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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융10

[내가 만난 융] 작은 것보다 더 작고 큰 것보다 더 큰, 자기 작은 것보다 더 작고 큰 것보다 더 큰, 자기정기재 (사이재) “고유한 자신이 될 수 있는 자는 그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다.(파라켈수스)” (카를 융, 융 저작 번역위원회 옮김, 『정신요법의 기본 문제』, 솔, 2001, 80쪽) 에스토니아 민담에 등장하는 이 소녀는 하찮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처지다. 의지가지 하나 없는 고아인 데다가 계모 밑에서 혹독한 노동에 시달린다.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바느질을 해야 겨우 매질을 면하는 고단한 신세. 의붓딸의 처지를 알고 교묘하게 파고드는 하녀의 심술은 덤이다. 그러나 단정하고 순종적인 이 소녀는 그 모든 상황을 무던히 견딘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소녀가 더 이상 집에 머물 수 없는 절체절명의 사건이 발생한다. 그녀의 유일한 생존 수단이던 실패가 샘물에 떨어.. 2025. 6. 5.
[내가 만난 융]마음의 갈피를 잡자(2)– 정신의 면역력을 키우기 위하여 내가 만난 융 마음의 갈피를 잡자(2) – 정신의 면역력을 키우기 위하여 지산씨 (사이재)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 요즈음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과 그의 강연이 화제다. 작금의 시국과 맞물려 우리 모두는 또다시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그리하여 한강의 소설과 강연이 한층 더 저릿하게 다가온다. 그 어느 때도 아닌 바로 지금 한강의 작품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무의식의 신호이자 경고였다는 생각이 든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덧없고 폭력적인 세계의 끝에서 응시하고 저항하며 대답을 찾고 있다고. 역사적이고 국가적 폭력인 5·18과 4·3, 인간의 근원적 폭력인 먹고 먹히는 싸움, 여기에서 ‘인간이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그리고 ‘이런 세계.. 2025. 5. 8.
[내가 만난 융] 마음의 갈피를 잡자! (1) 마음의 갈피를 잡자! (1) 지산씨 (사이재) 심리학은 생물학도 생리학도 그 밖의 어떤 과학도 아닌 ‘심혼에 대한 지식’이다. (칼 융,『원형과 무의식』, 솔출판사, 1990, 141쪽) 마음, 모르고 싶다! 칼 융의 저작은 이성, 의식, 의지라는 이름으로 인간을 설명한다는 게 얼마나 무색하고 쓸모없는 짓인지를 보여준다. 융이 상대했던 사람들은 신경증이나 분열증을 앓던 환자였지만,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 또한 느닷없는 강박, 공포, 불안, 콤플렉스를 겪는다. 이성 너머에서, 의식 저편에서 어떤 정신들이, 어떤 신체적 현상들이 불쑥 솟아 나와 인간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이런 사로잡힘은 인간의 의지로 제압되지 않는다. 우리도 어렴풋이 알기는 안다.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을. 누군가는 이유 없.. 2025. 4. 3.
[내가 만난 융] 내 안의 타자들, 콤플렉스와 함께 사는 법 내 안의 타자들, 콤플렉스와 함께 사는 법서윤(사이재) 콤플렉스는 바로 내적 경험의 대상이고, 대낮에 거리나 광장에서 마주칠 수 없는 것이다. 개인의 삶에서 안락함과 고통은 콤플렉스에 달려 있다. (『정신 요법의 기본 문제』, C.G.융, 솔, 237쪽)‘콤플렉스(독일어: komplex)’라는 심리학 전문용어가 어느새 생활언어로 우리 일상에 들어와 있다. 실제 콤플렉스가 발생하는 스펙트럼은, 다소 불안한 상태부터 자기 통제력을 잃고 급기야 미칠 지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우린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 등에 콤플렉스라는 ‘지적’ 이름을 부여하면서, 애써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면해야 할 진짜 문제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18.. 2025.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