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1199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신은 죽었다 《원령공주》② 사건 신은 죽었다 《모노노케 히메》는 신의 죽음을 다룬다. 정확히 말하면 신의 자연사가 아니라 신의 살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전에도 숲이 죽어가고 있음을 경고하며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와 《라퓨타》를 만들었다. 그리고 최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는 아래세계의 주재자가 실제로 죽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이 모티프를 다시 한번 사용한다. 신의 살해란 무궁무진한 신화의 바다에는 드물지 않는 일이다. 인류 최초의 서사시라고들 하는 『길가메쉬 서사시』에서 영원한 생을 꿈꾸는 길가메쉬는 자신의 위업을 새기기 위해 삼나무 숲의 거인 훔바바(Humbaba)를 베기 위한 전쟁을 한다. 그는 도끼를 들고 치고 또 치면서 훔바바를 쓰러뜨렸다. 물론 이 덕분에 훔바바에게만 깃들었던 일곱 광채와 .. 2024. 1. 25. [아이가왔다2] 옴마! 음마! 엄마? 옴마! 음마! 엄마? 15개월이 된 도겸이는 말귀를 꽤 잘 알아듣는다. 동시에 의사도 명확해지고, 주장(=고집)도 점점 세지고 있다. 처음 얘가 뭘 좀 알아가는구나, 하고 느낀 건 바나나 단어 카드를 들고 베란다로 뛰어가서 “(아주 거센 어조로) 음마! 엄마!”를 외쳤을 때였다.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물론 지나가다가 우연히 카드를 발견하고 곧 원하는 게 된 것 같긴 했지만...), 그걸 어떻게 얻어낼 수 있는지, 자신이 원하는 게 어디에 있는지까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 뒤로는 더 아이의 의사를 묻기 시작했던 것 같다. “도겸아, 밖에 나갈래? (1~2초) 집에 있을래?”, “딸기 줄까? (1~2초) 바나나 줄까?” 두 가지 정도의 선택지로 물으면, 아이는 명확하게 대답한다. 밖에 나가고 싶을 때는 .. 2024. 1. 23.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자연과 문명의 저편 《모노노케 히메》① 배경 자연과 문명의 저편 《모노노케 히메》의 포스터를 보자. 희고 거대한 들개가 무서운 눈으로 우리를 노려본다. 그 옆에 입술에 피를 묻힌 눈이 큰 소녀 역시 증오에 찬 눈으로 우리를 직시한다. 이들의 분노와 적의가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들개-어미와 그의 인간-딸이 함께 싸우는 듯이 보이는 포스터와는 달리 1997년 작품《모노노케 히메》의 진짜 주인공은 아시타카라고 하는 소년이다. 신을 죽이기로 한 인간이 어떤 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 그 어리석음을 딛고 나아가기 위해 어떤 고난을 뚫고 나가야 하는지, 미야자키 하야오는 원한의 사슬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한 소년의 모험담을 그렸다. 포스터에는 살벌한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 모녀가 그려져 있지만, 사실 이들이야말로 아시타카가 .. 2024. 1. 18. [아기가 왔다2] 까꿍 놀이 까꿍 놀이 아기가 9개월쯤 되었을까.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잠시 저녁거리를 사고 있는데, 유아차에 있던 딸이 혼자 얇은 담요로 얼굴을 가리더니 홱 하고 내렸다고 한다. 나는 그 상황을 보지 못했지만, 남편과 첫째가 똑똑히 목격(!)했다고 한다. 그 후로 딸의 셀프 까꿍 놀이는 계속되었다. 방문을 열었다가 닫으며 숨었다가 나타났고, 또 손에 잡히는 건 무엇이든 (오빠의 내복 바지나 책, 분리수거하려고 꺼내 놓은 종이 등등) 머리 위로 올린 다음 내리기 바빴다. 그날도 딸은 얇은 천 기저귀를 가지고 신나게 까꿍 놀이 중이었다. 나는 이번에는 꼭 기록하고 싶어서 앞에서 핸드폰을 들고 촬영하기 시작했다. 한 열번쯤 손을 올리고 내리며 놀이를 즐기는 딸이 갑자기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갔다. 바닥에 ‘쿵’ 소리가 났.. 2024. 1. 16.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30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