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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융14

[내가 만난 융] 어서 와, 마나-인격은 처음이지? 어서 와, 마나-인격은 처음이지? 서 윤 (사이재) 모습을 바꾸어가며 나는 무서운 힘을 행사한다 FaustⅡ, 5막 4장 中 융의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도장 깨기’를 하며 무의식적 형상들의 영역을 지나 어디론가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주 더디게 중요한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듯한데 내 경험을 토대로 참여하고 있지 않다 보니, 뜬구름을 잡는 듯 미로를 헤매는 듯 막막한 게 솔직한 심정이다. 아직은 출구도 보이지 않고 실타래를 몰래 건네준 ‘아리아드네’도 없지만, 미로 속에서 계속 나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마나(Mana)는 움직이는 거야 돌이켜 보면, 아니마(Anima)/아니무스(Animus) 형상의 가설이 동양의 음양(陰陽)과 맥을 같이 하는 개념이라는 걸 이해했을 때, 어렵사.. 2025. 11. 12.
[내가 만난 융] 감응하고, 기도하고, 작업하라! 연금술과 전이 감응하고, 기도하고, 작업하라! 연금술과 전이 정기재 (사이재)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문젯거리가 되지 않는다면 어떤 해답도 있을 수 없다." (카를 구스타프 융,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조성기 옮김, 김영사, p270)깊은 절망에 빠지거나 고독에 빠졌을 때, 민담 속 주인공들은 모험을 떠난다. 모험은 보통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고독한 주인공이 홀로 떨쳐 일어나는 영웅의 길이요, 다른 하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되는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다. 나는 어쩐 일인지 후자에 더 마음이 간다. 동화 속 공주나 왕자는 늘 어딘가에 갇혀 있다. 높은 탑, 야수가 되는 저주, 깊은 잠… 그들은 어두운 돌탑 안에 갇혀 스스로 문을 열 수 없다. 물론 지금 우리는 마법에 걸리거나 탑에 갇히지는 않는다.. 2025. 10. 16.
[내가 만난 융] 정신의 팽창, 페르소나와의 동일시 정신의 팽창, 페르소나와의 동일시 지 산 씨 (사이재) 나는 왕이다, 짐은 국가다! AI가 의사를 대신하여 수술을 하고, 기자를 대신하여 기사를 쓰고, 판검사를 대신하여 판결을 내린다. 이미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계적인 바둑기사 이세돌과 대결하여 4승 1패를 기록했다. 그리고 바둑계를 초토화시켰다. 이 세기의 대결은 인공지능 시대의 서막에 불과했다.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AI는 이제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AI의 결과물을 판에 박힌 공산품이라 폄하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지능과 독창성과 예술성 그 어떤 방면에서도 인간 못지않다. 아니 인간을 뛰어넘는다. 21세기 인간들은 ‘신과 비슷한’ AI를 창조하셨다! 그런데 기술문명의 이 거침없는 도약에 비교할 때 인간의 마음은 어떤가.. 2025. 9. 4.
[내가 만난 융] 뮤즈인가, 나락行 급행열차인가 ─ 아니마/아니무스 뮤즈인가, 나락行 급행열차인가 ─ 아니마/아니무스 서 윤 (사이재) 그림자와의 대면이 도제徒弟의 작품이라면, 아니마와의 대면은 장인匠人의 작품이다. 『원형과 무의식』, C.G.융, 솔, 139쪽.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다.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 곁에서 영감을 주는 존재가, 뮤즈라 불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일부 예술가들의 삶에서만 발생하는 특별한 사건이라 여겼던 것 같다. 그런데 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뻔한 삶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시도를 하도록 고무하고, 그리하여 무언가를 낳도록 자극하는 존재가 바로 뮤즈 아니던가. 그렇다면 평범한 나도 영감을 주는 존재를 향한 갈망과 부득이한 사로잡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 된다. 현실과 망상을 오가며 엮이는 그런 관계들을 극화(劇化)하지 않았을 따름이다.. 2025.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