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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024

[만드는사람입니다] 현장의 ‘잡일’하는 ‘아줌마’들 현장의 ‘잡일’하는 ‘아줌마’들 처음 목공소에서 독립한 즈음 여덟 평 남짓의 식당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돈은 많지 않지만 멋진 걸 하고 싶다는 클라이언트를 만났다. 난 예산을 맞추겠다며 세 달여의 시간 동안 아등바등 혼자서 가구를 만들고, 페인트를 칠하고, 조명을 설치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내가 일을 한다고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공간을 만드는 일에는 다양한 전문적인 지식뿐 아니라 숙달된 노동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전기, 수도배관, 주방설비, 미장, 페인트 칠, 타일, 금속…. 나 혼자서는 평생을 해도 다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 현장부터는 다양한 공정을 함께 만들어 줄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한 공정에서 적당한 사람을 찾으면, 이.. 2022. 2. 11.
[지금동물병원에갑니다] 수의사, 한 마리 호모 사피엔스가 되다(上) 남산강학원에서 공부하는 이제 갓 수의사가 된 박소담의 "지금 동물병원에 갑니다" 연재가 시작됩니다. 동물 병원에서 일하며 마주하는 질문들을 풀어낸다고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수의사, 한 마리 호모 사피엔스가 되다(上) 의사가 되지 못한 수의사 나는 수의사다. 일을 시작한 지는 반년도 안 됐다. 내가 수의사가 된 이유는 7년 전 지망 대학을 고르는 과정에서 잘못된 선택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이왕이면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성적이 모자랐다. 그럼 뭐하지, 하고 고민하던 참에 친척들이 말해주길, 수의사야말로 요새 떠오르는 전문직이라지. 물론 거기엔 열댓 마리의 개‧고양이들을 싸게 맡기겠다는 친척들의 큰 계획이 있긴 했다. 그들의 염원이 통했는지 어쨌는지 나는 수의대에 들어갔고 결국 수의.. 2022. 2. 4.
[헤테로토피아]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거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거부 미셸 푸코, 『칸트의 인간학에 관하여-『실용적 관점에서 본 인간학』 서설』, 김광철 옮김, 2012, 문학과지성사. 푸코는 18세기 말 이전에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인간은 지식의 조물주가 고작 200년 전에 만들어 낸 아주 최근의 피조물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는 이제 그 인간이 사라지고 있다고 예언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쓴 『말과 사물』 첫 줄부터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문장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읽었지만, 푸코의 이 말들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굉장히 기묘한 일이다. 내게 ‘인간’이란 머리와 팔과 다리, 그리고 몸통으로 움직이는 생물이고, 세상 고민을 다 뒤집어쓰고 우울해하거나 기뻐하는 존재이다. 이런 존재가 18세기 이전에는 없었다고 하고,.. 2022. 1. 21.
[공생모색야생여행기] 인류학, 타인의 삶이 아니라 나의 무지를 알아가는 공부 인류학, 타인의 삶이 아니라 나의 무지를 알아가는 공부 탁실라, 되찾은 인류의 기원 레비 스트로스의 열대 우림 방문은 종결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고향으로 돌아갈 일뿐이겠지요. 그런데 『슬픈 열대』의 마지막인 제9장의 배경은 그가 출발했던 장소 파리가 아니라 아시아입니다. 레비 스트로스는 마지막 장에서 두 곳의 장소를 선택해서 자신의 여행기를 마무리하는데요, 하나는 탁실라 유적이고 다른 하나는 미얀마 챠웅의 작은 불교사원입니다. 둘 다 산업문명을 싣고 질주하는 유럽이나 석기시대의 감성의 원시부족이 살아가는 장소가 아닙니다. 더 들어가면, 사실 이 장소들은 ‘아시아’라고도 할 수 없는데요. 탁실라는 고대 문명의 유적지이고 챠웅 사원 역시 정신없는 도시생활과는 거리를 둔 한적한 수련처이기 때문입니다. 우.. 2022.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