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스트로스와 함께 하는 신화 탐구16 [레비스트로스와함께하는신화탐구] 청소하기의 신화학 청소하기의 신화학 청소의 어려움과 두려움 청소는 무서운 일입니다. 치우고 돌아서면 또 치울 것이 나오고 어제 치웠어도 오늘 치워야 합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심지어 한도 없습니다. 멈추면 죽는구나, 하는 절박감을 주는 활동 중에 청소만한 것이 또 있을까요? 그런데 누구나 해야 하고, 죽기 직전까지 멈출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상 속에서 또 제일 부정되는 일이 청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반 일리치가 비판하듯 근대의 청소가 임금 노동의 보완물인 그림자 노동으로 되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내일 또 어질러져 있을 텐데 오늘 안할 수도 없고 아무리 해도 그 자체로는 어떤 의미도 가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청소는 무용과 허무라고 하는 무시무시한 어둠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직시하기가 두렵습니다. 청소.. 2022. 12. 19. [레비스트로스와함께하는신화탐구] 식구되기의 어려움 식구되기의 어려움 ⟪고독한 미식가⟫ (☞링크) 2012년부터 시작된 시리즈는 2022년 10월, 시즌 10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질리지도 않고, 다시 한번 가을’이라는 광고문구가 보입니다. 평범한 도시 샐러리맨이 도시 여기저기 혹은 이 도시 저 도시로 외근하다가 중간에 딱 시간 맞춰 먹는 한 끼의 식사! 오지상(미식가 아저씨)은 도심 뒷골목의 오래된 튀김집을 예배하듯 들어가, 음식의 정갈한 태와 맛의 다채로운 조화를 천천히 음미하지요. ⟪고독한 미식가⟫는 나날의 이 일상을 지탱하는 ‘질릴 수 없는’ 힘이 어디서 오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것은 바로 밥입니다. 저는 이 고독한 아저씨의 혼밥을 좋아했습니다. 먹는 이야기가 주는 근원적 쾌락(요리의 색, 향기, 맛, 소리!)에 흠뻑 .. 2022. 12. 5. [레비스트로스와함께하는신화탐구] 아무개의 누구로 타오르기 아무개의 누구로 타오르기 치유는 소외를 통해서만이 큰 아이 뽕시가 코로나에 다시 걸렸습니다. 얍! 멋지게 발차기하려던 태권도 학예회 발표도, 땀 흘리며 외웠던 조선 개국 스토리 수행평가도 모두 안녀응~. 창밖으로 친구들 가방 메고 뛰어가는 것 보던 뽕시가 짧게 한탄합니다. ‘외롭다, 외로워.’ 저는 ‘네가 고독을 아느냐?’ 하며 귀엽다 했습니다. 그런데 친구들 속으로, 숙제 속으로 뛰어들 수 없는 뽕시가 한동안 갖고 놀지 않던 장난감이며 책 등을 슬슬 끄집어내는 것을 보니 고독의 다른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아무리 외로워도 혼자는 아니예요. 주변에는 늘 어떠어떠한 사물이 있고, 눈을 감으면 기억과 꿈이 떠오르고, 무엇보다 고통으로 계속 자연의 메시지를 보내오는 바이러스가 있지요. 고독이란 고립이 아니라,.. 2022. 11. 21. [레비스트로스와함께하는신화탐구] 먹-텔링(eat-storytelling)의 기원을 찾아서 먹-텔링(eat-storytelling)의 기원을 찾아서 먹는 이야기의 뿌리는 어디에? 아침을 먹는 와중에도 점심을 상상하고, 점심을 먹는 와중에도 간식을 고민합니다. 냉장고에 계란이며 두부며 잔뜩인데도 어쩐지 먹을 것이 없는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어쩌면 저는 하루의 대부분을 먹는 생각으로 채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저만 그렇지는 않나 봐요. 빨래 개며 티비나 좀 볼까 하고 리모콘을 켰더니 온통 먹는 이야기입니다. 깊은 시골에 들어가서 먹는 이야기(《나는 자연인이다》, 《삼시 세끼》), 회사원이 먹는 이야기(《고독한 미식가》), 먹을 것 놓고 게임하는 이야기(《지구오락실》) 등. 그런데 생각해보니, 요즘만이 아닙니다. 「헨젤과 그레텔」도 숲에서 간식 먹는 이야기고요, 백설공주도 사과 먹는 이.. 2022. 11. 7.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