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796 우리 집은 동물의 왕국? 우리 집은 동물의 왕국? 요즘들어 아이가 큰 것인지, 며칠 동안의 잦은 외출로 리듬이 깨진 것인지 낮잠을 자지 않으려고 한다. 낮잠을 아예 안 자고 넘어가는 날도 있다. 그러나 아빠에게 딸의 낮잠은 그야말로 '생존'에 결부된 문제이기 때문에 아빠는 갖은 수를 동원하여 딸을 재우려고 애를 쓴다. 그리하여 온갖 비위를 다 맞춰주는데, 그 결과가 저 모양이다. 잠들지 않으려는 딸은 앉아 있고, 앉아서 좋아하는 인형들의 이름을 외친다. 그럼 아빠는 하나씩, 둘씩 딸에게 인형을 건내어주는데, 그러다보면 딸은 인형들 속에 파묻혀서 잠이든다. 푹 잠든 걸 확인한 후에야 눕히는데, 얼마나 떨리는지 모른다. 딸아, 제발 아빠에게서 낮잠을 빼앗지 말아줘. 응? 2019. 5. 10. 양귀자, 『원미동 사람들』- 도시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도시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양귀자, 『원미동 사람들』 연작 필자의 말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1.도시는 난산 끝에 태어났다. 서슬 퍼런 독재정권의 감시와 탐욕스런 투기꾼들의 눈치싸움, 변두리로 추방당한 사람들이 있은 끝에 남겨진 땅 – 그 땅 위로 탐식하듯 허겁지겁 올라간 빌딩과 아파트들이 바로 오늘날 우리.. 2019. 5. 7. [아마도 이런 아빠] 허세의 끝은 어디인가? 허세의 끝은 어디인가? 한 사람의 남편이 된 지도,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지도 벌써 십 년이 넘었다. 아이가 조금씩 커가며 난 청년에서 중년이 되었다. 앞으로 난 어떤 사람이 될 수 있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어렵게 꺼낸 어린 시절 기억부터 아내와의 관계, 이제는 열 살이 된 아이와의 관계를 글로 정리하는 일은 고통스러우면서도 매우 즐거웠다. 아프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해야 했지만,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살았었는지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 삶을 이야기하려다 보니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할 수 있었다.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앞으로의 삶에 대한 자신감도 생긴다. 아들이 맘마, 엄마, 아빠라는 말을 넘어서서 어느 정도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시작하.. 2019. 5. 3. [소세키의 질문들] 『문』 과거로부터의 자유 『문』 과거로부터의 자유죄의식에서 자신을 구원하는 길은? 과거에 붙들린 사람들 우리가 살면서 하는 걱정의 태반은 이미 지나간 일이거나 어쩌면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전적으로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이다. 돌이켜보면 안 해도 괜찮았을 잔걱정을 하느라 남부럽지 않게 잠이 토막 난 밤을 보냈다. 걱정도 팔자라고 저 멀리 남태평양에 태풍이 분다는 뉴스만 들어도 미리 지붕 위에 올라가 자기 집기와를 살필 사람이라는 핀잔을 들었으니 혈액형으로 치면 트리플 A형이 분명하다. 소심한 성격인 만큼 지난날에 대한 회한도 많다. 과거의 편린들이 시간을 거슬러와 현재의 생활기반을 어지럽히지 않을까 두려울 때도 있다. 비단 성격 탓만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기술문명이 발달해도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한 .. 2019. 5. 1. 이전 1 ··· 37 38 39 40 41 42 43 ··· 1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