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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024

[공동체가양생이다] 포세이돈 신전에서 맹자를 낭송하다 포세이돈 신전에서 맹자를 낭송하다 원문에 꽂히다 문탁의 초창기 홈피에는 공동체를 소개하는 문구로 용맹정진(勇猛精進), 지행합일(知行合一), 사상마련(事上磨鍊) 등의 성어들이 즐비했다.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면서 그 성어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하면 된다고 외치는 ‘무대뽀의 정신’이 저절로 느껴졌다. 앎과 행함의 일치라는 비전은 강렬했고, 내가 그동안 사상을 마련하지 못해서 사는 게 고달팠다고 납득되었다. 나중에 저 성어들이 중국 명나라 사상가 왕양명의 사유라는 것을 알았고, 그 뜻도 나의 독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알고 혼자서 멋쩍어 했었다. 공동체에 와서 내가 처음 접한 고전은 『논어』 였다. 읽자마자 꽂힌 성어는 ‘발분망식(發憤忘食)’이었다. 어떤 일에 분발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면 먹는 것도 잊.. 2021. 5. 14.
딥 퍼플, 『Machine Head』- 'Highway star'를 연습하렴 딥 퍼플, 『Machine Head』 - "'Highway star'를 연습하렴. 시작과 끝에 Riff가 있단다" 레드 제플린이 그렇게 대단한, 위대한 밴드라면, 그에 견줄만한 다른 밴드는 없을까? 있다. 딥 퍼플이다. 그런데… 코너의 특성상 가장 좋아하고, '기억'이 많이 얽혀있는 앨범을 고르곤 하는데, 딥 퍼플의 경우엔 『in Rock』앨범도 좋아하고, 'April'이 수록된 셀프타이틀 3집은 재미난 기억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Machine Head』 음반을 고른 이유가 있다.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고, 처음 '기타'를 배우던 시절에 연습한 곡이 이 앨범에 가장 많기 때문이다. 싱겁기는 하지만, 이게 나 자신에게는 꽤 중요한 분기점이랄까, 그런 것이었다. '연주자'로서의 분기점.. 2021. 5. 7.
[공동체가양생이다] 내가 배웠던 '학교', 파지스쿨 내가 배웠던 '학교', 파지스쿨 세상에 하나뿐인 학교 문탁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문탁샘이 청소년인 악어떼들을 데리고 직업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어느 날 프로그램 전 시간이 비는 틈에 악어떼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다음 프로그램으로 뭘 하고 싶은지 묻는데 녀석들이 도통 대답을 안 했다. 답답해진 나의 음성이 커졌던지 지나가던 문탁샘은 “애들이랑 얘기 좀 해 보랬더니 싸우고 있냐?”고 했다. 싸우기까지야 싶었지만 여튼 청소년들을 상대하는 일은 나랑 맞지 않는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다 어린이 서당에서 수업을 맡은 후, 문탁의 청소년 프로그램 전체를 기획 운영하는 ‘주권없는 학교’(이하 주학) 활동까지 겸하게 되기에 이르렀다. 공동체에 있다 보면 적성운.. 2021. 4. 22.
[쿠바리포트] 까마구에이 지방대 이야기 까마구에이 지방대 이야기 아디오스, 몰포 폭풍 같았던 1학기가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된 지도 벌써 3주가 지났다. 2학년 1학기와 2학기 사이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1학기와 함께 우리들은 ‘몰포’(라는 교과서 이름을 우리끼리 이렇게 줄여 부른다)의 악몽에서 해방되기 때문이다. 마침내, 드디어! 몰포는 쿠바에서 공부하는 의대생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국민 교과서다. 몰포의 앞부분은 해부학, 생화학, 조직학, 발생학의 기본기를 다지고, 뒷부분은 여기에 생리학까지 더해서 총 여덟 개의 신체 시스템을 총괄적으로 설명한다. 이 모든 내용이 삼 학기만에 끝난다. 지나치게 알뜰한 교과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거북목, 시력 저하, 수면 부족, 불안증, 우울증, 기타 등등의 병증을 경험하게 된다. 최근에 한국 의대생.. 2021.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