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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석기 시대17

[나의 석기 시대] 환영의 깊이, 일상의 넓이 환영의 깊이, 일상의 넓이 1. 파라오의 저주 긴 겨울 방학이 끝나간다. 우리는 벼르고 별러,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의 혼을 쏙 빼놓기로 악명 높은 ‘랜드’에 가기로 했다. 새벽밥을 챙겨 먹고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 오늘 도착한 이곳은 바로 ‘롯데’다. 124층 높이로 솟아오른 롯데타워도 반가워라. 타워는 추위를 피해, 방학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자기 힘으로 다 긁어 모았노라 으스대는 것도 같았다.  삼십 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입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줄이 서 있었다. 시골에서 왔다지만 어디 기 죽을쏘냐! 기민하게 움직여 땡! 하는 소리에 우르르 맞춰 입장하여 롯데월드 1층에 딱 도착했다. 그런데 어구야! 쏟아지는 인파는 사방으로 재미있는 놀이기구를 향해 달려가는데 도대체 어디로 뛰어가야 할지 알 수가 .. 2025. 2. 27.
[나의 석기 시대] 갈대집의 영성 갈대집의 영성  1. 입춘의 청소 새해맞이, 그리고 입춘이다. 아이들 학기 시작 전에 집을 좀 치우고 봄 준비를 하고 싶어 청소를 시작했다. 일단 냉장고에 지난 방학식 때부터 쌓이기 시작한 유통 기한 지난 음식들도 버려야 하고, 계절을 바뀔 터이니 이불이며 옷가지를 빨아 다시 정리해 넣을 궁리도 해야 한다. 키도 좀 컸는데 작년 가을의 환절기 바지는 맞을는지 모르겠다. 창문을 열자마자 날 때부터 붙어 지내온 쌍둥이가 다툰다. 문득 각자 자기 영역이 갖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서는 자기 공간 갖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차라리 이사를 가는 것이 빠르다. 아이들은 커서 언젠가 집을 나갈 것이다. 세종시에 사는 우리가 언젠가는 다른 도시로 또 옮겨가 살 수도 있다. 사람이 크고, 물건이 드나들고, 결국 모.. 2025. 2. 20.
[나의 석기 시대] 흑요석의 엘도라도 흑요석의 엘도라도 1. 검고 빛나는 보석 지난 회에서 바다로 나간 사람들이 고래만 보고 노를 잡지는 않았을 것임을 생각했다. 신석기의 선사인들에게 바다란 자연과의 깊은 합일감을 주는 곳이면서 지식을 확장하고 지혜를 배양하는 무대였다. 한편 또 하나의 목적이 있었으니 바로 교류다. 석기 시대를 공부하면서 떠났던 첫 번째 답사지 공주 석장리(전기 구석기 유적지)에서부터 신석기 동해안 유적이 있는 양양의 오산리, 남해안의 부산 동삼동, 서해안의 시흥 오이도 선사 유적 박물관, 심지어 창녕의 비봉리 패총 유적지에서까지 시기도 다르고 풍경도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석재가 전시되어 있었다. 바로 흑요석(黑曜石; Obsidian)이다. 흑요석은 규산이 풍부한 유리질의 화산암이다. 로마 저술가 G. 플리니우스가 그.. 2025. 2. 13.
[나의 석기 시대] 고래 잡이의 마음 고래 잡이의 마음1. 암각화로 본 인류의 상상력 울산 태화강 하류 대곡천, 반구대에 그려진 암각화에는 다양한 종류의 고래들이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암각화는 선사의 인류, 그리고 여전히 야생의 사고를 활발하게 쓰는 무문자 사회의 부족들이 돌에 우주와의 소통을 염원하면서 남기는 무늬라고 할 수 있다. 암각화는 지역과 시대를 막론하고 다양한 장소에서 발견되면서도 그 패턴에 있어서는 비슷한 것이 많이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기하학 무늬를 들 수 있다. 예술의 진화란 ‘사실주의에서 추상주의로’라고들 한다. 그러나 인류사 전체를 놓고 보면 추상 기호가 사실 기호보다 먼저 출현했다. 선사의 인류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재현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있는 그대로의 세계, 있어야만 하는 세계, 그런 당위의 세계보.. 2025.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