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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796

[내인생의주역] ‘浚恒(준항)’의 함정 ‘浚恒(준항)’의 함정 ䷟雷風恒 恒, 亨, 无咎, 利貞, 利有攸往. 初六, 浚恒, 貞凶, 无攸利.九二, 悔亡. 九三, 不恒其德, 或承之羞, 貞吝. 九四, 田无禽. 六五, 恒其德, 貞, 婦人吉, 夫子凶. 上六, 振恒, 凶. 뇌풍항 괘는 오래도록 지속하는 도(道)를 이야기하는 괘이다. ‘항(恒)’이라고 하면 항상성, 항심, 지속하다, 꾸준하다, 변함없다 등등의 단어들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렵다. 작심이 삼일에 그쳐서 좌절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마음을 단단히 먹지 못한 나를 탓하며 더 굳게 각오를 다진 것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항 괘의 초효에서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浚恒(준항), 貞凶(정흉), 无攸利(무유리). 정이천은 이렇게 풀이한다. 준(浚)이란 ‘깊게 하는 것’이.. 2020. 3. 10.
[연암을만나다] 당신의 치열한 삶에 찬사를! 당신의 치열한 삶에 찬사를! 연암이 함양군 안의현에서 수령으로 일할 때였다. 어느 날 밤, 한 아전의 조카딸(이하 박녀朴女:박씨의 딸이라는 뜻 정도 된다)이 약을 먹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원인은 남편의 죽음이었다. 박녀는 남편이 죽자 곧바로 따라 죽을 결심을 했고, 남편의 삼년상을 다 치르고는 목숨을 끊었다. 나이 열아홉에 결혼했고, 남편은 반년도 못되어 죽었다. 그러니 그녀의 나이 겨우 스물 둘. 당시 조선에서는 사대부의 아내(마찬가지로 사대부 집안의 딸)는 재혼을 하지 못하는 풍습이 있었다. 재혼을 하더라도 두 번째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이는 관직을 얻을 수 없었다. 그러니 연암의 말에 따르면, 그 ‘절개 풍습’은 일반 백성들에게 굳이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조선의.. 2020. 3. 5.
[내 인생의 주역] 흩어짐, 새로운 생성으로 나아가는 길 흩어짐, 새로운 생성으로 나아가는 길 風水渙 ䷺ 渙, 亨, 王假有廟, 利涉大川, 利貞. 初六, 用拯馬壯, 吉. 九二 ,渙奔其机, 悔亡. 六三, 渙其躬, 无悔. 六四, 渙其羣, 元吉, 渙有丘, 匪夷所思. 九五, 渙汗其大號, 渙王居, 无咎. 上九, 渙其血去逖出, 无咎. 요즘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해체와 생성’을 통한 자기 변형의 문제이다. 이것은 순서가 있는 게 아니라 동시에 일어난다는 생각이 든다. 완고하게 붙들고 있던 것들을 무너뜨리고 흩어버리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주역의 환괘는 바로 이런 ‘흩어짐과 모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기 지반을 흩어버리고 다시 모은다는 것은 결국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몸을 트는 것이다. 환 괘의 괘사와 각 효들은 이 때 무엇을 경계.. 2020. 3. 3.
[연암을 만나다] 웬수에서 벗되기 웬수에서 벗되기 요즘 내가 주로 활동하는 곳은 주방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밥을 먹고, 연구실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밥당번을 하고, 온갖 선물들까지! 주방에는 수많은 마음들이 오간다. 이런 주방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막힌 곳 없이 잘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주방매니저의 임무다. 그런데 주방매니저인 나와 명이언니는 흐름을 만들기보다는 자꾸 삐걱거렸다. 언니는 저번 시즌에 이어 계속 주방 매니저를 하면서 처음 시작했을 때의 의욕이 많이 사라졌고, 주방인턴에서 주방매니저가 된 나는 주방을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는 생각보다는 여전히 언니에게 묻어가려는 마음이 있었다. 그 결과 우리는 한 팀임에도 불구하고, 개인플레이를 했다. 각자 자기가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 할 뿐, 그 외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 2020.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