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1024 [헤테로토피아] 계보학, 하찮은 것들에서 권력을 찾다 계보학, 하찮은 것들에서 권력을 찾다 미셸 푸코, 『감시와 처벌』, 오생근 옮김, 나남, 2003(재판). 루쉰의 『외침』 서문은 그 글이 사후적으로 소급해 쓴 글임을 고려하더라도, 그가 묘한 상황에 부닥쳐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 해준다. 전당포에서 어렵사리 얻어온 돈으로 사기에 가까운 한의사 처방에 맡기다가 아버지가 죽고 집안은 밑바닥으로 추락한다. 그때 그는 “다른 길을 걸어 다른 곳으로 도망을 가 다르게 생긴 사람을 찾아”보려고 했다(루쉰전집 2권 22쪽). 센다이 의대에서 러일 전쟁 필름을 보다가 건장한 체격의 중국인이 구경꾼에 둘러싸여 조리돌림을 당하는 장면을 보고, 의학에서 문예 운동으로 탈주한다. 그때 만든 잡지 이름이 『신생』(新生). 그러나 그마저 물주가 달아나 실패한다. 그가 말했듯이 젊.. 2022. 6. 17. [지금동물병원에갑니다] 2편. 심약한 동거-인간(上) 2편. 심약한 동거-인간(上) 동거-인간의 사랑, 병을 만들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있다. 옛날엔 자기 팔자가 너무 사나울 때 차라리 개 팔자가 낫겠다며 한탄하는 말로 자주 쓰였다고 한다. 그땐 어지간히 나쁜 팔자가 아니라면 그래도 개보단 사람 팔자가 낫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물론 이 말은 지금에도 많이 쓰인다. 옛날과는 사뭇 다른 의미로. 꼭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도 요새 개 팔자가 어떤지는 한번쯤 들어봤을 거다.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반려동물 사료(거의 식사다)부터 해서 강아지 유치원(심지어 학년제다), 반려동물 전용 생일 케이크(수제다), 명품 브랜드에서 만든 개 옷(강아지는 프X다를 입는다) 등등등등등…. 이쯤 되면 다음 생엔 누구네 집 개,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이 왜 나오는.. 2022. 6. 15. [레비스트로스와함께하는신화탐구] 신화의 테마 - ① 불의 기원 식인의 불 신화의 테마 - ① 불의 기원 식인의 불 신화, 밥상머리 교육담 지난 시간까지 우리는 신화 제작의 논리를 살펴보았습니다. 레비 스트로스가 말하는 신화는 인간과 동물이 아직 구분되지 않던 시기의 이야기입니다. 무슨 원자 단위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이 자연의 온갖 힘들로부터 출현하는 대등한 존재라는 것이 줄기차게 자각되는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 레비 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를 활발히 작동시키는 신화의 세계는 ①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주시하면서(卽非의 논리), ② 감각 기호를 통해 내가 세계와 접속하는 방식을 연구하며(구체성의 논리), ③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함께 조화를 이룰 것인가(전체성의 논리)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기호들을 배열한다고 합니다. 신화의 바다에서는 그러한 제작 논.. 2022. 6. 13. [레비스트로스와함께하는신화탐구] 나르시시즘과 싸우는 증여의 신화학 신화논리② 구체의 과학(2) 나르시시즘과 싸우는 증여의 신화학 1. 호모 파베르, 만물을 수단화하는 존재? 인류는 언제 출현했을까요? 고인류학에서 인류의 기원을 물을 때에는 몇 가지 기준을 적용시킵니다. ‘직립, 머리크기, 도구, 이빨’(링크) 재미있지요? 이빨 크기와 모양이 왜 들어가는 것이며, 도구와 이빨이 또 무슨 관계이길래요? 더 흥미로운 점은 이 기준들은 순서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인류의 ‘출현’ 시점을 잡는 데에는 이빨의 모양보다 직립의 증거가 더 중요하다고 해요. 사실 모든 요점들이 진화론적으로 연결되어 있기는 한데요, 두 발로 서게 된 이후에 자유로워진 두 손을 어떻게 쓸 궁리를 하다가 머리가 커지고, 그 결과 실제로 불을 사용하게 된다든지 돌도끼를 깨고 간다든지 해서 자연물을 더 활발하.. 2022. 5. 31.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2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