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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796

[내인생의주역] 썩은 것에서 생성의 향기를 맡다 썩은 것에서 생성의 향기를 맡다 ䷑山風蠱 蠱 元亨 利涉大川 先甲三日 後甲三日 初六 幹父之蠱 有子 考 无咎 厲 終吉(아버지의 잘못을 바로잡는 아들이 있으면 아버지의 허물이 없어지고, 위태롭게 여겨야 끝내 길하다.) 九二 幹母之蠱 不可貞 九三 幹父之蠱 小有悔 无大咎 六四 裕父之蠱 往 見吝 六五 幹父之蠱 用譽 上九 不事王侯 高尙其事 만약 쓰레기더미 옆을 지나간다면 코를 틀어막고 그 자리를 잽싸게 피할 것이다. 헌데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아니 내가 쓰레기라면? 아무리 코를 막고 눈을 감아도 썩은 냄새가 온 몸에서 진동하고 썩은 물이 뚝뚝 떨어진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이런 상황을 당황스럽게도 주역은 크게 형통할 뿐 아니라 큰일을 하는 시기라고까지 말한다. 산풍고의 고(蠱)자를 파자하면 ‘벌레(蟲) + 그릇(.. 2020. 2. 4.
손씻기 2 손씻기 2 전에 손씻기에 관한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었다.(링크) 이제 거기서 한단계 더 진화해서 손을 혼자 씻는다. 나갔다가 들어오면 꼭 손을 씻게 하는데, 슬슬 말을 안 듣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아주 그냥 막 그냥 안 씻으려고 그런다. 그러던 차에 아빠가 꾀를 내어, '그럼 아빠는 밖에 있을테니까 혼자 씻을래?'하며 낚시대를 드리웠고, 딸은 옳다구나 하며 '그래!' 하였다. 그러더니, 신기하게도, 정말로 자기 혼자 물을 틀고, 비누칠을 하고, 손가락 사이사이, 손톱 밑까지 다 닦는게 아닌가! 이런 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가는 건가 싶다. 기쁘다. 2020. 1. 17.
[연암을만나다] 글쓰기는 공작(孔雀)을 만나는 일 글쓰기는 공작(孔雀)을 만나는 일 연암이 열하 사신단을 따라 중국에 갔을 때였다. 연암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곳에서 공작 세 마리를 본다. 그것은 푸른 물총새도 아니고, 붉은 봉황새도 아니고, 학보다는 작고 해오라기보다는 컸다. 몸은 불이 타오르는 듯한 황금색이었고, 꽁지깃 하나하나마다 남색 테가 둘러져있는 석록색, 수벽색의 겹눈동자가 황금빛과 자주색으로 번져 아롱거리고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푸른빛이 번득였다가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다가 하는 것이, 이보다 더 아름다운 광채(문채文彩)는 본적이 없는 듯했다. 이어서 연암은, 역시 연암답게도 이 숨 막히게 빛나는 (공작을 설명하는 연암의 문장을 직접 읽어보면, 온 세상이 환해지면서 숨 막히는 기분이 든다.) 공작을 보면서 ‘글’에 대해 생각한다. 무.. 2020. 1. 16.
함장가정(含章可貞)의 지혜 함장가정(含章可貞)의 지혜 ䷁重地坤坤 元 亨 利 牝馬之貞. 君子 有攸往. 先迷 後 得主利.西南得朋 東北喪朋 安貞 吉.初六 履霜 堅氷至.六二 直方大 不習 无不利.六三 含章可貞 或從王事 无成有終.六四 括囊 无咎 无譽.六五 黃裳 元吉.上六 龍戰于野 其血玄黃.用六 利永貞. 내가 ‘周易’을 나름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역은 내게 ‘天–地–人’으로 상징되는 三才가 함께 움직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과 우주를 변화시켜간다는 원리를 가르쳐주었다. 3년 전부터 『주역』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외웠다. 어느 정도 외운 후 이제 뜻도 좀 잘 알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주역』을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중천건(重天乾) 괘를 읽고, 중지곤(重地坤) 괘를 읽어가면서 갑자기 많은 생각이 몰려왔다. ‘.. 2020.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