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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199

[공동체지금만나러갑니다] 이동하는 신체를 가진 청년, 경덕 이동하는 신체를 가진 청년, 경덕 2023년 10월 26일, 북드라망에서 주최한 ’공부하는 청년들, 만나다 말하다‘ 북토크 행사에는 세 명의 사회자가 있었다. 전체 흐름을 이끌며 청년과 장년 사이를 이어주었던 은실 쌤, 청년 저자들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졌던 나, 그리고 행사에 참여한 청년들의 뒤풀이 자리를 이끌었던 경덕. 경덕은 유별나다. 내가 길드다에서 진행했던 세미나에 처음 왔을 때부터 그랬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하다가 마지막에 오프라인으로 만났는데 그날 식사 자리에서 자기가 어떤 사람처럼 보이냐고 물었다. 여러 세미나를 진행하며 낯선 사람을 많이 만나봤지만, 스스로에 대한 인상평을 묻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게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나날 속에서 불안해하고 있었기 .. 2023. 11. 20.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어떻게 엄마를 구할 것인가? 어떻게 엄마를 구할 것인가? 네 머리의 피를 보라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줄거리를 붙잡기가 난해하다고 하지만 중심 사건은 세 가지이다. 윗세계에서 마히토가 자신의 머리를 돌로 찧은 것, 두 번째는 아랫세계에 내려가 키리코와 함께 와라와라를 구한 것, 마지막은 그 밑의 산실에서 나츠코를 깨운 것이다. 이 세 가지 사건은 그 자체로는 개연성이 없다. 하지만 마히토의 모험 전체가 무엇을 위한 여행인지를 염두에 두면 이 사건들은 필연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마히토가 하굣길에 돌로 머리를 찧은 것은 이사를 온 그 다음날이다. 오프닝의 화재 씬이 지나고 얼마되지 않아 터지는 소년의 피여서 보는 관객은 누구라도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소년의 머리에서 피가 꿀렁꿀렁 철철 흘러내리는 모습은 《원령.. 2023. 11. 16.
[돼지만나러갑니다] 아찔한 동거 아찔한 동거 어느 날 새벽이생추어리에서 정체불명의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돌봄 일지에도 같은 소리를 들었다는 보듬이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울음소리는 한 두 명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아주 많은 인원들이 호롤ㄹㄹ- 호롤로ㄹㄹ- 하며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소리를 쉬지 않고 내고 있었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쪽에서 무언가 폴짝 뛰는 움직임이 보였다. (헉..!)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천천히 다가갔다. 어둡고 축축해 보이는 무언가가 땅에 납짝 엎드려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저.. 저기요?) 손을 내밀어 꽁무니를 슬쩍 건드리니까, 폴짝! 새벽이생추어리에 개구리가 나타났다. 경칩이 지나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날 시기였다. 올해 경칩은 3월 6.. 2023. 11. 14.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변신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지난 10월 25일 개봉했다. 7월 일본 개봉 이후로 명작이냐 망작이냐를 두고 전세계에서 다양한 평가가 나왔다. 지난 열 편의 미야자키 감독 작품들과 달리 대단히 압축적인 방식으로 전개될 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 작품의 디테일에 대한 보충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스스로도 자기가 잘 모르는 부분도 많이 있다고 할 정도다. 개봉 첫날 아침에 영화관을 찾았다. 정말 한 방울의 정보도 없었기에 장면 하나하나에 푸욱 빠져서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 역시 주인공 마히토의 고민과 결단, 그 주변 가족들의 행동 방식, 왜가리-남자라는 독특한 캐릭터 등 어떤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선명하지 않았다. 심지어 두.. 2023.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