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연재 ▽796

아빠는 흡연자-"아빠 또 담배 펴!?"_아빠 아빠는 흡연자 - "아빠 또 담배 펴!?" 아빠는 흡연자다. ‘흡연자’란 무엇인가. 매일매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다른 말로는 문명사회에서 살아가는 야만인이다. 흑흑. 사실, 아기가 엄마 뱃속에 있던 때에는 담배를 끊을 생각이었다. ‘결심’이라는 거창한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담백하게 ‘당연히 끊어야지’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 어떤 비장함이나 그걸 동반한 결단 따위는 없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될 줄 알았다. 아기가 태어나면 뭐 참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비흡연자로 신분세탁이 될 줄 알았던 것이다. 심지어 몹시 오만하게도 ‘아기가 있는데도 담배를 못 끊는 인간이 있다니...’라고까지 생각했다. 지금은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점보다 그 따위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더 부끄럽다. .. 2018. 3. 23.
바깥은 없다, 오직 골목길에서_카프카 읽기 바깥은 없다, 오직 골목길에서 지금이 아니면 언제, 내가 아니면 누가? 당신들이 우리를 아는가? 우리는 게토의 양들, / 천년 동안 털이 깎이고 모욕을 당한 양들. / 우리는 십자가의 그늘에서 시들어가는 / 재봉사요, 필경사요, 선창자들이지. / 이제 우리는 숲속의 오솔길을 익혔다네. / 총 쏘는 법을 배웠다네. 정확히 목표물을 맞히지. / 내가 나를 위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위할까? /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지금이 아니면 언제? 우리는 다윗의 자손이요, 마사다에서 끝까지 저항하던 사람들. / 우리는 모두 주머니에 돌을 가지고 다닌다네. / 골리앗의 이마를 산산조각 낼 돌을. / 형제들이여, 묘지가 된 유럽을 떠나라. / 약속의 땅을 향해 함께 배를 타자. / 다른 인간들 속에서 인간으로 살아갈.. 2018. 3. 22.
케이트 윌헬름,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 세대를 가르고 흐르는 강 케이트 윌헬름,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세대를 가르고 흐르는 강 2018년 3월 1일은 오랜만에 잘 닦은 유리처럼 날이 쨍했다. 시야가 맑고 투명했고, 햇빛은 공기를 뚫고 직선으로 내리꽂혔다. 본따 오려낸 것 같은 그림자들이 발밑에서 춤을 추었다. 만물의 가장자리가 먹선으로 그은 듯 또렷한 날이었다. 바람도 많이 불었다. 살갗을 할퀴는 공기가 유난히 차고 날카로워, 나는 낮 볕이 따사로운 걸 알면서도 연신 옷깃을 다시 여몄다. 시내 대로를 따라 오래 걸었다. 뺨이 에이고 손이 곱아오기 시작할 즈음 비로소, 잠깐 몸을 녹일 겸 종로타워에 들어갔다. 잠깐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유명한 격언이 말하듯이,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나는 의도치 않게 그 안에.. 2018. 3. 21.
솔직함, 혼돈을 살기 솔직함, 혼돈을 살기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두세 가지 것들 누군가 내게 여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라고 한다면, 나는 어떤 말들을 할 수 있을까?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여자들은 보통 ‘주변’을 중요시한다. 남자들은 모두 얼마간 자기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 산다. 텅 빈 관념에 사로잡히거나 자기원칙만 고집하거나 허황된 꿈을 좇는다. 때문에 어딜 가도 관계에 무능한 쪽은 대개 남자다. 그에 비해 여자들은 훨씬 현실적이다. 옆 사람의 기분이나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거대한 망상에 사로잡히기보다는 자신의 현실적인 조건 속에서 손에 쥘 수 있는 것들을 추구한다. 그 때문에 세속적인 가치에 더 많이 붙들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지나치게 연연하고, 모두와 잘 지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 2018.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