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3472

[북-포토로그] 2주 동안의 강제 방학 2주 동안의 강제 방학 그런 날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때 말입니다. 이럴 때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주변 사람에게 나의 짜증을 그대로 전달해 버릴 수 있거든요. 하지만 한번 다운된 기분은 쉽게 나아지질 않습니다.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2주 전부터 둘째 아이가 아팠고, 그 여파로 큰 아이까지 지난 주 내내 어린이집에 못 가게 되어서 그런 듯합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몸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별것 아닌 일에도 아이에게 화를 내는 저를 발견했거든요. 아이들과 내내 집에 있어야 하는 와중에 일도 하고, 밥도 해야 하고, 아이들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집은 더 어질러져 있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 2024. 12. 11.
[기린의 걷다보면] 아버지의 걷기 아버지의 걷기 영화 를 보았다. 노년의 주인공은 도쿄 시내 중심가에 있는 공중 화장실 청소부다. 영화가 시작되면 새벽녘 이웃집 할머니의 빗질 소리에 잠자리에서 눈을 뜨는 주인공이 나온다. 이부자리를 개키고 세수를 하고 수염을 다듬고 윗방에 키우는 식물들에게 물을 준다. 그러고는 작업복을 입고 문 앞에 정리해둔 소지품을 챙기고는 문밖으로 나선다. 집 앞 자판기에서 캔커피 하나를 뽑아 차에 오른다. 차 안에 보관해둔 낡은 테이프들 중에서 하나를 택해 틀어 놓고 캔커피를 마신다. 시동을 걸고 집을 나서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자신이 맡은 구역을 돌며 화장실 청소를 하는 동안 같이 일하는 젊은 동료의 수다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그저 빙그레 웃을 뿐. 변기를 닦고 세면대의 물기를 털어내고 휴지통을 처리하는.. 2024. 12. 10.
[내가 만난 융] 새로운 의사의 탄생 새로운 의사의 탄생 김 한 수(사이재) 한 인간은 하나의 정신 세계이다. 그것이 다른 인간에게 작용할 때, 다른 정신 체계와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융 저작집 ’정신요법의 기본문제‘ p13) 신체뿐 아니라 사람의 정신을 본격적으로 치료한다는 생각은 오래지 않다. 19세기 말에 이르러서이다. 19세기를 거치면서 물리 화학 등 과학적 발전과 함께 인체해부학의 발전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질병 개념은 점차 해부학적으로 변해갔다. 가령 심장병, 뇌질환, 위장병, 피부질환, 뼈질환 등등. 한편 정신질환은 물리적, 화학적, 해부학적 검사 결과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환자의 증상이 있는 질환이다. 따라서 정신질환은 신체의 다른 병보다 진단이 애매한 것으로 남아 있었다. 사람의 정신을 본격적으로 분석하고.. 2024. 12. 9.
[인류학을 나눌레오] 관찰, 가려진 연결 찾기 관찰, 가려진 연결 찾기  강평(인문공간 세종) 동물원 가는 길, 미술관에서 답사 아침이다. 마음이 바쁘다. 동물원은 어릴 때 소풍 이후 처음이다. 박물관은 그래도 몇 번 가봤다고 조금 익숙해진 편이다. 이번에는 동물이라는 낯선 대상이라, 후기로 뭘 쓸지 막막하다. 게다가 동물원 관람 전 미술관을 가게 되었다. 세미나 지기인 오선민 선생님께서 동물원 가는 길에 우연히 전시 안내문을 보시고 티켓을 사 오셨다. 동물원 볼 시간도 짧은데, 갑자기 미술관? 돌발 상황 발생이다. 그 순간 나에게 미술관은 동물원 가는 길을 막는 장애물이었다. 그런데 나는 동물원 가는 길에 어쩌다 들른 미술관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실용이라는 목적에 갇힌 나의 시선’을 보게 되었다.   미술관에서는 ‘연결’을 주제로 대안적 건축 5.. 2024.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