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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796

[내인생의주역] 풍요 속의 어둠 풍요 속의 어둠 ䷶雷火豐 豐, 亨, 王假之, 勿憂, 宜日中. 初九, 遇其配主, 雖旬, 无咎, 往有尙. 六二, 豐其蔀, 日中見斗, 往得疑疾, 有孚發若, 吉. 九三, 豐其沛(旆), 日中見沬, 折其右肱, 无咎. 九四, 豐其蔀, 日中見斗, 遇其夷主, 吉. 六五, 來章, 有慶譽, 吉. 上六, 豐其屋, 蔀其家, 闚其戶, 闃其无人, 三歲不覿, 凶. 늦은 나이에 지방에서 서울까지 오고 가는 공부를 시작한 지 수년이 지났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가족들에게 소홀해졌고, 이웃들에게도 무심해졌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참 희한했던 것은 그동안 아무도 나의 공부에 대해 딴죽을 건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응원을 받는 듯 묘한 기분이었다. 그야말로 공부만 하면 되는 탄탄대로의 공부길 이었다. 그저 쭉~ 가기만 하면 되.. 2019. 12. 17.
아빠는 서비스직 아빠는 서비스직 아이를 낳아 기르기 전까진, 동네 놀이터에 서너살 짜리 꼬맹이들과 보호자들이 오후 서너시만 되면 어째서 그렇게 많은 것인지 잘 몰랐다. 딱히 학교를 다닐 나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놀이터에 무슨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우리 딸의 행태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는데, 그 시간이 바로 어린이집 하원시간이었다. 딸은 무슨 계약서라도 있는 것처럼 어린이집이 끝나면 '노이터, 가자'라고 하는데, 가는 건 어렵지 않으나 날씨나 아이의 건강상태에 따라 갈 수 없는 날엔 참 괴롭다. 그런 날엔 거의 질질 끌고 가야하거나, 온갖 감언이설로 꼬드겨야 하는데... 그러고 있자면 내 업무(육아)의 형태가 서비스직으로 바뀌었다는 걸 깨닫곤 한다. 말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몸도 커져서 번쩍 들어옮기기도 부담스.. 2019. 12. 13.
[청년동의보감]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관계 – 알바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관계 – 알바 24살, 나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카페 알바를 했다. 오전 7시에 출근해서 청소하고, 과일을 깎고, 샌드위치를 만들다 보면 금방 점심시간이 된다. 회사 근처 카페라 점심시간은 그야말로 ‘피크타임’이다. 손님들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그에 맞춰 나도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초인적인 ‘반사 신경’으로 커피를 뽑고, 과일을 갈고, 동시에 설거지도 하고 빵도 굽는다. 오후 2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쯤이면 거의 녹초가 되어있다. 하지만 정작 속을 끓이는 일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월급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것이었다. 카페 사장님은 ‘주휴수당’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힘들게 구한 일자리를 놓치기 싫어서 또 관계가 껄끄러워질까봐 나는 당장 말하지 못하고 혼자 쌓아두.. 2019. 12. 10.
한나봉(한라봉) 되기 한나봉(한라봉) 되기 딸은 지금(31개월)보다 더 어릴 때에도 장난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말'이 늘면서, 그 중에서도 어휘가 늘면서 장난이 한층 다채로워졌다. 거기에 요즘은 문장, 그러니까 '맥락'을 연결하고, 뿌수는 능력이 더해졌는데, 말인즉 말이 되는 장난을 치곤 한다. 제주도 사는 이모가 준 한라봉을 까주느라 한라봉 윗부분을 칼로 따냈는데, 그걸 보더니 딸이 '뚜껑, 뚜껑이네'하였다. 그것도 신기했는데, 그 다음엔 그걸 머리에 쓰더니 '한나봉!'이라고 하는게 아닌가. 그러니까 이제 자기가 한라봉이 되었다는 소리다. 저녁에 그러고 한참 놀다가 아침에 일어나더니 또 한라봉을 찾는다. 과육은 먹고 껍질은 머리에 쓰고 노니, 일석이조. 앞으로 얼마나 더 재미난 장난을 칠까? 2019.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