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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501

‘언니’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들 ‘언니’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들 서로에 대한 혐오가 점점 강도를 더해 가는 요즘, 그래서 더 제대로 된 언니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서로에 대한 비난 이전에 제대로 된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또 세상의 반은 여성인데 아직도 여성의 이야기는 스테레오 타입에 머물러 있거나 너무 적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잘 듣기’―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행동인 것 같습니다. 수동적으로 보이지만 아주 적극적 행위인 ‘잘 듣기’를 발휘해 보기 딱 좋은 언니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 세 권을 소개합니다.  * 『막달레나, 용감한 여성들의 꿈 집결지』(이옥정 구술, 엄상미 정리, 봄날의박씨, 2024)  지금은 사라진 용산 성매매집결지 한복판, 화장실도 없는 .. 2024. 7. 18.
‘철학함’이 만드는 세계 ‘철학함’이 만드는 세계 여러분이 알다시피, 말은 자신이 발화하는 것을 변화시킵니다. 덕분에 우리는 언뜻 수수께기처럼 보이는 기호와 의미의 더불어 태어남/인식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애 감정이 오가는 상황 혹은 혁명으로 지칭하는 말보다 앞서서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두 경우에는 입을 열어 말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실제로 일어난 일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말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과도 같은 사람, 그 일의 창시자와도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사랑의 심판대 앞에서든 혁명진압 세력 앞에서든 자기가 만들어낸 그대로 상황을 책임지고 자기가 입 밖에 낸 말의 대가를 치를 자격이 있습니다. 그 말은 말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 장-프랑수아 리오타르, 『리오타르, 왜 철학을 하는가?』, 이.. 2023. 4. 28.
무용한, 그러나 고귀하고도 즐거운 공부하기 무용한, 그러나 고귀하고도 즐거운 공부하기 예술은 무용하다. 무용하니까 예술이다. 사회적으로 강제되는 쓰임에서 풀려나 스스로 고귀해지려는 활동에 전념하는 일이야말로 '주권적 삶'에 걸맞지 아니한가. 단언컨대, 그런 삶이야말로 고유한 색과 향기를 발하는 그림이요, 시요, 멜로디다. 인간에게는 노동과 사회적 가치의 생산 말고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많은 일들이 있다. 공부도 그 중 하나다. 공부는 사회적 코드의 재생산에 복무하지 않는다. 그런 공부라면 그건 노동과 다름없다.(...) 공부든 예술이든 사회와 자본의 획일적 리듬을 벗어날 때만, 또 사회적 가치생산이라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질 때만 힘을 발휘한다. 다수적(지배적) 가치에서 비껴나 다르게 질문하고,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욕망하는 것이 공부요, 예술.. 2023. 4. 18.
사심 없이, 허세 없이, 편견 없이 읽기 혹은 살기 “글을 읽어 크게 써먹기를 구하는 것은 모두 다 사심이다” 사심 없이, 허세 없이, 편견 없이 읽기 혹은 살기 ▶사심 없이 글을 읽어서 크게 써먹기를 구하는 것은 모두 다 사심(私心)이다. 1년 내내 글을 읽어도 학업이 진보하지 못하는 것은 사심이 해를 끼치는 때문이다. (박지원, 「원사」(原士), 『연암집』(하), 심호열, 김명호 옮김, 돌베개, 2007, 372쪽) ▶허세 없이 독서를 할 때 허세나 부리고 글을 정밀하게 보지 않는다든가, 억지로 어떤 구절을 뽑아내어 생각없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의문을 제기한다든가, 대답하는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관심을 딴 데로 돌린다든가, 한 번 묻고 한 번 대답하는 것으로 그치고 다시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더 알려고 하는 데에 뜻이 없는 자이니, 더불어.. 2023.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