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연재 ▽1024

[요요와불교산책] 나는 세상과 싸우지 않는다 나는 세상과 싸우지 않는다 나는 세상과 싸우지 않는다. 세상이 나와 싸운다. 진리를 설하는 자는 세상의 누구와도 싸우지 않는다.(『쌍윳따니까야』 22:94) 바람이 움직이는가 깃발이 움직이는가 깊은 산에 있는 사찰은 본당에 이르기까지 여러 개의 문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문들 중 첫 번째 문이 일주문(一柱門)이다. 기둥 하나로 지붕을 받치고 있기 때문에 일주문이라고 한다. 일주문의 현판에는 보통 산 이름과 절 이름이 쓰여 있다. 그런데 역사가 오랜 절에 가보면 일주문에 앞서 사찰의 존재를 알리는 돌기둥이 있다. 바로 당간지주(幢竿支柱)다. 본래는 두 개의 돌기둥 사이에 높이 솟은 당간이 세워져 있었다. 당간이란 당(幢)이라고도 하고 번(幡)이라고도 하는 깃발을 거는 기둥이다. 당간지주의 용도는 .. 2022. 12. 9.
[레비스트로스와함께하는신화탐구] 식구되기의 어려움 식구되기의 어려움 ⟪고독한 미식가⟫ (☞링크) 2012년부터 시작된 시리즈는 2022년 10월, 시즌 10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질리지도 않고, 다시 한번 가을’이라는 광고문구가 보입니다. 평범한 도시 샐러리맨이 도시 여기저기 혹은 이 도시 저 도시로 외근하다가 중간에 딱 시간 맞춰 먹는 한 끼의 식사! 오지상(미식가 아저씨)은 도심 뒷골목의 오래된 튀김집을 예배하듯 들어가, 음식의 정갈한 태와 맛의 다채로운 조화를 천천히 음미하지요. ⟪고독한 미식가⟫는 나날의 이 일상을 지탱하는 ‘질릴 수 없는’ 힘이 어디서 오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것은 바로 밥입니다. 저는 이 고독한 아저씨의 혼밥을 좋아했습니다. 먹는 이야기가 주는 근원적 쾌락(요리의 색, 향기, 맛, 소리!)에 흠뻑 .. 2022. 12. 5.
[레비스트로스와함께하는신화탐구] 아무개의 누구로 타오르기 아무개의 누구로 타오르기 치유는 소외를 통해서만이 큰 아이 뽕시가 코로나에 다시 걸렸습니다. 얍! 멋지게 발차기하려던 태권도 학예회 발표도, 땀 흘리며 외웠던 조선 개국 스토리 수행평가도 모두 안녀응~. 창밖으로 친구들 가방 메고 뛰어가는 것 보던 뽕시가 짧게 한탄합니다. ‘외롭다, 외로워.’ 저는 ‘네가 고독을 아느냐?’ 하며 귀엽다 했습니다. 그런데 친구들 속으로, 숙제 속으로 뛰어들 수 없는 뽕시가 한동안 갖고 놀지 않던 장난감이며 책 등을 슬슬 끄집어내는 것을 보니 고독의 다른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아무리 외로워도 혼자는 아니예요. 주변에는 늘 어떠어떠한 사물이 있고, 눈을 감으면 기억과 꿈이 떠오르고, 무엇보다 고통으로 계속 자연의 메시지를 보내오는 바이러스가 있지요. 고독이란 고립이 아니라,.. 2022. 11. 21.
[요요와 불교산책] 나는 멈추었다 나는 멈추었다 나는 언제나 일체의 뭇 삶에 폭력을 멈추고 있다. 그러나 그대는 살아있는 생명에 자제함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멈추었고 그대는 멈추지 않았다.(『맛지마니까야』 86, 『앙굴리말라의 경』) 앙굴리말라 이야기 초기 경전 『앙굴리말라의 경』에는 연쇄살인마 앙굴리말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앙굴리말라의 어릴 적 이름은 비폭력이라는 뜻의 아힘사카(Ahimsaka)였다. 앙굴리말라라는 이름은 손가락 목걸이라는 뜻이다. 사람을 죽인 후 손가락을 꿰어서 목걸이를 만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앙굴리말라라고 불렀다. 어느 날 아침, 붓다는 탁발에서 돌아와 식사를 하고 자리를 정리한 후 앙굴리말라가 출몰하는 방향으로 길을 나섰다. 도중에 만난 사람들마다 그 길은 위험하다고 붓다를 만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 2022. 11. 18.