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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문장] 엄마와 딸―가장 친밀하고 가장 먼 엄마와 딸―가장 친밀하고 가장 먼   하지만 진짜 문제는 가사노동이 아니라 감정노동이었다. 어머니는 나의 가사노동에 시시콜콜, 일거수일투족, 사사건건 간섭하기 시작했다. 장을 봐 오면 ‘이게 뭐냐?’부터 시작해서 ‘이건 왜 사 왔냐?’ ‘뭘 이렇게 많이 사 왔냐?’ ‘이건 왜 데치냐?’ ‘이걸 왜 고춧가루가 아니라 고추장을 넣느냐?’ ‘뭘 이렇게 늘어놓냐?’ ‘왜 설거지를 빨리 안 하냐?’ ‘뭘 이렇게 많이 버리냐?’…. 하루 종일 집에 혼자 계셨을 테니 심심했을 것이고, 딸이 들어왔으니 반가웠을 것이다. 이런 잔소리가 나름대로 소통의 욕구인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난 어머니의 기분에 장단 맞춰 가며 느릿느릿 설렁설렁 일할 만큼 시간의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점점 대꾸하는 말이 짧아지고 날.. 2024. 11. 4.
[인류학을 나눌레오] 인류학을 알릴레오 인류학을 알릴레오 이기헌(인문공간 세종) 집을 보면 살고 있는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된다. 올해 인문세는 집을 지었다. 온라인 집, 홈페이지에 우리의 색깔을 담기 위해 같이 고민하며 뚝딱뚝딱 만들어갔다. 마음과 다르게 계획대로 안 되고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겪어야 했지만 일단 입주할 정도로 만들고 나니 뿌듯했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인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는 정체성을 집에 담기 위해 부족의 상징인 범고래를 대문에 달고, 메뉴를 바꾸어 가며 실내 인테리어를 해나갔다.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어디를 가고,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 살림살이 배치하듯이 메뉴, 게시판, 아이콘 등 항목들을 자리 배치하느라 고심했다. 지난 여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가 인디언으.. 2024. 11. 1.
[나의 석기 시대] 보이는 것 너머를 향한 여행 보이는 것 너머를 향한 여행눈(目)의 여왕 안데르센의 동화 중에 추운 나라 마녀가 총명한 소년을 납치하는 이야기가 있다. 「눈의 여왕」이다. 덴마크어로야 눈(雪)이 눈(目)일 리 없지만, 우리말로는 이 살벌한 겨울 마녀 이야기가 본다는 것의 문제를 제기하는 동화로 읽힌다. 이야기는 이렇다. 어느 날 악마가 이상한 거울을 하나 만들었다. 아무리 멋지고 아름다운 것이라도 그 거울에 비치기만 하면 구차하고 비루하게 보이는 거울이었다. “황홀하게 아름다운 경치는 푹 삶은 시금치처럼 보였고, 사람들은 몸체 없이 머리로 서 있는 것처럼 소름끼치고 흉측하게 보였다. 거울에 비친 사람들의 얼굴은 완전히 뒤틀려서 도무지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으며, 주근깨라도 하나 있으면 얼굴이 온통 주근깨 투성이인 것처럼 보였다... 2024. 10. 31.
꼰대와 뉴그레이의 호명을 넘어 ‘다른 노년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한뼘 양생』 저자 강연회가 열립니다(오프라인, 서울 정동)! 꼰대와 뉴그레이의 호명을 넘어 ‘다른 노년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한뼘 양생』 저자 강연회가 열립니다(오프라인, 서울 정동)!  문탁 이희경 선생님의 『한뼘 양생』은 우리 시대의 나이듦과 돌봄, 죽음에 대해 다른 비전을 상상하게 하는 책입니다. 인문학 공동체에서 공부하며 함께 나이 들고, 돌봄과 죽음에 대해 공부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요. 어떻게 하면 우리는 새로운 ‘말년의 양식’을 실험해 보고 공유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좋은 노년’에 대해 하나의 상이 아니라 다양한 모델을 가져갈 수 있을까요. 또 무엇보다, 나는 어떻게 늙어가고, 죽음을 맞이해야 할까요. 11월 12일 화요일 저녁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리는 이희경 선생님의 특강에 오셔서 이 질문들에 대한 단초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2024.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