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796 소세키, 『풀베개』 연민으로 바라보는 광기의 시대 『풀베개』 연민으로 바라보는 광기의 시대국가가 원하는 인물이 될 수 있을까? 자연을 노래하면 예술이 되나 한 청년이 깊은 산 속 마을로 들어간다. 사방 천지에 꽃잎 떨어지는 소리만 들려온다. 세상사를 떠나 그림 그리기에 딱 알맞은 곳이다. 주인공은 화공이다. 서양화를 그린다. 산 속 온천장에 손님이라곤 화공 한 사람뿐이다. 인적 없는 자연을 바라보니 화공의 입에서 저절로 시가 흘러나온다. “마음은 왜 이리 그윽한지/ 한없이 넓어 옳고 그름을 잊었네./서른이 되어 나는 늙으려 하고,/ 봄날의 한가한 빛은 여전히 부드럽네./소요하며 만물의 유전(流傳)에 따라, 느긋하게 향기로운 꽃향기를 마주하네.” (나쓰메 소세키, 『풀베개』, 송태욱 역, 현암사, 2015년, 168쪽) 자연은 세속의 시시비비를 잊게 한다.. 2019. 9. 18. 청년, 반생명적 관계 속에서 살다. - 3) 청년, 반생명적 관계 속에서 살다. - 3) 나는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게 너무 어렵다. 낯선 사람 앞에만 서면 내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도통 모르기 때문이다. 이름과 나이, 직업과 취미 등 의례적인 질문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다. 그런 상투적인 대화가 끝나고 정적이 흐를 때면 자리를 박차고 도망가버리고만 싶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나는 최대한 편안한 사람들과만 지내려고 노력했다. 모르는 사람과 만나야 하는 일들은 요리조리 피해 가면서 말이다. 그리고 관계에서 오는 갈등 상황에 너무 취약했다. 친구가 나를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나 미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땐 쉽게 상처받았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깜깜하기만 했다. 그래서 나는 나를 힘들게 하는 친구와는 소리소문없이 관계를 끊었고,.. 2019. 9. 17. [나는왜?] 명랑한 중년을 위해 명랑한 중년을 위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 니체의 『도덕의 계보학』 서문에서 이 문장을 만났을 때 반갑고도 놀라웠다. 요즘 나의 상황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말이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 고민은 남편의 은퇴, 딸의 독립, 시어머님의 요양병원 입원 등의 일들이 벌어지면서 시작되었다. 물론 그전에도 살면서 문득 문득 이런 고민을 하기도 했었지만 지금처럼 무겁게 다가온 적은 없다. 니체는 우리가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이유가 “무언가를 ‘집으로 가져가는’ 단 한 가지 일에만 진심으로 마음을” 쏟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흔히 자신의 직업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선호하는 직업은 무언가를 빨리,.. 2019. 9. 9. [아기가왔다] 잘가! 안녕! 돌아와! 나중에 또 보자! 잘가! 안녕! 돌아와! 나중에 또 보자! 요즘 우리 딸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고가철로 위를 지나는 전철을 구경하는 일이다. 저 지하에서부터 철컹철컹(?)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마치 의외라는 듯 '어? 어!' 한다. 그러다가 전철이 모습을 드러내면 양팔을 흔들며 격한 환영의 인사, 환송의 인사를 보낸다. 며칠 전에는 그러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는 아빠를 힐끗 보더니, 아빠는 왜 손을 흔들지 않냐며, 아빠도 얼른 전철을 향해 손을 흔들라고 요구헀다. 아빠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함께 손을 흔들었다. 전철에서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창피했다. 그러나 창피함은 멀고 땡깡은 가까운 법이다. 2019. 9. 6.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 1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