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감성시리즈:나는왜?14 성(聖)가정으로부터 탈주하라 성(聖)가정으로부터 탈주하라 결혼 전부터 난 가정에 대한 나름의 롤모델이 있었다. 바로 가톨릭에서 말하는 ‘성(聖)가정’. 근엄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하느님 아버지, 온화하고 희생적인 성모마리아, 그런 아버지와 어머니의 보살핌으로 구원받는 자식들. 이렇게 구성된 가족 삼각형이 내가 꿈꿔오던 이상적인 가정의 이미지였다. 그래서 결혼할 때 직장부터 그만두라는 시아버지의 일방적인 통보도 별 말 없이 따를 수 있었다. 시댁 어른들에게 복종하고 남편과 아이들을 열심히 케어하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억압하면서 또 한편으론 원하는 가정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나의 기준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했다. 불교신자였던 시어머니를 가톨릭으로 개종시키고 남편에게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아이들에게는.. 2019. 11. 8. 금강경, 나(我相)를 비추는 거울 금강경, 나(我相)를 비추는 거울 금강경은 무엇이든 깨뜨리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지혜로 중생의 어리석음과 번뇌를 깨뜨리는 경이다.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하는 보살의 삶’을 사는 이들을 위한 경전이다. 금강경과의 첫 만남은 금강경을 독송하기만 해도 눈앞에 벌어진 힘든 일이 해결된다는 이야기로부터였다. 내 인생 사십 대 초반에 벌어졌던 이혼이라는 과정을 건너며 금강경을 많이도 읽었다. 그렇지만 고단했던 법적 절차를 거치고 또 세월은 흘러 피부로 느껴지는 고통스러운 일들이 서서히 줄어들자 이 경을 잊고 살았다. 십 년이 지나서 불교 경전 공부를 하는 도중 아상(我相)으로 나는 금강경을 다시 만났다. 나는 간호사 1명이 근무하는 작은 의원의 내과의사.. 2019. 11. 7. 슈퍼우먼, 도덕을 묻다 슈퍼우먼, 도덕을 묻다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직장인으로 어느 하나 소홀해지고 싶지 않아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는 ‘현모양처, 슈퍼우먼, 무수리’란 별명이 자동으로 붙었다.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학창시절 내내 곁눈질 한 번 하지 않고 공부만 했다. 몸이 아파도 지각이나 결석 한번을 안 했다. 직장에서도 예스맨으로 불리며, 야근을 밥 먹듯이 해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막내며느리지만 시부모님과 같이 살며 식사는 물론 간식까지 준비해놓고 출근을 했다. 걱정하시기에 저녁에는 외출도 삼가고, 휴가나 여행도 한동안 가지 않았다. 시부모님 두 분 모두 돌아가시기 전까지 일 년 넘게 집에서 병간호도 했다. 이런 .. 2019. 11. 4. ‘사심’에서 ‘양지’로 ‘사심’에서 ‘양지’로 내가 사랑하는 책 『전습록』은 내 삶의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 책과 진하게 만날 때쯤 나는 남편이 되었고 아빠가 되었다. 아빠가 된다는 사실에 설레고 기뻤지만 동시에 걱정도 함께 찾아왔다. 공부하는 백수였기에 버는 돈도 많지 않았고 모아둔 것도 별로 없었다. 점점 ‘생계’가 고민되기 시작했고 내 글은 걱정으로 채워졌다. 걱정한다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지만 나는 그 문제를 놓지 못했다. 그해 마지막 학기에 『전습록』을 만나서야 내가 왜 놓지 못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전습록』은 명나라 시대의 유학자 왕양명과 제자들이 주고받은 문답을 모아놓은 책이다. 양명은 우리의 마음에 이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마음의 본체인 ‘양지’는 배우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도 무엇이 옳고 .. 2019. 10. 31.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