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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024

[공동체가 양생이다] 도전, 백만 원 벌기 도전, 백만 원 벌기 호기롭게 무모한 도전을 공동체로 출근하는 일상에서도 일주일에 이틀 오후와 토요일에는 학원 일을 계속했다. 당시 학원 일로 백이십만 원 정도를 벌었다. 그걸로 먹고 사는데 별 지장은 없었지만 두 가지 일을 병행하려니 차츰 몸이 힘들어졌다. 학이당에서 하는 공부의 양은 점점 늘어나는데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학원이 인천에 있어서 일주일에 이틀을 120키로씩 운전 하는 일도 부담스러웠다. 학원 일을 그만둘 핑계는 점점 늘어났지만 공동체 안에서 먹고 살만한 일도 마땅치 않았다. 그런데도 난 일단 학원 일을 접고 문탁 안에서 백만 원을 벌어 보겠다고 선언했다. 친구들은 나의 선언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새로운 실험이 공동체에 주는 활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실 그런 선언.. 2021. 3. 18.
펫 샵 보이즈 [Yes] - 어디에나 들러붙고, 얼굴이 아주 많은 펫 샵 보이즈 [Yes] - 어디에나 들러붙고, 얼굴이 아주 많은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나에겐 ‘노래로 기억되는 시절’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한번 콱 박힌 노래들은 그 계절만 되면 다시 나타나게 마련이다. 봄, 그 중에서도 겨울과 완전 봄 사이에 있는 초봄에는 '펫 샵 보이즈'만큼 만만한 것도 없다. 계기는 언제나 그렇듯 아주 단순하고, 몹시 우연적이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봄을 맞이하여 뭔가 '씐나는' 노래를 찾다보니 여기까지 흘러왔달까. 재미있는 것은 펫샵보이즈를 듣기 전에도 '씐나는 노래'들을 찾아서 들었다는 것인데, 대개는 하루 이틀 듣고는 끝나버렸다. 그것들은 70년대 훵크와 EDM디스코였다. 처음에 들을 때는 좋았는데, 듣다보니 전자는 어쩐지 시끄럽고 더웠으며(그래서 여름을 갔지), 후.. 2021. 3. 12.
[공동체가양생이다] 동학(同學), ‘쿨’ 할 수 없는 친구 동학(同學), ‘쿨’ 할 수 없는 친구 공부 좀 했다 나는 공부 ‘좀’ 하는 학생이었다. 우리 집에서 사남매 중에 내가 상장을 제일 많이 받았다. 조회시간에 교단 앞에 불려 나가 상도 받아서 동네에서도 소문 좀 났었다. 그래서인가 살면서 내가 공부를 좀 한다는 자신감을 잃은 적이 거의 없었다. 중학교 때부터 성적은 점점 하향곡선을 그렸고 당시에 학력고사 점수로 응시한 대학은 모두 떨어졌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1년짜리 기획 세미나 ‘내공프로젝트’ 모집 공지가 올라왔을 때 은근 두근거렸다. 기왕 공동체로 출근까지 하게 된 마당에 강도 높은 공부로 내공을 키울 수 있다니 출근길이 새삼 보람차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공 프로젝트는 이문서당과 학이당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문서당에서는 원문강독으로 『논어』를 읽고 .. 2021. 2. 25.
[쿠바리포트]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관계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관계 관계라는 것은 결코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다. 돈으로도, 힘으로도, 계급으로도, 성욕으로도, 어떤 단일한 척도로도 일방적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물론 이런 거대한 힘들은 관계를 단번에 침투하여 박살내거나 변형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말하면서 방향을 틀 수 있는 공간은 그 속에 늘 남아 있다. 쿠바 관료주의 시스템처럼 거대한 바둑판으로 짜인 사회에도, 또 시급을 분 단위로 계산하면서 숨 막히게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도 늘 미시적으로 변화를 꿰할 수 있는 약간의 여지가 있다. 이 미묘한 ‘자유의 공간’은 어떤 인간관계를 맺느냐에 따라서 배치가 달라진다. 이 미시적인 관계를 배제하고는 어떤 거시적인 조직도 세워질 수 없다. 어떤 나무에서도.. 2021.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