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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 현인賢人은 운명이 아니라, 실수에서 벗어나 있다 세네카, 현인賢人은 운명이 아니라, 실수에서 벗어나 있다 매일매일 '당연한' 이야기 하는 것을 일삼고 있지만, 어쩌겠는가. 사는 게 원래 '당연'한 일들의 연속인 것을. 심지어 '당연한 것'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나뉘기까지 하니까, 나처럼 '당연한 것'을 대단히 못하는 사람으로서는 매일 당연한 것들에 관해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현자', 어질 현賢, 사람 자者, '어진 이', '현명한 사람' 정도의 뜻이다. 어쩐지 어떤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모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규칙이나 법칙들로부터 자유로워 보인다. 다시 말해 자유를 제약하는 '운명'과는 무관해 보인다. 그런데 알다시피 그럴수가 없다. 쉬운 말로 그도 '인간'인데, 어찌 그렇겠는가. 다만, 그는 실수에서 벗어나 있다. 아니, 세.. 2020. 2. 26.
[쿠바리포트] 당(糖) 이야기 당(糖) 이야기 ‘아쑤깔’의 나라 쿠바에 와서 크게 변한 것 중 하나는 요리 습관이다. 설탕을 팍팍 넣는다. 야채 볶음에도 한 숟가락, 스파게티에도 한 숟가락, 국에도 한 숟가락씩 들어간다. 하지만 설탕이라니, 예전 같았으면 쳐다도 보지 않았을 양념 아닌가? 어린 시절을 더듬어봐도 어머니가 부엌에서 설탕을 사용하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연구실에서 주방 당번을 하면서 요리를 익힐 때도 단맛이 필요하면 올리고당을 조금 사용하라고 배웠을 뿐이다. 그 덕분에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내가 살림을 꾸리게 되었을 때도 설탕은 언제나 찬밥 신세였다. 부엌 구석자리에 밀어넣고서, 커피를 마실 때나 가끔씩 꺼내서 한 스푼 뜨는 게 다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가 되었다. 커피를 마실 때만 설탕을 쓰지 않을 뿐(달달하고 쓰디.. 2020. 2. 25.
프롤로그 - 아빠여서 읽은 책이라니? 프롤로그 - 아빠여서 읽은 책이라니? ‘책’으로 ‘육아’를 한다는, 이른바 ‘책육아’담론이 있다. 좋은 내용들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담론들을 마주할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담론들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 대부분 우리 아이의 ‘훌륭한 성장’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훌륭한 성장’이란, 사고력의 향상, 상상력의 확장, 끈기의 함양 같은 좋은 덕목들을 갖추며 자라는 것이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아이에게 그러한 것들을 갖추게끔 해주고 싶지 않겠나. 그런데 문제는, 그런 좋은 덕목들 속에 숨은 욕망이다. 어떻게하면 내 아이를 경쟁에서 탈락하지 않게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그 욕망 말이다. 이를테면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서 사고력을 키워놓으면 학교 공부를 잘 할 수 있을 .. 2020. 2. 24.
스매싱 펌킨스 -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도 찾을 수 없는 것들 스매싱 펌킨스 -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도 찾을 수 없는 것들 대학교 4년에 군대 2년, 도합 6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폴더가 주류이던 핸드폰들이 슬라이드로 바뀐 것 말고도(그때 나는 키패드를 찾지 못해 얼마나 놀랐었던가….) 크게 변한 것들이 있었다. 중, 고등학교 내내 들락거렸던 동네 음반가게(상호가 '골든디스크'였다.)가 사라졌고, '오늘의 책'이 문을 닫았으며, 신촌에 있던 '신나라 레코드'가 매장 평수를 줄여서 이전하였다. 이전하면서 호화롭기 그지 없었던 별도의 클래식 코너는 아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더 놀라웠던 변화는 음반가게 진열대가 상당수의 수입반으로 채워져 있었던 것이었다. 라이센스반 자체를 찾기가 .. 2020.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