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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199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있었고 있고 있을 것인 세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①배경 있었고 있고 있을 것인 세계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고작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든다. 치히로의 모험 이상으로 삶을 풍요롭게 바라보게 하는 작품은 없다. 이 작품은 무기력하게 자의식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아도 된다는 용기를 확실하게 준다. 유바바의 온천장에서 청소를 조금 하다 나왔을 뿐인 소녀의 모험담에 어떤 숨겨진 장치가 있기에, 관객은 삶의 지극한 다채로움에 감탄하며 감사하게 되는 것일까? 일차적 원인은 공간 설정에 있다. 아빠와 엄마와 이사를 오게 된 시골의 도로에서부터 갑자기 빠지게 된 저편 세계 온천장까지, 미야자키는 구석구석 엄청난 사물과 사람, 괴물과 신을 배치함으로써 개별 공간의 입체감을 상상 그 이상의 방식으로 엮는다. 마녀 .. 2024. 2. 8.
[월간 이수영] ‘무(無)에 대한 의지’에 대하여 ‘무(無)에 대한 의지’에 대하여 월간 이수영 2023년 4월호 부제: 무에 대한 철학자들의 다른 생각 니체는 허무에 대한 욕망이 우리의 삶을 병들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칸트와 헤겔은 공백이나 무(無)가 인간의 본원성에 속하므로, 이것들을 바탕으로 인간을 규정하고 이해하고자 합니다. 니체, 칸트, 헤겔, 이 세 철학자가 인간을 어떻게 다르게 사유하는지, 공백과 무와 같은 부정성의 개념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니체: 허무에 대한 욕망으로 삶을 적대시하는 인간 니체는 인간은 ‘허무를 강력하게 욕망하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허무에 대한 욕망은 우리에게 원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생성’된 것입니다. 누가 허무를 욕망하도록 만들었을까요? 바로 니체의 책 『도덕의 계보』.. 2024. 2. 6.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증오를 이기는 흔들림 《원령공주》 ③ 캐릭터 증오를 이기는 흔들림 숲에는 얼굴이 있다 《모노노케 히메》의 캐릭터 창조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고매한 신에서부터 비루한 인간까지 각자의 감정이 풍부하게 묘사된 점에 있다. 이전까지 미야자키는 해적인 할머니라든가 정원사 거신병, 저주에 걸린 돼지 인간 등 비인간적 캐릭터의 다양한 실험을 해 왔다. 그리고 《모노노케 히메》에서는 숲에 사는 다양한 신들, 정령들이 품고 있는 다양한 감정의 깊이를 표현하는 데 도전을 한다. 특히 미야자키가 주목하는 감정은 증오다. 미야자키는 증오의 다양한 수준을 보여준다. 차례로 살펴보자. 맨 먼저 엄청나게 화가 많이 난 멧돼지 신 나고가 등장한다.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물속 장어처럼 힘차게 약동하는 분노의 촉수들은 사방으로 먹잇감을 찾듯 뻗어 나간.. 2024. 2. 1.
[이여민의 진료실인문학] 아프냐? 움직이고 적게 먹어라! 아프냐? 움직이고 적게 먹어라! 최근 29살 남자 조카가 약을 먹어도 배 아픈 것이 차도가 없어 상급병원 진료를 권했다. 여러 검사 후 조카는 급성 담낭염으로 진단받았다. 담낭은 간에서 생성한 담즙을 저장하는 주머니이다. 담즙은 지방 덩어리를 작은 알갱이로 쪼개 소화가 잘되게 한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고 이 콜레스테롤이 뭉친 결석이 담낭에 생긴다. 결석이 생긴 담낭에는 세균 감염이 잘 되어 염증이 자주 일어난다. 이게 담낭염이다. 조카가 이 경우였다. 치료법은 담낭을 제거해야 한다. 염증이 일어난 장기를 그대로 두면 터져서 복막염으로 진행하여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그런데 조카는 1년 전부터 고혈압, 고지혈증, 고요산증과 지방간으로 약을 먹고 있었다. 이는 모두 대사증후.. 2024.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