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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장난, 딸의 장난 아빠의 장난, 딸의 장난 아빠는, 장난기가 많은 사람이다. 보름만 있으면 한국 나이 마흔이 되는 이 시점에 와서도, 매일매일 장난을 친다. 딸에게도 치고, 아내에게도 치고, 자기 자신에게도 친다. 정말이지 이 아빠는 장난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그나마 나이를 이만큼 먹어서 때와 장소는 가리게 되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때도 없고 장소도 없었다. 인과응보라고 했던가. 응분의 댓가 따위 결코 나에겐 오지 않으리라 여겼지만, 자식이 생길 줄이야. 내 자식은 아빠만큼 장난을 친다. 괜히 와서 설거지하는 아빠의 엉덩이를 두들기거나, 화장용 붓 같은 걸 가지고 와서 간지럼을 태우거나, 소파에 누워있는 아빠의 콧구멍에 손가락을 집어 넣는다거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장난을 걸어온다. 며칠 전엔 크래커를 먹.. 2019. 12. 20.
[연암을만나다] 눈구멍이나 귓구멍에 숨어보겠는가 눈구멍이나 귓구멍에 숨어보겠는가 몇 달 전, 나는 매일 고민을 했다. 퇴근 후 연구실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적당히 일했을 때는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연구실로 향했지만, 낮 동안 일에 시달렸을 때는 좀 쉬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공부방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좋기도 했지만… 왠지 사람을 만나는 게 피곤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난 결국 잠깐을 들르더라도 최대한 연구실에 가기로 했다. 그 이유는 집에 있는 내가 아~주 맘에 들지 않아서였다. 퇴근 후 나는 쉰다는 핑계로 집에 들어가서 과자 한 봉지를 뜯으며, 망상과 영상의 바다에서 수영을 했다. 그러다 보면 금세 10시~11시가 되었다. 그럴수록 더 피곤했고, 기분도 더 다운되었다. ‘차라리 그냥 연구실에 갈걸.’ 후회만 남았다. 재밌지도 않고 유쾌하지도 않은.. 2019. 12. 19.
[천의고원읽기] 파괴하고 다시 재건하고 파괴하고 다시 재건하고 평균수명이 약 90세라고 가정했을 때, 나는 이제 겨우 삼 분의 일을 살았다. 초, 중,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했지만 공부가 영~ 적성에 맞지 않았던 터라 대학은 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친구들이 대학에 다니는 동안 나는 인력개발원이라는 학원에서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기술을 배웠다.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군복무까지 해결(!)하고 20대 초반을 마무리했다. 20대 중반부터는 본격적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고,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며 현 직장에 정착한 지 어느덧 7년을 넘어가고 있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소위 말해 ‘꿈의 직장’이다. 8시 30분 정각에 출근하여 5시 30분이면 칼같이 퇴근한다. 친구들이 공무원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상사와의 불.. 2019. 12. 18.
[내인생의주역] 풍요 속의 어둠 풍요 속의 어둠 ䷶雷火豐 豐, 亨, 王假之, 勿憂, 宜日中. 初九, 遇其配主, 雖旬, 无咎, 往有尙. 六二, 豐其蔀, 日中見斗, 往得疑疾, 有孚發若, 吉. 九三, 豐其沛(旆), 日中見沬, 折其右肱, 无咎. 九四, 豐其蔀, 日中見斗, 遇其夷主, 吉. 六五, 來章, 有慶譽, 吉. 上六, 豐其屋, 蔀其家, 闚其戶, 闃其无人, 三歲不覿, 凶. 늦은 나이에 지방에서 서울까지 오고 가는 공부를 시작한 지 수년이 지났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가족들에게 소홀해졌고, 이웃들에게도 무심해졌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참 희한했던 것은 그동안 아무도 나의 공부에 대해 딴죽을 건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응원을 받는 듯 묘한 기분이었다. 그야말로 공부만 하면 되는 탄탄대로의 공부길 이었다. 그저 쭉~ 가기만 하면 되.. 2019.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