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35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설계자 지로 – 아름다운 지옥의 순교자 《바람이 분다》③ 캐릭터 설계자 지로 – 아름다운 지옥의 순교자 평범함의 무시무시함 《바람이 분다》는 호리코시 지로라는 한 인간의 일생을 다룬다. 그가 자신의 꿈을 어떻게 이루고 그 결과로 무엇을 받아들이게 되는지가 러닝 타임 2시간 내내 천천히 다루어진다. 서사적 측면에서 보면 가장 큰 특징은 자서전적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간난신고도 묘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류의 운명을 짊어진 나우시카나 시타는 아니더라도 치히로나 소피처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걸린 저주를 풀어주기 위해 애쓰는 모험도 없다. 근대 일본의 일상이 치밀하게 묘사되지만 토토로나 키키처럼 환상적인 경험으로 마음이 훌쩍 커지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개발품만 떼어 놓고 보면 지로는 그저 열심인 우리 시대의 여느 회사원이.. 2024. 4. 25.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기차 여행 – 속도의 열정과 진보의 배신 《바람이 분다》 ②사건 기차 여행 – 속도의 열정과 진보의 배신 레일 위의 종이비행기 《바람이 분다》를 사건적 측면에서 보면 결정적인 주요 사건은 제로센의 설계 완성이다. 그런데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작품이 다루는 시간은 무려 30년이나 된다. 이 30년 전부 제로센의 발명에 바쳐지는 긴 과정인데, 지로의 마음에 실제 제로센의 형태가 구체적으로 떠오르고 그런 방향으로 설계를 계속해가는 부분은 영화 시작 35분 무렵 즉 나고야의 미쓰비시에 취직하면서부터다. 그 지점을 기준으로 보면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카프로니 백작이 만든 비행기는 모두 아주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대형선이었다. 카프로니는 은퇴에 맞춰서 납품 직전의 폭격기에 잔뜩 사람을 태우고 나타나기도 했다. 지로의 회사는 소형 비.. 2024. 4. 18.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꿈과 광기의 왕국 《바람이 분다》 ①배경 꿈과 광기의 왕국 새처럼 날고 싶어 2008년 《벼랑 위의 포뇨》 이후, 2013년에 미야자키의 신작《바람이 분다》가 발표된다. 2023년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발표될 때까지 미야자키 하야오에게는 십 년이라는 오랜 공백이 생긴다. 후기의 이 두 작품은 미야자키 월드 전체에서 아주 다른 결을 가진 작품이다. 첫째, 두 작품은 모두 소년이 주인공이다. 미야자키는 소피와 포뇨를 통해 여성의 근원적 힘을 낳고 죽이는 거침없는 생명력으로 확실히 정의했고, 쇼스케를 통해 정직한 눈으로 모든 변화를 감당하며 나아가는 씩씩한 사나이의 원형을 만들었다. 다음 작품인 《바람이 분다》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쇼스케에 비하면 한참 미치지 못하는 불안하고 동요하면서도 꾸역꾸역 .. 2024. 4. 11.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할머니 소피 – 날마다 예뻐지는 청소부 《하울의 움직이는 성》 ③캐릭터 할머니 소피 – 날마다 예뻐지는 청소부 청소하는 인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포스터는 그냥 황야를 걸어오르며 힐끗 뒤돌아보는 등이 굽은 할머니의 모습만 나온다. 오른편 언덕 위 멀리 움직이는 성이 보이기는 하지만 뿡뿡 올라가는 검은 김의 활력보다는 호기심 가득한 할머니의 쭈그렁한 얼굴이 훨씬 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미야자키는 왜 할머니에게 주목하는가? 앞 장에서 보았듯 할머니의 능청스러움에 매력을 느껴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에서는 할머니가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 드물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서는 샤먼 할머니가 나와서 정복자 크샤냐에게 달려들어 ‘죽일 테면 죽여보라고!’하며 문명에 대한 광신은 틀렸다고 야단친다. 《모노노케 히메》의 샤먼 할머니는 멸망의.. 2024. 4. 4.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