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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포토로그

[북-포토로그] 학교에 간다는 것, 스스로 할 수 일들이 많아진다는 것

by 북드라망 2025. 3. 10.

학교에 간다는 것, 스스로 할 수 일들이 많아진다는 것


드디어 3월이 시작되었다. 작년, 큰 아이가 7살일 때부터 학교에 가는 것을 왠지 모르게 두려워했는데 드디어 그날이 온 것이다.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학교를 간다는 건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정말 큰 변화인 듯하다. 기본적으로 ‘보육’을 해주는 어린이집은 4시 30분까지, 본격적으로 ‘학습’을 시작하게 되는 학교의 정규 수업은 4교시까지다. 그러니까 12시 40분에는 아이를 데리러 가야한다. 

학부모가 된 후 일찍 등하교해야한다는 사실이 가장 크게 다가왔고 그 이외에도 되도록이면 지각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고, 더 많고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모든 물건에 이름표를 하나씩 붙여야하는 준비물 등등 아이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 훨씬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입학식 전날, 혹시나 빠뜨린 것이 없는지 여러 번 살펴보았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은 마치 이제껏 작은 연못에 살던 물고기가 드넓은 바다로 나가서 살아야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입학 후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그 전보다 훨씬 편안해졌다. 물론 일찍 일어나 아침을 차리고 데리러 가는 게 늦어 아이가 기다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여러모로 너무 긴장한 탓인지 몸살감기에 걸렸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이는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잘 해내고 있었다. 학교 밥이 맛있다고 했으며(매우 중요한 사실이 아닌가!) 배우는 것이 재미있었다고 했다. 아침에도 잘 일어났고 수업시간에 배운 것들을 종종 이야기해준다. 어쩌면 이 아이는 이미 학교에 갈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나는 초등학교 1학년생들의 이른 하교시간에만 사로잡혀 나의 자유시간이 줄어드는 것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누군가 그러지 않았던가. “아이는 믿는만큼 자란다”고. 정말 그런 듯하다. 아이는 점점 커가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나는 그저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곁에서 지켜보며 잘 할 수 있다고 응원, 격려하는 일. 그것이면 되는 것 같다.  

 


덧. 아이는 3월이 되자 수영을 시작했다. 수영장에 들어갈 때도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 키를 뽑고 그 키로 사물함을 찾아서 옷을 넣어두어야한다. 그 후 간단한 샤워를 하고 수영복을 입고 나가야하는데, 초등학교 1학년이 하기에는 꽤 복잡해보였다. 수영을 마친 후에도 다시 샤워를 하고 물기를 닦아내고 옷을 입고 자기 수영복과 수영모자, 물안경까지 챙겨서 나와야하는데 혼자 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비누로 씻고 나오라는 것은 진작에 포기했다.ㅎㅎ) 드디어 첫 수영 수업이 끝났는데, 다른 친구들은 다 나오는데 아이가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했더니 머리를 ‘바싹’ 말리고 오느라고 그랬단다. 다른 친구들은 나오느라 바빠서 머리가 다 젖어있었는데, 머리를 끝까지 말리고 나온 아이가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머리가 덜 말랐을까봐 드라이기까지 챙겨갔는데 괜히 머쓱해졌다.) 

자, 이제 아이는 바다에 나갈 준비가 되었다! ‘아이’에 대한 걱정의 시선은 거두고 엄마인 ‘내’가 살아갈 궁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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