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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796

공부한다면, '개'처럼 공부한다면, '개'처럼 인간 너머라구요? 카프카의 세계에는 동물이 가끔 나옵니다. 개(「어느 개의 연구」,『소송』), 쥐(「작은 우화」,「요제피네, 여가수 또는 서씨족」), 원숭이(「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어쩌면 두더지?(「굴」) 동물은 자기의 종족에 관련된 어떤 질문에 붙들려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개란 무엇으로 사는가?’ ‘쥐의 불안과 고독이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등. 머리에 이런 화두를 활활타는 불처럼 이고 돌아다니다가, 결국 동물은 어떤 경지에 도달합니다. 그것은 바로 ‘사라짐’. 아버지 개와, 친구 쥐들이 시비를 걸며 매달려도 그들은 슬그머니 떠나버린답니다. 자신의 테두리를. 때로는 이 사라짐이 죽음과 변신의 테마로 구현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에는 어김없이 인간이 문제가 되지요. 어쩌다.. 2018. 4. 19.
존 스칼지, 『유령여단』 - 이불속 하이킥을 덜하는 방법 존 스칼지, 『유령여단』 - 이불속 하이킥을 덜하는 방법 이불속 하이킥. 고요히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가 느닷없이 허공을 향해 발길질을 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대개는 처절한 후회, 자책, 수치심 등에 휩싸여 무의미한 동작이나 발성을 갑작스레 폭발시키는 행위를 폭넓게 아우르는 말이다. 이 행위는 일견 갑작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독립적으로는 발생하지 않으며, 물밑에서 선행된 일련의 사고 과정에 뒤따라서 일어난다. 더 중요한 필요조건은 사고와 행위 모두를 앞서는 타임라인에, 반드시 씨앗이 되는 사건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불속 하이킥은 과거에 몸소 겪었던 사건을 기억으로부터 길어올려, 당시에 취했던 자신의 행동이나 언사를 제 3자적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평가한 뒤, 다시 시점을 .. 2018. 4. 18.
‘니체’라는 음악을 듣기 위하여 ‘니체’라는 음악을 듣기 위하여 설명충의 비애 나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일 년에 소설 한 권을 읽으면 기적일 정도로(해리포터는 논외로 하자^^). 그러다 처음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중학교 시절 내가 동경했던 ‘형들’은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고, 그림을 그렸다. 하긴, 그러니까 중딩이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만난 ‘형들’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심지어 ‘사회’를 논하는 것이 아닌가. 이때 나는 난생 처음으로 ‘지적인 것’이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매력일 수 있다는 걸(즉 여자들에게 먹힌다는 걸) 알게 됐다. 좋은 건 냉큼 습득해야 하는 법. 나는 학교 도서관에서 ‘그럴듯해 보이는’ 책을 한 권 빌려 한 달에 걸쳐 읽곤 했다. 유시민, 홍세화,.. 2018. 4. 17.
돌 전야, 아기는 폭풍성장 중! 돌 전야, 아기는 폭풍성장 중! 이 글이 올라가는 4월 13일의 금요일에 우리 딸은 남산의 깨봉빌딩에서 돌떡을 나누고 있을 예정이다. 돌이라니, 돌이라니…. 이게 정녕 꿈이 아니라니. 주마등처럼 만삭 때 아기가 일찍(『루쉰 길 없는 대지』 출간 작업을 모두 마치기 전에) 나올까봐 마음 졸이던 때부터 서로가 쭈글하면서도 퉁퉁 부은 얼굴로 처음 만났던 때며 조금만 잘못 안아도 부러질까 염려되던 신생아 때, 물소리를 들어야 울음을 그쳐서 싱크대 앞에서 아빠와 교대로 서성이던 때, 처음 자기 몸을 들썩들썩하더니 뒤집던 때, 처음 이유식을 먹던 때, 배밀이로 몸을 움직이던 순간… 등등이 스쳐 지나간다. 이 무렵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때”라고 했던 친구의 말이 무슨 말인지 실감하는 요즘이다. 일단 돌을 향해 가.. 2018.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