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796 [청년동의보감] 결정 장애 세대 결정 장애 세대 예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헤어질 때 했던 말이 있다. “넌 왜 하고 싶은 게 없어? 하다못해 같이 먹고 싶은 것도 없고, 그냥 다 좋다고만 하잖아.” 만나는 동안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고 했던 나대신 모든 결정을 대신해야 했던 그.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한꺼번에 표출한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난 후,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친구들 사이에서도 막상 내가 나서서 뭔가를 결정한 경험은 없었다. 그냥 다 괜찮은데…, 딱히 별 고민이 없었던 나에게 그 말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주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하나? 호불호가 강하지 않은 성격이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리하야, 각종 심리 검사를 동원했다. MBTI며 애니어그램 등, 하다못해.. 2019. 11. 5. 슈퍼우먼, 도덕을 묻다 슈퍼우먼, 도덕을 묻다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직장인으로 어느 하나 소홀해지고 싶지 않아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는 ‘현모양처, 슈퍼우먼, 무수리’란 별명이 자동으로 붙었다.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학창시절 내내 곁눈질 한 번 하지 않고 공부만 했다. 몸이 아파도 지각이나 결석 한번을 안 했다. 직장에서도 예스맨으로 불리며, 야근을 밥 먹듯이 해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막내며느리지만 시부모님과 같이 살며 식사는 물론 간식까지 준비해놓고 출근을 했다. 걱정하시기에 저녁에는 외출도 삼가고, 휴가나 여행도 한동안 가지 않았다. 시부모님 두 분 모두 돌아가시기 전까지 일 년 넘게 집에서 병간호도 했다. 이런 .. 2019. 11. 4. 목놓아 불러 봅니다. '엄마' 목놓아 불러 봅니다. '엄마' 요즘 부쩍 아는 게 많아져서 그런지, 전엔 하지 않던 행동들을 한다. 사진에서 보듯, 낮 시간 어느 때인가 불쑥 창가로 가서는, 큰 소리로 '엄마!'하고 부르곤 하는데, 처음엔 꽤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창문이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하하. 우리집 앞 사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데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그렇게 소리를 치고 돌아보며 웃거나, 곧바로 아빠에게 장난을 걸어오는 모습을 보면 딱히 엄마가 그립다거나, 엄마를 생각하면 코끗이 찡해진다거나 그런 건 전혀 아닌 것 같다. 다만 보고 싶을 뿐. 그래서 그럴 때는 아빠도 그냥 딸과 함께 엄마를 목놓아 부른다.(창문 닫고) 다만 유의할 것은 여기서 '엄마'는 아빠의 엄마가 아니다. 아.. 2019. 11. 1. ‘사심’에서 ‘양지’로 ‘사심’에서 ‘양지’로 내가 사랑하는 책 『전습록』은 내 삶의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 책과 진하게 만날 때쯤 나는 남편이 되었고 아빠가 되었다. 아빠가 된다는 사실에 설레고 기뻤지만 동시에 걱정도 함께 찾아왔다. 공부하는 백수였기에 버는 돈도 많지 않았고 모아둔 것도 별로 없었다. 점점 ‘생계’가 고민되기 시작했고 내 글은 걱정으로 채워졌다. 걱정한다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지만 나는 그 문제를 놓지 못했다. 그해 마지막 학기에 『전습록』을 만나서야 내가 왜 놓지 못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전습록』은 명나라 시대의 유학자 왕양명과 제자들이 주고받은 문답을 모아놓은 책이다. 양명은 우리의 마음에 이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마음의 본체인 ‘양지’는 배우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도 무엇이 옳고 .. 2019. 10. 31.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1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