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3742

[스톡홀름 이야기] 베를린, “옆에 옆에” 놓인 시간들 베를린, “옆에 옆에” 놓인 시간들Yeonju(인문공간 세종)베를린은 금·토·일, 짧은 주말 여행이었다. 온도는 영상 1도였는데 매서운 바람 때문에 감히 사진을 찍을 엄두가 잘 나지 않았다. 손을 꺼내는 순간부터 손끝이 먼저 굳는 느낌. 도시를 걷는 내내 “춥다”가 제일 앞에 있었고, 이상하게도 그 추위가 베를린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베를린에서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꽂힌 건, 장소가 아니라 숫자였다. “30%.” 나치는 1932년 선거에서 겨우 30%대 지지를 받았고, 다수당이 아니었는데도 1933년 1월 히틀러는 총리로 임명되며 권력으로 들어갔다. 그 숫자가 무서웠던 건, ‘충분히 큰 지지’가 아니라 ‘충분히 작아 보이는 지지’로도 시대가 기울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기울어짐이,.. 2026. 8. 20.
[구방심(求放心)] 사물의 마음을 읽다 사물의 마음을 읽다 혜원(고전비평공간 규문)1. 쓰레기가 되기 위해 태어나다 내가 사는 혜화역 주변은 새벽이면 간판이 번쩍이고 음악이 크게 울리지만, 정작 사람은 거의 없는 가게들로 인해 어딘가 유령도시 같은 기묘함이 감돈다. 그 중심에는 요즘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무인 가챠샵(뽑기 가게)이 있다. 익숙한 캐릭터들이 줄지어 있는 투명한 진열장에 이끌려 코인을 넣고 뽑기를 하는 유혹을 끝내 뿌리치지 못한다. 단 한 번만 하겠다고 마음먹지만, 이윽고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와 원하는 것을 얻기 전까지는 멈출 수 없다는 감각이 나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막상 손에 남는 것은 ‘내가 왜 이런 걸 갖고 싶었지?’ 싶은 피규어와, 그걸 얻기 위해 가열차게 뽑았던 중복 상품들뿐이다. 도대체 뭘 한 걸지? 분명 처음.. 2026. 8. 19.
[아무개의 아무이야기] 절하고 싶어, 성당에 갑니다 절하고 싶어, 성당에 갑니다 (아주) 오랜만에 성당에 다시 나가게 된 다음, 제일 먼저 저를 놀라게 한 건 바뀐 기도문이었습니다. 어렸을 땐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였던 것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로 바뀌어 있었고, “거룩하고 공번된 교회”가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로 바뀌어 있었지요.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바뀌었을 테지만 제가 ‘앗! 바뀌었구나!’ 하고 단박에 알아차린 것은 요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다음, 저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저’였습니다. 천주교 미사는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신자들의 널브러짐을 미연에 방지하는데(아닙니다, 아닙니다! 농담이어요!), 그뿐이 아닙니다. 중간 중간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해야 할 경우도 있지요. 을 욀 때도 “깊은 절”을 해.. 2026. 8. 18.
[목차의 온도/ 세미나를 위한 읽기 84책]"분석적 읽기와 비판적 읽기 ― 내러티브 읽기에서 분석적 읽기로" [목차의 온도/ 세미나를 위한 읽기 84책]"분석적 읽기와 비판적 읽기 ― 내러티브 읽기에서 분석적 읽기로"'목차의 온도'에서 이번에 소개드리는 책은, 정승연 선생님의 세미나 연작 중 『세미나를 위한 읽기 책: 개념부터 흐름 파악까지 인문 고전 읽기』입니다. 인문학 세미나는 보통 세미나 텍스트가 쉽지 않습니다. 무척 어려운 책도 많고, 쉬워 보여도 막상 의미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알 듯 모를 듯한 경우도 적지 않지요. 이 『세미나를 위한 읽기 책』은 바로 이런 인문학 세미나를 처음 경험하며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오늘 같이 살펴볼 목차는 제4장 분석적 읽기와 비판적 읽기 중 '내러티브 읽기에서 분석적 읽기로'입니다. 보통 텍스트를 읽는 방식은 대부분 내러티브 읽기.. 2026.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