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와 상상력의 별자리, 물고기자리
(2.19-3.20)
꿈을 꾸는 듯한 그윽한 눈동자, 온 몸에 힘을 뺀 자연스러운 몸동작, 느린 걸음걸이로 걸으며 조용히 무리 속에 있는 사람, 말 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을 좋아하고 힘들 때 찾아가면 위로가 되는 사람. 곁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이들이 바로 열두 번째 별자리, 물고기자리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입니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는 우수(양력 2월 19일 무렵)부터 개구리가 팔짝 뛰는 경칩을 지나 춘분(양력 3월 20일 무렵) 전날까지 태어난 사람들이 물고기자리입니다. 이 시간은 겨우내 얼어붙었던 모든 것들이 녹아내리는 시간입니다. 불안과 두려움도 녹고, 딱딱한 몸도 녹고 그렇게 녹아서 유연해지면서 생명을 위한 물이 됩니다. 꿈틀거리는 어린 생명들을 바라보며, 힘은 약하지만 귀하디귀한 모든 생명들에 대해 우리 안의 자비심을 일으킵니다. 예로부터 봄에는 형벌을 내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봄에는 모든 것을 살립니다. 이렇게 어진 마음, 바로 물고기자리의 마음입니다.
공감과 자비심 : 자아 밖에 서다.
물의 별자리인 물고기자리는 이성과 언어보다는 감정에 반응하는 에너지입니다. 부드럽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내성적입니다. 게자리가 바다와 육지를 오가며 바다의 생명수로 육지에 생명들을 만들어내는 자궁의 양수와 젖이라면, 전갈자리는 인간 내면의 어둠을 관장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렬한 감정의 정액과 피, 물고기자리는 모든 생명의 원천이자 혼돈의 세계인 바닷물을 상징합니다. 모든 물별자리는 생명의 탄생에 관여하며 무의식에 쉽게 접속합니다.
인간의 나이 77세에서 84세에 해당하는 물고기자리는 타인의 고통에 민감합니다. 이들은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온 몸으로 느끼며 교감합니다. 시비분별하지 않고 타인의 말을 듣습니다. 그리고는 말없이 그들의 감정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물고기자리는 공감을 통해 상대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아픔을 치유해줍니다. 타인의 슬픔을 함께하는 마음이 자비심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행동에 대해서 평가할 수 있지만 감정은 평가와 판단의 대상이 아닙니다. 화가 나서 사람을 죽이면 나쁘지만, 화가 난 상태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감정은 존재의 자연스러운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유쾌함, 낙관, 기쁨 등은 좋은 감정이고, 분노, 불안, 두려움, 슬픔, 후회는 나쁜 감정이라고 생각하지만 감정엔 좋고 나쁨이 없습니다. 감정의 좋고 나쁨을 분별하는 순간, 우리는 타인의 마음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늘 겉만 돌게 되지요. 상대가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공감은 타인의 존재의 심연에 닿을 수 있는 길입니다.
물고기자리는 한눈에 알아보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은데, 그 이유는 나머지 11개의 별자리를 모두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12개의 별자리를 자연스럽게 넘나듭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배우의 별자리이기도 합니다.
상상력으로 예술과 비전을 펼치다.
물고기자리는 사람을 좋아하고 동물과도 교감을 잘합니다. 자연과 야생을 사랑하고 자연 속에서 산책하며 혼자서 사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비오는 날, 친구랑 조용히 술 한 잔 할 수 있다면 무척 행복할 것입니다.
물고기자리는 자신의 내면세계에 몰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방바닥에 누워서 홀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을 즐깁니다. 하늘에 뜬 달과 연못에 비친 달이 하나로 이어져있다는 기호 를 가지고 있는 물고기자리는 현실과 이상, 실재와 환상을 넘나듭니다. 저 깊은 바다 속처럼 끝을 알 수 없는 무한한 상상력으로 꿈과 비전을 펼쳐냅니다. 만약 이들의 비전이 현실로 실현된다면 인류는 오늘의 한계를 초월하여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상상력은 음악, 미술, 춤, 시, 연극과 영화 등의 예술로 표현됩니다. 그래서 물고기자리 중에는 예술가와 신비주의자들이 많습니다.
물고기자리는 이성적인 언어로 소통하는 것에 서투르고 그리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예술 언어를 배워 둔다면 자신의 재능도 살리고 소통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민감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시끄러운 곳을 잘 견디지 못하고, 삶에서 야망이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물고기자리는 리더가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다만 방송, 영화, 건축, 엔터테인먼트 쪽에는 물고기자리 대표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고기자리는 꿈이나 무의식에도 관심이 많고, 관념적이고 종교적인 성향을 띄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성향이 지나치면 비현실적인 몽상가가 되거나 사이비 종교에 빠지기도 합니다.
또한 중독에 빠지기가 쉬운데, 특히 사람, 술, 약물 중독에 취약합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지만 현실성을 잃으면 쓸데없는 자기희생을 하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애매모호하여 자신의 정체성마저 헷갈려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분명하게 현실에 발을 딛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반복되는 연민은 자칫 타인을 의지박약으로 만들어 의존적인 존재로 만들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하고, 상상의 세계에 지나치게 빠지면 망상 속에서 헤매며 술과 약물을 남용하게 되니 조심해야 합니다.
물고기자리는 가끔 말없이 사라지기도 하는데, 너무 민감해져서 홀로 조용히 쉬러갔을 수도 있고, 버거운 현실로부터 아예 도피했을 수도 있습니다. 침묵은 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현실 회피적인 잠수는 사회생활을 할 때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꽃과 쓰레기 : 우주 만물은 연결되어 있다.
물고기자리는 두 마리의 물고기가 꼬리를 묶고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것은 물고기자리 안에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성향과 이타적이고 영적인 성향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물고기자리 중에는 지극히 세속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타인에게 헌신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부분은 두 가지 성향을 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성향은 결코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틱낫한 스님은 말합니다. ‘정원사는 쓰레기 안에서 이미 오이와 상추와 꽃을 볼 수 있다. 우리가 꽃으로부터 ‘쓰레기’라는 요소를 제거해 버리면 꽃은 존재할 수 없다.’ 아마도 물고기자리는 이 말을 태생적으로 이해할 것입니다. 꽃이 시들어 쓰레기가 되지만 퇴비가 되어 다시 꽃을 피우듯 물질과 정신, 세속과 영성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고기자리는 마지막 별자리로서 12별자리의 총체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이 되는 특성이 ‘우주 만물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나와 타인, 꽃과 쓰레기, 선과 악, 용기와 비굴함, 따듯함과 차가움, 희생자와 구원자 그 모든 것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고통과 번뇌를 느끼는 그곳이 바로 우리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물고기자리는 자연을 좋아하지만 움직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무기력과 우울증에 빠지기 쉬우니 건강을 위해서는 자연을 가까이 하고 산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자극에 민감한 체질을 가지고 태어났으니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분 배출이 잘 안되어 몸이 붓는 경향이 있고, 특히 발 부위가 예민하여 쉽게 피로를 느끼니 발 건강은 잘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레미제라블(불쌍한 사람들)>, <노트르담 드 파리>를 쓴 작가 빅토르 위고는 물고기자리입니다. 그의 소설은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연민과 인간에 대한 탐구, 그리고 모든 것을 뛰어넘는 헌신과 사랑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뛰어난 상상력과 비전으로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 영화 <그랑 블루>를 만든 뤽 베송 감독, 배우 하정우, 그리고 쇼팽과 헨델은 모두 물고기자리입니다.
열두 번째 별자리 물고기자리 다음에는 열세 번째 별자리이자 첫 번째 별자리인 양자리가 다시 돌아옵니다. 양자리는 물고기자리를 막 통과한 별자리라서 영성을 가득 품고 세상에 다시 태어납니다. 우주는 늘 이렇게 순환하고 변화하지요. 12별자리는 모두 각자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고, 지구에는 12별자리가 모두 필요합니다. 별자리 공부가 자신의 타고난 기질을 발견하고 탐구하는 시간이 되었길 바라고,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기질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지난 6개월 동안 별자리 여행에 함께 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 그림 박희진. 별들 사이로 난 길을 동행하고 있습니다. 즐겁게 그림 그리면서요.
★ 글 김재의. 친구들과 함께 경계를 넘나들며 사는 것을 좋아하고, 그 여정을 글과 영화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김재의 선생님의 글은 '인문여행네트워크 여유당'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여행에 관심 있으신 분, 김재의 선생님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은 여유당에 들러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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