙의 붓다 칼럼 『숫따니빠따와 마음의 지도』 출간을 기념해 북드라망이 조금 색다른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바로바로 책을 함께 읽는 대신, 책을 담을 가방을 함께 뜨는 이벤트, 이름하여 ’숫따-그물백’ 함께뜨기!입니다. 뜨개질을 잘해야 하느냐고요? 아닙니다. 난생처음 뜨개질을 처음 해보는 분도, 오랜만에 바늘을 잡는 분도 함께할 수 있습니다. 뜨개질할 바늘과 실은 저희가 준비합니다. 딱 한 가지, 『숫따니빠따와 마음의 지도』 한 권만 들고 오세요. 두 시간 동안 함께 코를 만들고, 뜨고, 풀고, 다시 뜨다 보면 책 한 권이 쏙 들어가는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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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리뷰] 슬퍼하고 체념하는 대신 질문하라
슬퍼하고 체념하는 대신 질문하라 이하늘(고전비평공간 규문)우리는 무엇을 원하는 걸까 내 친구 S는 2년여 간의 고된 공부 끝에 공무원에 합격했다. 여기서 ‘고되다는 말’은 공부 자체를 말하기도 하지만, 거의 아무와도 연락하지 않은 채 집에만 틀어박혀 공부에만 전념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로서는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고 거의 고행(?)에 버금가는 수험생활을 할 자신이 없기에 그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언제나 적당히 일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면서 게임, 탁구, 풋살 등 각종 취미생활을 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연애도, 결혼도, 인생의 큰 목표도 딱히 필요 없이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만 있으면 된다는 뜻이었다. 그런 그에게 공무원은 가장 적합한 직업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 ..
2026.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