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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리뷰] ‘살아감’에 대한 생각 ‘살아감’에 대한 생각 이기헌(인문공간 세종)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번 오선민 선생님의 신간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을 읽으면서 그런 질문을 여러 번 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관계’다. 작가는 시종일관 사람 그리고 물건들과의 관계 속에서 사는 방법을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매일 만나고 함께 일을 도모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잘 해나가야 하는 건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평소 주의를 두지 않는 물건까지도 여기에 포함되다니. 작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1편의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인물들의 관계 맺음, 또 그들 주변에 배치된 물건들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나는 많은 사람 속에 뒤섞여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조용히 혼자서 다른 존재들의 끄달림 없이 .. 2024. 12. 30.
[현민의 독국유학기] 바램이 삶이 되려면 바램이 삶이 되려면 최근에는 집 재계약과 전기세, 정원 가꾸기로 매일매일 그룹채팅방이 시끄러웠다. 급한 문제가 있을 때 우리는 임의적으로 회의를 만들지만 회의 시간을 잡기란 굉장히 어렵다. 생각보다도 더 12명이 한집에 머무르는 때는 드물기 때문이다. 사는 사람도 금방 바뀌고, 매일 다른 일들이 일어나는, 4년이 된 이 셰어하우스에 현재로 가장 오래 산 사람은 알론소다. 중앙 아메리카의 작은 나라, 한국보다 더 적은 인구가 사는 코스타리카에서 온 그는 이 도시에서 현대무용 학교를 다닌다. 그는 댄서다. 최근 그의 학교에서는 한 학년을 마무리하고 졸업하는 학년을 위한 공연을 열었다. 알론소는 셰어하우스 톡방에 공연 정보를 공유해줬는데, 티켓 값이 생각보다 비싸 못 가겠군 하던 차였다. 공연 오냐고 묻는 그.. 2024. 12. 27.
[나의 석기 시대] 외모 지상주의의 기원 외모 지상주의의 기원 1. 예뻐서도 줍는다 줍는 것은 본능이다. 인류는 채집을 하며 진화의 긴 길을 걸어가고 있다. 주는 대로, 할 수 있는 만큼, 자기 손아귀에 쥘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것을 귀하게 보며 살았고, 그렇게 또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채집을 생계에 맞춰서만 생각하다보니 이것이 다가 아니다 싶다. 왜냐하면 등산이나 산책을 하며, 해변에서 모래성을 쌓거나 헤엄을 치다가 그저 예뻐서 줍게 되는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인테리어에는 전혀 취미가 없는 나도 부엌이나 마루 책꽂이 위에 작고 이상한 물건들을 많이 두고 있다. 나는 왜 이상한 모양으로 부서진 조개껍데기라든가, 귀에 대면 바다 소리가 들리는 고둥이라든가, 착하게 생긴 돌멩이라든가에 끌리는가? 작고 쓸모없는 것을 향한 이 탐심을 어쩌면 좋아.. 2024. 12. 26.
[북-포토로그] 물든다는 것, 물들 수 있다는 것 물든다는 것, 물들 수 있다는 것   고질적으로 편두통을 앓았었다. 편두통으로 응급실에 갈 정도의 상태도 몇 번이나 있었는데, 그러다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민족의학연구원에서 펴낸 『손 주물러 병 고치기』 책을 만난 다음부터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두통 때의 혈자리를 지압볼펜 등으로 꾹꾹 누르면 확실히 어느 정도 두통이 경감되고 견딜 만해졌다. 그다음으로 편두통을 확실히 진압(?)하게 된 계기는 T침을 만나게 되면서이다. 지압볼펜이나 봉으로 누르는 것보다 T침의 효과는 훨씬 강력했다!  T침을 만나기 전에 신기하게도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편두통 횟수가 완전히 줄었고(임신한 이후 2년간은 아예 두통이 없었다+_+), 그 이후 T침을 만나 이제 편두통이 두렵지 않게 .. 2024.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