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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796

[다른 아빠] 그런 ‘아빠’에 대한 욕심 그런 ‘아빠’에 대한 욕심 분노의 오뎅볶음 열심히 교사생활을 하던 아내는 둘째 딸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육아휴직을 했다. 아내의 휴직으로 인해 아이들의 하교 후 생활은 달라졌다. 1학년 때부터 ‘돌봄교실’과 학원을 전전하던 첫째와는 달리 둘째는 하교 후부터 엄마와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예전엔 저녁을 먹고 나야 공부나 숙제할 짬이 생겼지만, 요즘엔 아이들과 놀다 와도 저녁 먹기까지 2~3시간이 남았다. 엄마가 집에 있으니 둘째는 물론이고 첫째의 일상도 안정돼 보였다. 그런데 달라진 건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나의 육아휴직도 그랬지만, 아내도 육아와 살림하기 위해 쉬는 건 아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있는 아내를 보고 내가 달리지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냉동실을 정리하다 유통기.. 2019. 4. 26.
자비와 상상력의 별자리, 물고기자리 자비와 상상력의 별자리, 물고기자리 꿈을 꾸는 듯한 그윽한 눈동자, 온 몸에 힘을 뺀 자연스러운 몸동작, 느린 걸음걸이로 걸으며 조용히 무리 속에 있는 사람, 말 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을 좋아하고 힘들 때 찾아가면 위로가 되는 사람. 곁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이들이 바로 열두 번째 별자리, 물고기자리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입니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는 우수(양력 2월 19일 무렵)부터 개구리가 팔짝 뛰는 경칩을 지나 춘분(양력 3월 20일 무렵) 전날까지 태어난 사람들이 물고기자리입니다. 이 시간은 겨우내 얼어붙었던 모든 것들이 녹아내리는 시간입니다. 불안과 두려움도 녹고, 딱딱한 몸도 녹고 그렇게 녹아서 유연해지면서 생명을 위한 물이 됩니다. 꿈틀거리는 어린 생명들을 바라보며, 힘은 약하지만 귀하디귀.. 2019. 4. 22.
아마도 이런 아빠 아마도 이런 아빠 ‘아빠’가 된다는 것 아이가 태어나던 날을 떠올려 본다. 20대 시절부터 헤비스모커였던 나는, 아기가 태어날 때 대학병원 가족분만실에 2박3일간 갇혀 있었다. 당시 나는 곧 태어날 아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뜨고, 진통을 겪는 아내에 대한 걱정으로 조급해지고, 강렬한 흡연욕구로 초조해져 갔다. 아내의 진통이 10시간쯤 더 지속되어, 담배를 열 시간쯤 더 참아야 했다면, 병원문을 부수고 뛰쳐나갔…을까? 아마 그냥 그 상태로 흡연욕구가 더 강렬해진 채로 열시간쯤 더 버티고 있었겠지. 문득, ‘아빠’란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가족과는 아무 상관없는 자신의 욕구를 어떻게든 참아낸다. 그게 가족 이데올로기건 뭐건 간에 그렇게 되더라. 나에게는 그게 나름대로 신선한 경험이기도 했다. 앞서 말했듯 2.. 2019. 4. 19.
[소세키의 질문들] 『그 후』, 노동은 인간의 의무일까? 노동은 인간의 의무일까? 돈을 벌지 않는 것은 죄악인가 소설 『그 후』(나쓰메 소세키, 노재명 옮김, 2017년, 현암사)의 배경은 1900년대 초의 도쿄다. 이제 막 도입된 근대 자본주의가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도시의 풍경을 바꾸어놓고 있었다. 주인공 다이스케는 도쿄에 살고 있는 청년이다. 그는 지금처럼 대학이 흔하지 않던 개화기에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이다. 얼마든지 원하는 직업을 얻어서 돈을 잘 벌 수 있는 능력과 조건을 갖췄다. 다이스케는 몸도 건강하고 자기 용모에 긍지를 가지고 있는 멋쟁이다. 승승장구하는 사업가 아버지와 형님을 두었으니 집안도 빵빵하다.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없는 촉망받는 신세대 청년이다. 문제는 다이스케가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종일 서재에서 책을 읽거나 .. 2019.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