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1024 [레비스트로스와함께하는신화탐구] 신화는 지렁이를 부르네 신화는 지렁이를 부르네 그 많던 지렁이는 어디로 갔을까? 8월 중순에 한반도에 큰비가 내렸습니다. 9월 첫째 주, 역대급 태풍 ‘힌남노’가 북상중입니다. 매일의 뉴스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전세계를 강타하는 기후변화입니다. 알래스카에 화재가 나고 남미에 눈이 내리는 등, 기후대 자체를 뒤흔드는 예측불가의 변화가 엄청난 규모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구별은 어찌 되려는 걸까요? 이런 세상에 아이들이 크고 있다니 두렵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저 한 사람으로는 어찌해볼 수 없는 재앙인 것 같아 무력감도 듭니다. 세종에 한참 비 많이 내리던 날 쓰레기 분리를 위해 아파트 현관을 나섰습니다. 지렁이 한 마리가 힘차게 비를 맞고 있었어요. 문득, 지렁이 본 지가 꽤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오는 날.. 2022. 9. 5. [청량리발영화이야기] 미안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미안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자전거 도둑, Ladri di biciclette |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 | 1948 세트 없는 현실, 현실 같은 세트 2차 세계대전 이후 극심한 실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이탈리아. 빈둥거리던 안토니오에게 겨우 일거리가 생긴다. 어머, 이건 무조건 해야 해!! 고용의 필수조건은 ‘자전거’ 지참이었다. 순박하나 결단력이 부족한 안토니오를 대신해 그의 아내는 결혼 예물을 팔아 전당포에 저당 잡힌 자전거를 찾는다. 그러나 어느 날, 일하던 도중 그는 아내가 어렵사리 마련해 준 자전거를 눈앞에서 도둑맞는다. ‘네오리얼리즘’의 대표작인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은 영화 (1948)은 모든 장면을 ‘세트’ 없이 현장에서 찍었고, 조명도 없이 자연광을 이용할 뿐이다. 그래서 영화 속에는 전후.. 2022. 8. 31. [지금동물병원에갑니다] 슬기로운 동거생활─아무것도 베풀지 않는 관계(上) 3편. 동거-동물의 기원을 찾아서(上) 다르게 ‘함께’ 살고 싶다 ‘여우와 두루미’라는 이솝 우화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여우가 두루미를 자신의 식사에 초대했다. 여우는 자신이 평소에 먹던 넓적한 접시를 내왔는데 부리가 긴 두루미는 그것을 먹을 수 없었다. 이 일로 앙심을 품은 두루미는 여우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그다음은 대략 짐작이 갈 것이다. 두루미는 자신이 먹기 편한 목이 긴 호리병에 식사를 담아 내놨고 주둥이가 짧은 여우는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아무리 호의를 베푼다 한들 상대의 처지를 고려하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란 얘기다.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러 ‘여우와 두루미’ 얘기는 다큐멘터리가 되어 온갖 가정 내에서 펼쳐지고 있다. 제목을 바꾸자면, ‘호모 사피엔스와 동거.. 2022. 8. 24. [레비스트로스와함께하는신화탐구] 네트워크의 인류학 네트워크의 인류학 1. 직립의 자유, 쓰기의 자유 고릴라와 인간의 가장 큰 차이는 글쓰기에 있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글을 쓰지요. 그런데 그것은 인간의 지성이 뛰어나서는 아닙니다. 영장류(primates)에서 호모 종이 분화되어 나올 때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은 직립입니다. 오랑우탄과 침팬지 등 영장류목 안 유인원인 긴팔원숭이(gibbon),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 등을 보면 손과 발은 모양이 서로 같습니다. 이들은 나뭇가지를 타고 넘으며 생활하기에, 발도 손처럼 잡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엄지 발가락은 잡기 기능을 포기한 결과입니다. 인간은 땅을 딛고 나아가기를 선택해 지지대로서 엄지 발가락을 진화시켰어요. 덕분에 인간은 침팬지가 쓰는 것에 비해 25퍼센트 에너지밖에 쓰지 않고 걷게.. 2022. 8. 22.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2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