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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열의 자기만의 고전 읽기46

노자의 목소리, 시인의 언어와 철학자의 언어(11) 시인, 보는 사람(見者, Seer) ② - 세상을 보다 노자의 목소리, 시인의 언어와 철학자의 언어(11) 시인, 보는 사람(見者, Seer) ② - 세상을 보다 천지는 인하지 않다 앞의 글에서 통찰력 이야기를 했는데, 통찰력이라고 하니 다른 글 하나가 떠오른다. 5장이다. “천지는 어질지 않다.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로 여긴다.”[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어질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유가에서는 생생지인(生生之仁)이라 해서 주어를 천지로 두고 만물을 탄생시키는 생명력을 말하기도 한다. 이때 말한 인(仁)을 인간세계에 적용해 만물을 살리는 정치로 해석해 인(仁)을 재정의한다. 유가의 정치철학으로서, 천지를 본받는 정치의 통합적 관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인용한 노자의 말은 이러한 유가의 세계관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노자는 단언한다. “천지는 어질지 않다.. 2021. 6. 4.
노자의 목소리, 시인의 언어와 철학자의 언어(10) 시인, 보는 사람(見者, Seer) ① - 전쟁을 보다 노자의 목소리, 시인의 언어와 철학자의 언어(10) 시인, 보는 사람(見者, Seer) ① - 전쟁을 보다 시인은 보는 사람이다. 시인은 현실을 제대로 보고 현실을 꿰뚫어 보고 현실 너머를 본다.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할 때 시인은 리얼리스트로서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잡다한 현상들이 눈을 어지럽힐 때 시인은 근원을 통찰한다. 시인은 삶에 대한 응시와 생활에 대한 통찰이 쌓여 여기 이곳이 전부가 아니라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비전을 보여 준다. 그들은 예언자이기도 하다. 본질적으로 시인은 본다. 군대가 머문 곳엔 가시나무가 자란다 노자는 시인이다. 그는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전쟁을 본다. 전쟁은 현실이었다. 리얼리스트로서의 그의 면모는 30장에 드러난다. “군대가 머문 곳.. 2021. 5. 21.
노자의 목소리, 시인의 언어와 철학자의 언어(9) 노자의 목소리, 시인의 언어와 철학자의 언어(9) 『노자』의 비유(2) - 갓난아이[嬰], 통나무[樸] * 바로 앞 글 가기 * 연재 모두 보기 3. 갓난아이 부드럽고 연약하다 했으니 우리의 연상은 갓난아이의 비유로 자연스레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갓난아이의 비유가 처음 나오는 곳은 10장이다. “혼백을 싣고 하나로 끌어안으면서 떠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를 오로지하고 부드러움을 이루어 갓난아이처럼 될 수 있겠는가.”[載營魄抱一, 能無離乎. 專氣致柔, 能嬰兒乎.] 10장은 모두 6문장으로 4자+4자로 이루어졌는데 첫 구절만 5자+4자로 씌였다. 포일(抱一)사상으로 알려진 구절로 유명한데 여기에 “영백”(營魄)이란 낯선 글자를 가져왔다. ‘영백’과 신체성 ‘영백’이란 단어부터 시작해 보자. 하상공은 영.. 2021. 4. 23.
노자의 목소리, 시인의 언어와 철학자의 언어(8) 『노자』의 비유(1) - 암컷[牝], 골짜기[谷], 물[水] 이전 글 보러가기 노자의 목소리, 시인의 언어와 철학자의 언어(8) 『노자』의 비유(1) - 암컷[牝], 골짜기[谷], 물[水] 이제 『노자』에 집중해 노자의 비유를 자세히 들여다볼 차례가 되었다. 노자의 주요 비유는 다섯 가지다. 암컷[牝], 골짜기[谷], 물[水], 갓난아이[嬰], 통나무[樸]. 1. 암컷[牝]·골짜기[谷] 암컷과 골짜기의 비유가 제일 먼저 보인다. 제6장 전체가 이를 다룬다. “골짜기의 신령스러움은 죽지 않는다. 이를 그윽한 암컷이라고 한다. 그윽한 암컷의 문, 이것을 천지의 뿌리라고 한다. 끝없이 이어져 실제 존재하는 것 같으며 아무리 생산해도 수고롭지 않다.”[谷神不死, 是謂玄牝, 玄牝之門, 是謂天地根. 緜緜若存, 用之不勤.] ‘빈 것’의 신성함 골짜기[谷]와 암컷[牝]은 ‘비었.. 2021.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