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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024

[헤테로토피아] 에피스테메, 아이러니한 주체탐구의 출발 『말과 사물』 에피스테메, 아이러니한 주체탐구의 출발 세계는 취약하고 위태롭다 숨이 콱콱 막힐 듯한 오후의 햇살이다. 고등학교 시절, 고향 집은 바다와 가까웠다. 여름 방학에는 오후 두 시만 되면 해변에 나가 저녁때까지 바다를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별로 하는 일 없이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겼다. 들고 간 라디오를 듣고, 꾸벅꾸벅 졸음이 오면 그대로 돗자리에 누워 잤다. 그러다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깨면 바다에 들어가 실컷 헤엄을 쳤다. 그리고 올라와 모래 속에서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뒹굴었다. 대부분을 그저 멍하니 보냈다. 살갗을 햇볕에 태우고 헤엄을 치고 라디오를 듣고 잠을 잤다. 나미의 ‘빙글빙글’이나 김완선의 ‘오늘밤’ 따위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뒹굴다 마치 .. 2021. 8. 20.
[공생모색야생여행기] 레비 스트로스의 ‘문명’ 개념- 문명의 슬픔 『슬픈 열대』(5) 레비 스트로스의 ‘문명’ 개념 문명의 슬픔 신세계, 시작과 동시에 타락하는 대륙 대서양을 건너, 레비 스트로스는 마침내 1935년 후끈시큼한 남아메리카 신세계에 도착합니다. 참 재미있지요, ‘신세계’라니요. 지구 입장에서 보면 다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대륙들일 텐데 어떤 곳은 ‘옛-대륙’이라 하고 어떤 곳은 ‘새-대륙’이라고 하니까요. 이름 붙이기에는 다 명명자(命名者)의 이해가 들기 마련이지요. 신대륙이란 구대륙 유럽인들의 눈에 뭔가 이용할 거리가 많은 천연의 땅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레비 스트로스는 1935년 상파울로에서부터 신세계를 경험해 들어갑니다. 제4부 대지와 인간은 열대 깊숙이로 들어가기 전 신세계의 표면을 훑어가는 장입니다. 그런데 레비 스트로스는 첫 대면에서부터 ‘이건.. 2021. 8. 16.
[공동체가양생이다] 무진장, 우리들의 '돈' 이야기 무진장, 우리들의 '돈' 이야기 나의 ‘돈’ 이야기 중학교 2학년 봄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어머니는 여행가서 쓸 용돈으로 만 원을 주셨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몇 천 원 정도 생각했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아무짝에 쓸모없는 기념품 같은 거 선물이랍시고 사오지 말라는 말도 잊지 않으셨다. 속으로 이렇게 많이 받았는데 꼭 사와야지 생각했다. 또래들과 가는 첫 여행,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용돈도 두둑 하겠다 맛있는 군것질거리들에 자꾸만 손이 갔다. 야금야금 쓰다 보니 이틀도 되기 전에 바닥이 보였다. 받을 때 이렇게 많이 라는 놀라움이 애걔 이렇게 쓸게 없다니 로 바뀌었다. 기념품 사오겠다고 큰소리 안 쳤던 게 다행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써보니 순식간이더라는 내 말에 어머니는 기가.. 2021. 8. 5.
[공생모색야생여행기] 도대체 자연은 어디에 있는 걸까? 『슬픈 열대』 레비 스트로스의 자연 개념 도대체 자연은 어디에 있는 걸까? 바다는 넓으니까? 지난 4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류를 결정했습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중국이나 한국에서 이미 방류하고 있는 원자력 오염수보다 농도가 낮다는 것을 이유로 들며, 안전하니 마셔도 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안전보다 비용절감 택한 일본 : 아소, “방류수 마셔도 돼” 기사 바로가기) 과연 누구의 안전일까요? 어떤 인간을 표준으로 삼아 측정된 안전일까요? 어쨌든 인간의 몸에는 무해하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방류해도 되는 것일까요? 문어나 가오리의 입장에서도 안전한 일일까요? 바다는 넓고 방류수는 적다. 하지만 그 ‘바다’는 텅 빈 공간이 아닙니다. 자연을 보호하자고들 합니다... 2021.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