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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024

[헤테로토피아] 거짓말과 위장의 봉기 거짓말과 위장의 봉기 미셸 푸코, 『정신의학의 권력-콜레주드프랑스 강의 1973~74』, 오트르망(심세광, 전혜리) 옮김, 난장, 2014. 오래전 젊은 시절 나는 어떤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본 적이 있다. 혹시 사회 생활하면서 다른 사람처럼 행동해 본 적 있어? 나도 그래본 적이 있어서, 한창 취기가 오르고 비슷한 주제로 얘기하던 차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술을 마시며 물어봐서인지, 그는 웃으며 친구들과 어느 바에서 여자들에게 접근할 때 그래본 적이 있다고 조용히 이야기했다. 다니는 직장을 숨기고 마치 사업하는 사람인 척하며 서너 시간 대화해보았다고 한다. 그러고 헤어졌다고 하니, 아주 은밀하지만, 결론은 건전한 단막극 같았다. 그래, 그래서 그게 재미있었어? 응, 이게 말이지 은근 스릴이 있.. 2022. 9. 23.
[지금동물병원에갑니다] 슬기로운 동거생활─아무것도 베풀지 않는 관계(下) 슬기로운 동거생활─아무것도 베풀지 않는 관계(下) 3편. 동거-동물의 기원을 찾아서(下) 이야기하는 인간─있는 그대로 동물과 살다 과거의 인간들이 맺었던 동물과의 관계가 모두 늑대와 인간의 관계처럼 협력적인 모습을 띠는 것은 아니었다. 동물은 때로 살기 위해 서로를 잡아먹었고, 인간도 그 먹이사슬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인간을 위협하는 많은 야생동물이 사라진 지금에야 상상하기 어렵지만, 인간이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는 경우도 허다했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사는 한반도는 1세기 전만 해도 호랑이가 넘쳐나는 땅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벌인 호랑이 사냥으로 현재 한반도에서는 호랑이가 거의 멸종되었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는 게 지금의 교통사고 만큼이나 흔했다고 하니 얼마나 호랑이가 넘쳐났는지.. 2022. 9. 21.
[레비스트로스와함께하는신화탐구] 며느리의 道 며느리의 道 가장 둥근 달 올해도 추석은 왔습니다. 저에게 두 가지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먼저 달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둥근 얼굴 덕분에 곧잘 ‘달덩이’로 불렸습니다. 듣기에 나쁘지 않았어요. 거울 속 제 모습은 전혀 둥글지 않으니까요. 비대칭인 얼굴인데 말할 때마다 턱이 올라가서 저는 볼 때마다 뭔가 각진 느낌이 있다! 고 생각해왔습니다. 얼굴은 모나 있으나 모두들 둥글다고 하시니 은밀히 제 본성을 감춘 듯 신비주의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ㅋㅋ 이번에 100년 만에 가장 둥근달이 떴지요. 놀랐습니다. 그동안 달은 충분히 둥글지 않았던 거예요. 그런데 ‘가장’ 둥글다고요? 어쩌면 달은 둥글지 않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맞습니다. 우주 자연 안에는 삼각형이 없지요. 삼각형이란 우리 정신 안에서 .. 2022. 9. 19.
[요요와 불교산책] 두 번째 화살에 맞지 않으려면 두 번째 화살에 맞지 않으려면 "번뇌의 화살을 뽑아 집착 없이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면 모든 슬픔을 뛰어 넘어 슬픔 없는 님으로 열반에 들 것입니다." (『숫타니파타』 3품 8 『화살의 경』) 최근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삶이 고해(苦海)라는 것을 실감하며 살고 있다. 작년 가을, 긍정과 명랑의 아이콘이었던 어머니에게 갑자기 심각한 우울증이 왔다. 추운 겨울날 새벽 어머니는 자살충동을 느끼고 집을 나섰다. 천만 다행으로 길에 쓰러져 있던 어머니를 찾은 우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급히 어머니를 입원시켰다. 이번에는 치매가 진행 중이던 아버지에게 문제가 생겼다. 아버지는 무조건 어머니를 데려오라고 시도 때도 없이 고함을 지르고 화를 내며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아버지도 입원해서 약물치료를 받아야했다. 퇴.. 2022.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