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드라망의 새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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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이야기] 베를린, “옆에 옆에” 놓인 시간들
베를린, “옆에 옆에” 놓인 시간들Yeonju(인문공간 세종)베를린은 금·토·일, 짧은 주말 여행이었다. 온도는 영상 1도였는데 매서운 바람 때문에 감히 사진을 찍을 엄두가 잘 나지 않았다. 손을 꺼내는 순간부터 손끝이 먼저 굳는 느낌. 도시를 걷는 내내 “춥다”가 제일 앞에 있었고, 이상하게도 그 추위가 베를린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베를린에서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꽂힌 건, 장소가 아니라 숫자였다. “30%.” 나치는 1932년 선거에서 겨우 30%대 지지를 받았고, 다수당이 아니었는데도 1933년 1월 히틀러는 총리로 임명되며 권력으로 들어갔다. 그 숫자가 무서웠던 건, ‘충분히 큰 지지’가 아니라 ‘충분히 작아 보이는 지지’로도 시대가 기울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기울어짐이,..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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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방심(求放心)] 사물의 마음을 읽다
사물의 마음을 읽다 혜원(고전비평공간 규문)1. 쓰레기가 되기 위해 태어나다 내가 사는 혜화역 주변은 새벽이면 간판이 번쩍이고 음악이 크게 울리지만, 정작 사람은 거의 없는 가게들로 인해 어딘가 유령도시 같은 기묘함이 감돈다. 그 중심에는 요즘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무인 가챠샵(뽑기 가게)이 있다. 익숙한 캐릭터들이 줄지어 있는 투명한 진열장에 이끌려 코인을 넣고 뽑기를 하는 유혹을 끝내 뿌리치지 못한다. 단 한 번만 하겠다고 마음먹지만, 이윽고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와 원하는 것을 얻기 전까지는 멈출 수 없다는 감각이 나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막상 손에 남는 것은 ‘내가 왜 이런 걸 갖고 싶었지?’ 싶은 피규어와, 그걸 얻기 위해 가열차게 뽑았던 중복 상품들뿐이다. 도대체 뭘 한 걸지? 분명 처음..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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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의 아무이야기] 절하고 싶어, 성당에 갑니다
절하고 싶어, 성당에 갑니다 (아주) 오랜만에 성당에 다시 나가게 된 다음, 제일 먼저 저를 놀라게 한 건 바뀐 기도문이었습니다. 어렸을 땐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였던 것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로 바뀌어 있었고, “거룩하고 공번된 교회”가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로 바뀌어 있었지요.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바뀌었을 테지만 제가 ‘앗! 바뀌었구나!’ 하고 단박에 알아차린 것은 요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다음, 저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저’였습니다. 천주교 미사는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신자들의 널브러짐을 미연에 방지하는데(아닙니다, 아닙니다! 농담이어요!), 그뿐이 아닙니다. 중간 중간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해야 할 경우도 있지요. 을 욀 때도 “깊은 절”을 해..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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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의 온도/ 세미나를 위한 읽기 84책]"분석적 읽기와 비판적 읽기 ― 내러티브 읽기에서 분석적 읽기로"
[목차의 온도/ 세미나를 위한 읽기 84책]"분석적 읽기와 비판적 읽기 ― 내러티브 읽기에서 분석적 읽기로"'목차의 온도'에서 이번에 소개드리는 책은, 정승연 선생님의 세미나 연작 중 『세미나를 위한 읽기 책: 개념부터 흐름 파악까지 인문 고전 읽기』입니다. 인문학 세미나는 보통 세미나 텍스트가 쉽지 않습니다. 무척 어려운 책도 많고, 쉬워 보여도 막상 의미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알 듯 모를 듯한 경우도 적지 않지요. 이 『세미나를 위한 읽기 책』은 바로 이런 인문학 세미나를 처음 경험하며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오늘 같이 살펴볼 목차는 제4장 분석적 읽기와 비판적 읽기 중 '내러티브 읽기에서 분석적 읽기로'입니다. 보통 텍스트를 읽는 방식은 대부분 내러티브 읽기..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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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왜 앙숙이 되었는가? (1): 시오니즘의 태동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왜 앙숙이 되었는가? (1) : 시오니즘의 태동 김기윤(남산강학원) 지금까지 네 편의 가자지구에 관한 컬럼을 쓰는 동안, 아니 내가 가자에 관심을 갖게 된 후부터 줄곧 나를 따라다녔던 물음이 있다. ‘도대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왜 이지경이 된 것일까?’. 중동 역사에 무지한 내가 슬쩍 보아도 이들의 역사적 갈등과 감정의 골이 상당히 깊음을 알 수 있다. 영토, 역사, 종교적 문제가 얽혀있어 딱 봐도 길고 복잡한 이야기일 것 같아 애초에 손댈 엄두조차 내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가자지구의 자립을 위해 표면적인 접근만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의 일에 진정으로 동참하려면 그들이 겪은 일들이 무엇이고 왜 이런 상황을 겪고 있는지를 깊숙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바야..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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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문장] "누구에게나 제 시간의 사다리가 있다"
"누구에게나 제 시간의 사다리가 있다" "누구에게나 제 시간의 사다리가 있다. 볼테르는 예순 살에 칼라스 사건에 관심을 기울이기로 결심하고, 예순여덟 살에 풍자문을 출간한다. 3년 뒤에는 시르방 부부를 옹호하고, 일흔일곱 살에는 그들의 명예회복을 얻어낸다. 말레르브는 일흔두 살에 루이 16세를 옹호한다. 베르디는 여든 살에 를 작곡한다. 버트런드 러셀은 여든아홉 살인 1961년에 핵무기에 반대하는 100인 위원회의 위원으로서 평화시위를 위해 대중에게 길바닥에 앉도록 권유한다. 보르헤스는 브로디의 보고서 서문에 70년을 보내고서야 마침내 자신의 언어를 찾았다고 쓴다."(로르 아들레르, 『노년 끌어안기』, 백선희 옮김, 마음산책, 2022, 86~87쪽) 우리는 삶의 '시간표'를 작성해 놓는 데 익숙하다...
202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