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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용의 서경리뷰] 우임금이 구현한 상상 속의 천하 우임금이 구현한 상상 속의 천하 토용(문탁 네트워크) 신화와 역사의 경계에서 2019년 가을 한문강독 세미나는 중국 성도로 수학여행을 갔다. 그 때 갔던 곳 중 하나가 도강언이었다. 도강언은 2200여년 전 진(秦) 소왕(昭王) 때 이빙(李氷) 부자가 세운 수리 시설이다. 민강의 범람으로 살기 힘들었던 사천지역은 도강언 덕분에 곡창지대로 바뀌게 된다. 사천은 이로써 토지가 비옥하고 물산이 풍부한 지역을 뜻하는 천부지국(天府之國)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강 가운데에 있는 물고기 부리 모양 같이 생긴 어취(魚嘴)는 물을 외강(外江)과 내강(內江)으로 나누는 역할을 한다. 보기엔 그렇게 대단하게 보이지 않는데 이거 하나로 물줄기를 바꾸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했다니 새삼 놀라웠다. 마침 당시 『서경書經』을.. 2025. 9. 2.
공부가 정치다 공부가 정치다이인(고전비평공간규문)1. 공부와 정치를 묻다 규문에서는 매달 한두 번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에 참여한다. 우리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 관심을 갖고 함께 공부했으며, 그들의 투쟁에 공감했다. 마침 전장연은 규문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혜화역 지하철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었으며, 우리는 이웃으로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시위에 주기적으로 참석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처음 참여할 때 나의 마음은 궁금증과 호기심이 컸다. 뉴스와 기사로만 접하던 시위 현장에 직접 서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런데 몇 번 참여하다보니 시위에 나가기 싫다는 ‘불편한 마음’이 조금씩 움트고 있었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위라는 문화가 낯설었고,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두려웠고,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부.. 2025. 9. 1.
[청년 사기를 만나다] 〈오태백세가(吳太伯世家)〉 : 엉망진창인 세계에서 마음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 〈오태백세가(吳太伯世家)〉 : 엉망진창인 세계에서 마음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 규창(고전비평공간 규문)1.역사를 반복하는 어리석음 “역사는 반복된다.” 누구나 아는 흔한 격언이다. 이어 다음과 같은 말이 붙는다. ‘그러므로 역사를 배움으로써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내가 역사에서 마주한 반복은 ‘잘못을 해도 바뀌지 않는 인간의 무지’였다. 대체로 우리는 아무리 끔찍한 사건을 겪어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살아간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온갖 사건으로 나타난 기후위기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전지구적 네트워크망을 이용한 소비 생활을 포기하지 못한다. 수많은 물건이 손가락 터치 하나로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오고, 연휴에는 나들이하듯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한다. 양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 2025. 8. 29.
[불교가 좋다] 과거의 기억이 끄집어지는 게 너무 힘들어요 과거의 기억이 끄집어지는 게 너무 힘들어요질문자1: 저는 지금 여기서 글쓰기를 배우고 있어요. 지금 현재를 잘 살기 위해서, 또 미래를 잘 살기 위해 내공을 키우려고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 자꾸 과거로 돌아가서 제가 감춰뒀던, 서랍 속에 넣어뒀던 것들이 자꾸 끄집어지면 너무 힘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해요. 그래서 그걸 계속 끄집어내는 게 괜찮을까요? 정화 스님: 그렇죠. 기본적으로는 지금 그렇게 하면, 내부가 조용해지려고 자기를 끄집어내서 ‘나를 좀 알아주세요’라고 하면서 자기가 그전에 있었던 감정을 희석하는 과정이에요. 묻어놨던 감정들이. 만일 그렇게 안 나오면 옆 사람하고 갑자기 감정이 부딪칠 때, 그것이 막 나오는 거예요. 지금은 자기 스스로 글을 쓰면서 그걸 끄집어내게 되는데, 기본적으로 글쓰기뿐 .. 2025.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