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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모색야생여행기] 레비 스트로스 『슬픈 열대』- 열대의 깊이 포식의 넓이 (전편보기) 열대의 깊이 포식의 넓이 1. 열대는 깊어 레비 스트로스는 카두베오족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 좀 더 깊은 열대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잠깐, ‘깊다’가 무슨 뜻일까요? 위에서부터 바닥 혹은 바깥에서부터 안까지의 거리를 의미할 수도 있고요. 은유적인 의미로 생각이 신중하거나 그 내용이 갖는 중요함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레비 스트로스에게는 이 깊이가 좀 다른 의미로 체험된 것 같습니다. 레비 스트로스에게 ‘깊어짐’이란 문명이라고 하는 높이에 이르지 못하는 야만의 저 낮은 상태로 내려간다는 뜻이라기보다는 한 존재가 경험할 수 있는 관계의 광대무변(廣大無邊)함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레비 스트로스가 말하는 관계의 엄청남에 대해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레비 스트로스가 탐방하는 두 번째 부.. 2021. 9. 27.
레비 스트로스,『슬픈 열대』(7) - 야생의 사고, 차이를 욕망하는 우주론 야생의 사고, 차이를 욕망하는 우주론 원시는 없다 레비 스트로스가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열대의 원주민들은 카두베오족입니다. 카두베오족은 대부분은 파라과이 강 좌측의 낮은 지역에 살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빈한한 생활을 하고 있었던지, 레비 스트로스를 카두베오족에게 안내했던 백인은 이들이 게으르고 술주정뱅이들이라며 굳이 찾아갈 필요가 없을 거라고 말리기도 했습니다. 레비 스트로스도 몇 가지 점에서는 당황한 모양입니다.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인상을 소개합니다. 한 가족이 막 도살한 ‘제베루(송아지)’ 곁에 몰려들어 고기를 베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벌거벗은 아이 두서너 명이 죽어가는 짐승의 피를 묻히며 그 위를 기어오르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아이들은 동물의 도살과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 2021. 9. 13.
[공동체가양생이다] 원칙에 매인 '경금'의 공동체 밥상 입성기 원칙에 매인 '경금'의 공동체 밥상 입성기 공동체 밥상을 책임지겠어! 2017년 말 워크샵에서 다음 해의 공동체 주방을 운영하는 매니저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같이 할 파트너를 찾던 어느 날, 공부방에서 당시 공동체 주방이었던 주술밥상 매니저와 마주쳤다. 회계 등등의 인수인계 잡무와 내년 운영 계획 등이 오가는데 분위기가 점점 예민해졌다. 결국은 언성이 높아졌다. 친구: 그럼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그동안 여섯이나 했다는 거야?! 나: 같이 하겠다는 사람이 없잖아! 그럼 혼자서라도 해야지! 우리 둘은 씩씩거리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후 친구가 다시 말을 걸었고 함께 차를 마시면서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 했다. 친구는 기존의 매니저 여섯 중에 할 수 있는 사람을 좀 더 물색해보자고 했다. 이미.. 2021. 9. 9.
[공생모색야생여행기] 레비 스트로스,『슬픈 열대』(6) - 증여 만물을 낳는 힘 『슬픈 열대』(6) 증여 만물을 낳는 힘 1. 얏호! 드디어 열대다! 레비 스트로스는 드디어 열대의 입구에 들어섰습니다. 앞으로 그는 상파울로 인근 부족 탐사에서 시작해서 점점 더 열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레비 스트로스는 카두베오족, 보로로족, 남비콰라족, 투피 카와이브족의 순서로 이야기를 정리합니다. 처음 브라질의 열대우림 속으로 들어가면서 정말 큰 기대를 했던 모양입니다. 덕분에 티바지(Tibagy)강 양안(兩岸)을 내려다보게 되는 해발 약 1천 미터의 고지대에서 처음 미개인들과 처음으로 접촉하게 되었을 때, 엄청 실망하고 말지요. 문명이라고는 한 방울도 묻히지 않은 순수한 야만인을 만날 줄 알았었으니까요. 그런데 상상 속 그런 야만인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400년이 넘는 스페인 식민의.. 2021.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