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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024

30평 아파트, 그곳에선 무슨 일이? 30평 아파트, 그곳에선 무슨 일이? 어렸을 적,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매번 전세와 월세를 옮겨 다녔다. 그래서 ‘내 집이 없다.’는 것은 나에게 가난과 불행의 언표였다. 항상 그랬듯이,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고,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비우라는 통보를 받았다. 나는 또 다시 셋방살이를 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집을 사겠다고 ‘선언!’했다. 강남 집값에 비하면 인천 집값은 굉장히 싸다. 그래도 30대 정규직이 집을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연봉이다. 그래서 나는 은행에서 1억 3천만 원을 대출받기로 했다. 그것도 무려 30년 할부로! '빚'에 포획되다! 『천개의 고원』의 저자들이 인용한 챌린저 교수의 말에 따르면, 지구는 습곡작용(=주름)과 퇴적작용(=쌓임)을 반복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조직화를.. 2020. 3. 11.
[내인생의주역] ‘浚恒(준항)’의 함정 ‘浚恒(준항)’의 함정 ䷟雷風恒 恒, 亨, 无咎, 利貞, 利有攸往. 初六, 浚恒, 貞凶, 无攸利.九二, 悔亡. 九三, 不恒其德, 或承之羞, 貞吝. 九四, 田无禽. 六五, 恒其德, 貞, 婦人吉, 夫子凶. 上六, 振恒, 凶. 뇌풍항 괘는 오래도록 지속하는 도(道)를 이야기하는 괘이다. ‘항(恒)’이라고 하면 항상성, 항심, 지속하다, 꾸준하다, 변함없다 등등의 단어들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렵다. 작심이 삼일에 그쳐서 좌절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마음을 단단히 먹지 못한 나를 탓하며 더 굳게 각오를 다진 것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항 괘의 초효에서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浚恒(준항), 貞凶(정흉), 无攸利(무유리). 정이천은 이렇게 풀이한다. 준(浚)이란 ‘깊게 하는 것’이.. 2020. 3. 10.
Blur, [Modern life is rubbish] - 내 인생의 밴드 Top20 쯤 들어가는 밴드 블러 [Modern life is rubbish] - 내 인생의 밴드 Top20 오아시스의 오래된 팬으로서, 블러에 관해 말하자면, 음……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그 느낌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인지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그냥 지표상으로는 앨범 판매량에서도 밀리고, 챠트 순위들도 밀리는 감이 있고, 발매한 앨범의 종수에서도 밀리며, (거의 확신하는 바이지만) 팬 수에서도 아마 밀리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건 말 그대로 지표, 결국엔 숫자에 관한 것이다. 내가 받은 그 '느낌'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니까 그 옛날(20년 전)부터 이쪽(블러)보다는 저쪽(오아시스)을 더 좋아한 것일 테지……. 다만, 이제와 생각해 보니, 어째서 이 밴드는 '죽이는데, 저 밴드는 '그다.. 2020. 3. 6.
[연암을만나다] 당신의 치열한 삶에 찬사를! 당신의 치열한 삶에 찬사를! 연암이 함양군 안의현에서 수령으로 일할 때였다. 어느 날 밤, 한 아전의 조카딸(이하 박녀朴女:박씨의 딸이라는 뜻 정도 된다)이 약을 먹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원인은 남편의 죽음이었다. 박녀는 남편이 죽자 곧바로 따라 죽을 결심을 했고, 남편의 삼년상을 다 치르고는 목숨을 끊었다. 나이 열아홉에 결혼했고, 남편은 반년도 못되어 죽었다. 그러니 그녀의 나이 겨우 스물 둘. 당시 조선에서는 사대부의 아내(마찬가지로 사대부 집안의 딸)는 재혼을 하지 못하는 풍습이 있었다. 재혼을 하더라도 두 번째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이는 관직을 얻을 수 없었다. 그러니 연암의 말에 따르면, 그 ‘절개 풍습’은 일반 백성들에게 굳이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조선의.. 2020.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