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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024

[요요와불교산책]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행복하라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행복하라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행복하라. 성냄 때문에, 또는 미움 때문에 서로의 고통을 바라서는 안 된다. 위로 아래로, 옆으로, 장애없이, 원한없이, 증오없이, 온 세상에 대하여 한량없는 자애의 마음을 닦아야 한다.((『숫타니파타』 『자애경』)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서서 영주 부석사를 좋아한다. 산 중턱에 세워진 부석사는 일주문에서 법당에 이르기까지 계단식 구조로 되어 있다. 마지막 계단을 올라 안양루를 통과하면 그때 무량수전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부석사에는 무량수전만이 아니라 떠 있는 돌, 부석(浮石)이 있다. 그 돌과 함께 당나라 여인 선묘의 의상대사를 향한 절절한 사랑의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내가 부석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천년의 사랑 때문도 아니고, 역.. 2022. 12. 28.
[청량리발영화이야기] 함께 그러나 불안정하고 모호한 함께 그러나 불안정하고 모호한 결혼이야기 Marriage Story(2019) | 감독 노아 바움백 | 주연 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 137분 | 통상적으로 ‘가족’은 결혼으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주거와 생계를 유지하는 단위로서의 ‘가구’와는 달리 가족은 혈연이나 혼인 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가족을 구성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가구와 가족의 구별은 사적 사회구성의 서로 다른 형태일 뿐, 그 구성원(들)의 밀도나 결속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내밀함’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 않을까. 쉽게 말해, 현관문을 열면 바로 방이 보이는 ‘원룸’구조와 현관문, 중문, 방문, 전실을 통해 들어가야 하는 ‘안방’이 다르게 배치되는 이유다. 가족이라.. 2022. 12. 27.
[레비스트로스와함께하는신화탐구] 청소하기의 신화학 청소하기의 신화학 청소의 어려움과 두려움 청소는 무서운 일입니다. 치우고 돌아서면 또 치울 것이 나오고 어제 치웠어도 오늘 치워야 합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심지어 한도 없습니다. 멈추면 죽는구나, 하는 절박감을 주는 활동 중에 청소만한 것이 또 있을까요? 그런데 누구나 해야 하고, 죽기 직전까지 멈출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상 속에서 또 제일 부정되는 일이 청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반 일리치가 비판하듯 근대의 청소가 임금 노동의 보완물인 그림자 노동으로 되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내일 또 어질러져 있을 텐데 오늘 안할 수도 없고 아무리 해도 그 자체로는 어떤 의미도 가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청소는 무용과 허무라고 하는 무시무시한 어둠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직시하기가 두렵습니다. 청소.. 2022. 12. 19.
[청량리발영화이야기] 우리에게 ‘사과’가 필요할 때 우리에게 ‘사과’가 필요할 때 시 Poetry(2010) | 감독 이창동 | 주연 윤정희 | 135분 | 15세 이상 영화는 개천에서 떠내려 오는 주검을 한 아이가 우연히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미’ 우리는 ‘누군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럴 때 스토리는 ‘누가, 왜 죽였는지’ 밝혀나가는 방식으로 대부분 전개된다. 이는 어쩌면 우리의 관심 역시 대부분 그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해자가 누구인지, 범행 동기는 무엇인지, 어떻게, 어디서, 왜!!! 그러나 이 영화의 질문은 애초부터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같은 마을에서 중학생 손자와 함께 낡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66세 미자(윤정희). 그녀가 '시'를 배우기 시작한 건 자신이 알츠하이머 초기임을 의심한 이후였다. 스스.. 2022.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