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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포토로그

동물원과 어린이

by 북드라망 2025. 5. 7.

동물원과 어린이


5월은 '가정'이 있는 사람들에게 번다한 달이다. 
이번 5월은 특히 많은 초등학교들이 1일과 2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했고, 아이는 봄 휴식기에 들어갔다. 1일부터 6일까지의 봄 휴식기 공지를 보면서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사촌언니와 만나 노는 날을 2일로 잡았다. 장소는 고민하다가 계속 말만 나오고 가보지는 않았던 동물원. 서울 능동의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 갔다가 역시 같은 곳의 놀이공원에 가기로 했다.

아이 아빠는 강력하게 동물원에 가는 것을 거부하는 쪽이고, 나는 실내의 동물 카페 같은 곳은 아예 생각도 안 하는 쪽이지만, 큰 동물원에 가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이 좀 오락가락한다. 동물원의 기원이나 존재에 대해서야 비판적 입장이지만, 특히 아이가 생기자 지금 이곳에 있는 동물원을 경험하는 것에 대해서는 '올바른' 판단이 뭔지 잘 모르겠다.

동물을 '구경'하면서 "어머, 불쌍하다"를 연발하는 부모도 좀 이상하고, 그렇다고 순수(?)하게 '구경거리'로 '즐기는' 것도 맞지 않는다. 부모의 생각은 좀 치워 두고 아이가 일단 보고, 어떤지 이야기하는 건 어떨까? 마침 아이는 요즘 암사자가 주인공인 <푸른 사자 와니니> 5권을 보는 중이다. (1원에서 아프리카 초원의 어린 사자였던 와니니는 무리에서 쫓겨나고 그의 성장 이야기가 펼쳐져간다.) 초원의 동물들이 어떤지, 인간을 동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 저자는 책 곳곳에서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어쩔 수 없이 그것이 너무 인간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순 없는데, 그보다 생각할 거리를 아이들에게 던져주며 이야기 자체로 즐길 수 있고 여러 장점이 훨씬 더 많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서설이긴데, 동물원에 갔다는 이야기다. 아이는 아홉 살 인생 처음 사자와 호랑이와 곰과 코끼리를 실물로 봤다. (작은 동물들은 아쿠아리움이나 목장 같은 곳에서 본 적이 있다.) 좋아하는 사촌언니와 평소 못 먹는 솜사탕도 사먹고 처음으로 큰 동물도 보고 캐리커처 모델도 되어 보고 신나는 하루였다. 늘 그렇듯 사촌언니랑 헤어질 땐 서로 안 떨어지겠다고 난리를 떨고....(자기들에겐 3일 떨어져 있는 것도 3달 같단다. 3달은 3년 같고....)

 

 

인간중심주의나 종차별주의, 동물의 타자성 등에 대한 여러 이야기는 동물원 오기 전 내 머릿속에 있을 뿐이고, 현실은 "왜 암사자가 [책 속의] 와니니처럼 포효하지 않는지"에 대해 서로 말하는 두 아이를 끌고 다음 장소로 이동해 (이곳을 얼른 탈출하고 싶어 하는) 가는 엄마가 있을 뿐이다.

초등 2학년과 4학년의 어린이들은 동물원보다 어서 놀이공원에 가서 비행기팡팡을 타고 싶어했다. 가정의달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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